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넓힐 돈 없어 차라리 공간 대여”…2030 파고든 도심형 무인 미니창고
도내 곳곳 도심 미니창고 성업…수요 늘자 지자체 지원 사업도


“취미용품부터 계절옷까지, 집에 둘 곳이 없어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르며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급증하는 가운데 1인 가구와 청년층을 겨냥한 도심형 미니창고가 경기도 곳곳에 빠르게 늘고 있다. 높아지는 주거비가 ‘집 밖의 방’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6일 찾은 수원특례시 팔달구 인계동의 셀프스토리지(공유형 창고) 업체. 전용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입장한 내부에는 중형(M)부터 사람 한명은 너끈히 들어가는 초대형(XL)까지 다양한 보관함이 빼곡히 늘어섰다. 입구에는 요금과 창고 번호 안내판이 있었고 짐을 옮길 때 사용 가능한 카트와 사다리도 한쪽에 비치됐다.
이곳을 운영 중인 조현구 셀프스토리지195 매니저는 “주변이 오피스텔과 원룸 밀집 지역이다 보니 30대가 가장 많고 20대도 이사철 짐을 맡기러 찾는다”며 “인기가 높은 L 크기 보관함은 모두 계약된 상태로, 개업 1년 만에 주변 경쟁 업체가 서너곳 생겼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및 아파트형 공장 등이 모여 청년층 주거 수요가 높은 수원 영통구 원천동·신동 등 일대도 비슷하다. 원천동의 한 업체 관계자는 “점점 늘어나더니 지금은 이 일대에만 10곳 안팎의 공유창고 업체가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수원 오피스텔 밀집지역 및 아주대·경희대 등 대학가뿐 아니라 화성시 병점역·동탄테크노밸리, 성남시 야탑역 등 청년 직장인과 1인 가구가 몰리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브랜드형 및 개인 공유창고 출점이 잇따르고 있다. 원하는 보관함을 선택한 뒤 월 단위 이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계절 의류와 캠핑·육아용품 등을 보관하는 형태다. 수요가 커지자 지자체도 관련 업체와 협력, 평택시 청년지원센터는 지난해부터 주거 공간이 협소한 19~39세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창고 이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시장 성장 배경으로는 늘어나는 1인 가구와 청년층의 주거 불안이 꼽힌다. 경기도의 ‘2025 경기도 1인가구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도내 1인 가구는 177만가구로 2020년부터 매년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4년 기준 도내 1인 가구의 66.7%는 60㎡ 이하의 면적에 거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집 밖에 짐을 맡기는 선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 공유창고 브랜드 ‘미니창고 다락’이 이용객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전체의 약 60%가 20·30세대로 1인 가구 비중은 4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주거 형태 변화가 낳은 결과라고 진단한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교수는 “집값이 비싸 좁은 공간에 거주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품들을 밖에 보관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라며 “무인 시스템의 편리성과 주거 현실이 결합해 확대되고 있는 새로운 산업 형태로,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시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현 기자 sovivid@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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