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상장 앞두고 美 국방부와 ‘조단위’ 잭팟 [김기혁의 테슬라월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틀을 깨고 있습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미 국방부의 핵심 프로젝트를 따내며 높은 기업가치를 증명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미 우주군과의 메가톤급 계약 체결과 국방부를 상대로 한 전례 없는 서비스 가격 인상은 스페이스X의 위상 변화를보여주는 상징적 뉴스입니다. 저궤도 공간을 선점한 스페이스X의 선견지명이 어떻게 막강한 방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지게 된 비결로 작용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미 우주군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전 세계의 군사 센서와 무기 플랫폼을 연결할 보안성이 높은 고속 위성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스페이스X와 22억 9000만 달러(약 3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신속한 조달을 특징으로 하는 ‘Other Transaction Authority(OTA)’ 방식으로 체결됐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저궤도(LEO) 기반의 차세대 군사 위성통신 네트워크인 ‘우주 데이터 네트워크(SDN) 백본(Space Data Network Backbone)’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스페이스X는 오는 2027년 말까지 완벽한 운용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구축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네트워크가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스타링크(Starlink)’와는 구별된다는 점입니다. 스페이스X의 정부 전용 ‘스타쉴드(Starshield)’의 기술력을 고스란히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군사 네트워크는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인 ‘골든 돔’의 핵심 데이터 전송 백본으로 기능하게 된다고 하네요.
SDN 백본은 고보증 암호화 기술과 기밀 유출 방지 기능을 탑재해 강력한 보안성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지연(로우-레이턴시) 통신과 고속 데이터 전송을 실현해 고용량 국방 데이터를 끊김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특히 유사시를 가정해 어떠한 공격이나 장애 상황에서도 무력화되지 않는 강력한 군사 통신망을 완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이 같은 국방 분야 성과는 기존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입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미 국방부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스타링크 서비스 가격을 기존 대비 5배나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단말기(안테나) 사용료가 월 5000달러에서 2만5000달러로 크게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인 B2C 시장이라면 상상하기 힘든 폭리 수준의 인상이지만 미 국방부는 이를 수용했습니다. 스페이스X 측은 “군이 단순한 인터넷 연결을 넘어 보다 고도화되고 고급 수준의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주 공간을 지배하는 독점적 기술력과 대체 불가능한 군사적 효용성이 결합되면서 스페이스X가 정부 기관을 상대로 가격 결정의 주도권을 쥐었다는 평가입니다.
박준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가 군과 기업을 대상으로 연이어 대형 위성 서비스 계약을 발표한 점이 회사 전반의 펀더멘털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부 기관(B2G)과 기업(B2B) 시장은 일반 소비자(B2C) 시장에 비해 교체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가격 탄력성이 낮은 특징이 있습니다. 즉 기관과 기업은 성능이 보장된다면 약간의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성 서비스를 전담하는 스페이스X의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사업 부문은 한층 더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게 됐고 향후 수익성 또한 극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스페이스X의 독주는 민간 항공 B2B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최근 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은 자사 항공기 중 약 500대에 스타링크 기반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전격 도입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스페이스X는 미국 4대 항공사(아메리칸, 유나이티드, 델타, 사우스웨스트) 중 무려 3곳(아메리칸,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하늘길마저 평정했습니다.
과거 일론 머스크가 수천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했을 때 세상은 이를 무모한 도박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 무모해 보였던 선견지명은 이제 거대한 실질적 성과이자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됐습니다. 민간 항공 시장의 와이파이 인프라부터 미 우주군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핵심 백본망까지, 스페이스X의 커넥티비티 기술은 전 세계 하늘과 국방을 관통하는 필수 불가결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페이스X는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 목표 기업가치를 1조7800억달러(약 2700조 원)로 높였습니다. 3일(현지시간) 제출한 수정 신고서를 통해 주당 135달러에 5억5560만주를 팔아 75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스페이스X는 공모 자금을 우선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충에 투입하고 이어 우주발사체 개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망 구축에 차례로 사용할 방침도 공개했습니다. IPO 로드쇼는 5일 시작되며 스페이스X 주식은 오는 12일 나스닥 시장에 종목코드 ‘SPCX’로 상장될 예정입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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