[현장 속으로] BIDF 개막 공연, 춤의 본질을 드러내다
‘번 베이비, 번’·‘나무의 존재’가 남긴 신체 울림


춤이 이렇게까지 아무것도 없이 완전할 수 있을까. 이번 무대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분명한 답처럼 다가왔다. 5일과 6일 이틀 동안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제22회 부산국제무용제(BIDF) 개막 특별초청공연으로 마련된 두 작품, 기욤 코테의 ‘번 베이비, 번’(Burn Baby, Burn)과 샹탈 카롱의 ‘나무의 존재’는 장치와 장식 대신 몸과 빛, 그리고 호흡만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오히려 그래서 더 압도적이었다.


기욤 코테의 ‘번 베이비, 번’은 디스코라는 예상 밖의 키워드로 기후 위기를 이야기한다. 경쾌하고 반복적인 리듬 위에서 무용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그 에너지는 어딘가 불안하고 위태롭다. 즐거움과 파국이 동시에 존재하는 묘한 감각이. 맨발의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클래식 발레의 단단한 기초 위에서 출발하지만, 점점 더 자유롭고 거칠게 확장된다.
특히 빛은 이 작품에서 또 하나의 ‘춤추는 존재’처럼 기능한다. 붉은 조명과 안개 속에서 드러났다 사라지는 실루엣은 마치 타오르는 불길 같기도, 연기 속에서 길을 잃은 존재 같기도 하다. 길게 늘어진 붉은 장갑이 남기는 궤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열기와 파괴를 시각화하며 무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샹탈 카롱의 ‘나무의 존재’는 전혀 다른 결을 지닌다. 이 작품은 조용하지만 묵직하다. 무용수들이 들고 등장하는 거친 유목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곧 몸의 일부가 되고 또 다른 생명으로 확장된다. 나무는 머리에 얹히고, 몸 위에 기대고, 때로는 서로를 연결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하늘로 도약하기보다 땅으로 스며든다. 바닥과 부딪히고, 밀고, 버티는 과정 속에서 ‘존재한다’는 감각이 또렷하게 드러난다. 카리부(Caribou, 북미 순록)의 뿔을 연상시키는 형상은 위태롭고 장엄하며, 동시에 서로에게 기대어야만 유지되는 균형을 보여준다. 그것은 결국, 지금 우리가 처한 세계를 닮았다.
한 관객은 “무용수들이 나무를 몸의 일부처럼 다루는 신체 표현에 압도됐다”며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전해졌고, 고요한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묵직한 여운이 남았다”고 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역시 “처음 접한 무용 공연이었지만, 춤이 지닌 생명력과 에너지에 깊이 감탄했다”고 전했다.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하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계 위에 서 있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시각적·신체적 충격에 사로잡혔던 이유는, 무대 위의 움직임이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어떤 감각으로 몸에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춤은 설명하지 않지만, 분명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날의 무대는 그 힘을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
한편 20여 개 국내외 정상급 단체와 300여 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BIDF 공식 초청 프로그램은 6일과 7일 오후 6시부터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기욤 코테의 ‘번 베이비, 번’(6일)과 샹탈 카롱의 ‘나무의 존재’(7일)도 해운대 해변 특설 무대에서한 차례 더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