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도 '얼굴값' 한다…건설사들 BIPV 꽂힌 이유는

미디어펜 2026. 6. 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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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너지건축물 규제 강화…친환경 설비, 외관 디자인 경쟁으로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적용 확대…기능성∙심미성 두 토끼 잡는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태양광 설비 등 친환경 기술을 건축 외관 디자인에 녹여내며 기능성과 심미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ZEB) 규제 강화와 하이엔드 주거 경쟁이 맞물리면서 친환경 성능은 물론 디자인 완성도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내 최초로 입면 디자인형 BIPV가 적용된 오티에르 반포./사진=포스코이앤씨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들은 최근 외관 특화 디자인에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을 접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태양광 패널을 옥상이나 외벽에 별도로 부착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건축 입면 디자인 자체에 태양광 모듈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강화된 친환경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6월 30일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대해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수준의 에너지 성능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축 공동주택은 연면적 기준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1㎡당 100kWh 미만으로 맞춰야 한다. 단열 성능 강화와 함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이 사실상 의무화된 것이다.

과거에는 태양광 패널을 건물 옥상이나 외벽에 추가 설치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단지 외관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디자인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하이엔드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진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는 외관 디자인이 단지 가치와 직결되는 만큼, 친환경 설비 역시 미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에 맞춰 태양광 설비를 '숨겨야 할 설비'가 아닌 디자인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최근 주택 브랜드 '포레나'의 신규 외관 디자인 '포레나 비스타(VISTA)'를 공개했다. '절제된 특별함'을 콘셉트로 미니멀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건물일체형 태양광 모듈 적용 방식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층간 창호 구간에 짙은 남색 계열의 태양광 패널을 배치하고 일부 측벽에도 적용해 태양광 설비를 건축 입면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단순한 에너지 생산 기능을 넘어 친환경성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상반기 착륙을 마친 '오티에르 반포'에 국내 아파트 최초로 입면 디자인형 BIPV를 적용했다. 태양광 패널이 외벽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해 기존 태양광 설비 특유의 이질감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을 통해 공용부 조명 에너지 소비를 약 80% 이상 절감할 수 있다. 단순한 친환경 이미지 제고를 넘어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역시 최근 수주한 압구정3구역에 컬러 BIPV 적용 계획을 제시했다. 기존 검은색 위주의 태양광 패널에서 벗어나 외관 색채와 조화를 이루는 컬러형 제품을 활용해 초고급 주거단지에 걸맞은 디자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략이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데다 입주민들의 디자인 눈높이 역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태양광 패널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설비'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건물의 얼굴을 마무리하는 핵심 디자인 요소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수요자가 친환경 성능뿐 아니라 외관 디자인까지 동시에 요구하는 분위기"라며 "건설사들도 태양광 설비를 건축 디자인의 일부로 활용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