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게, 또 다르게…올여름 SF로 돌아오는 나홍진·고레에다·스필버그
(시사저널=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올여름 극장가를 휘어잡을 장르는 단언컨대 SF다. 이름이 곧 브랜드인, 한·미·일 거장 감독 3인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SF 장르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주인공은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한국의 나홍진이다. 자기만의 개성이 확고한 감독들인 만큼, SF라고 해서 다 같은 SF는 아닐 것이다. 세 감독의 SF 영화를 기다리며 그 속살을 살짝 들여다봤다.

'반전'…고레에다 히로카즈가 SF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감독을 꼽는다면, 아마 상위권을 차지할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일 것이다. 1990년대 《러브 레터》(1995)로 한국에 두터운 팬덤을 양산했던 이와이 슌지 이후 이렇게 사랑받은 일본 감독이 있었던가. 그리고 이 사랑은 쌍방향이다. 고레에다 역시 한국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친한파' 감독으로까지 분류되는 고레에다는 새로운 영화가 나올 때마다 한국을 찾았으며, 송강호·아이유·강동원과 한국 영화 《브로커》(2022)를 만들기도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신작을 들고 다시 또 한국을 찾는다. 나홍진의 《호프》와 함께 지난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상자 속의 양》을 통해서다. 일단 고레에다와 SF의 만남이라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그의 연출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SF와 매치가 언뜻 안 되는 게 사실. 그러나 고레에다는 고레에다다. SF의 외피를 입을 뿐, 역시나 이야기의 중심엔 그가 평생 이야기해온 '가족'이 흐른다.
고레에다는 가족의 형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화두를 던져 왔다. 그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에서 아버지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해서 '되어야' 하는 것임을 보여줬고,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에선 세 자매와 이복동생이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혈육이 아닌 경제 공동체로 묶인 한 가족을 그려낸 《어느 가족》(2018)에선 사회가 정상 가족이라 규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날 선 질문을 던졌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브로커》 역시 유사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상자 속의 양》에선 어떤 가족을 보여줄까. 영화는 한 부부가 죽은 아들과 꼭 닮은 7세 휴머노이드를 집으로 받아들이면서 시작된다. 휴머노이드 카케루(구와키 리무)는 가족이 됐다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언제 버려질지 모른다는 근원적인 불안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1년 영화 《A.I.》가 떠오를 것이다. '어린 아들을 대신할 AI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설정이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반 설정이 비슷할 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르다. AI 로봇의 욕망을 그렸던 스필버그의 영화와 달리, 《상자 속의 양》은 AI가 인간의 상실과 기억, 가족의 의미를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제목인 상자 속의 양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와 관련이 깊다. 소설에서 어린 왕자는 상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양을 볼 수 있는 상상의 눈을 가졌다. 고레에다는 이 일화에서 영감을 받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사랑에 대해 묻는다. 개봉은 6월10일이다.

'기대'…노장 스필버그의 전공 SF
SF는 노장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공 과목 중 하나다. 특히나 외계인은 《미지와의 조우》 《E.T.》 등 스필버그의 초기작에서부터 자주 출몰해온 캐릭터. 6월10일 개봉하는 《디스클로저 데이》는 스필버그가 다시 한번 '외계와의 접촉'을 시도한 영화다. 다만 《미지와의 조우》 《E.T.》가 경외감 가득한 시선으로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려냈다면, 이번 영화는 외계 존재의 증명이 가져올 국가 시스템의 대혼란을 그린다.
스필버그는 2017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 국방부의 비밀 UFO 조사 프로그램 실태에서 《디스클로저 데이》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UFO의 존재 여부에 대한 논쟁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그리고 UFO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대개 음모론자로 치부됐다. 그래서다. 미국 국방부가 비밀리에 UFO 전담 부서를 운영해 이를 연구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뉴스가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긴 건. 이 뉴스에 충격받은 이 중 한 명이 바로 스필버그다. 스필버그가 당시 뉴스에서 느낀 현대사회의 음모론과 정보 독점 문제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것이 바로 《디스클로저 데이》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외신 평가다. 물론, 직접 눈으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해외 시사회 반응이 뜨겁다. "스필버그가 날린 또 한 번의 거대한 홈런"(콜라이더)이라는 평가도 있었는데, 역시나 스필버그와 외계인의 만남은 '참'인 걸까. 참고로 스티븐 스필버그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을까? 그는 올해 초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 영화 & TV 페스티벌'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우주 전체에서 유일한 지적 문명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지금 혼자인가? 그리고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는 혼자였는가다."

'희망'…나홍진의 SF는 과연
충무로는 여전히 SF 장르의 무덤으로 평가받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성공 사례가 없어서다. 화제를 모은 도전은 많았다.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2022)으로, 이용주 감독이 《서복》(2021)으로, 조성희 감독이 《승리호》(2021)로, 김용화 감독이 《더 문》(2023)으로 SF 장르의 문을 두드린 바 있다. 그러나 죄다 망했다. 그렇다면 나홍진은? 나홍진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한국에서 전망이 밝지 않은 장르로 뽑히던 스릴러 장르에 봄을 안긴 이 또한 나홍진(《추격자》)이었다.
나홍진의 첫 SF 도전작 《호프》는 칸에서 공개되기까지 베일에 싸여 궁금증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호포항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믿기 힘든 현실을 마주한 출장소장 범석(황정민)과 마을 주민들의 사투를 그린 장르물로, 지금까지 나온 정보에 의하면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이 외계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라는 일각의 평가가 알려주듯, 이 영화의 개성은 전에 본 적 없는 장르의 혼합에서 올 것으로 보인다. 나홍진만의 색깔이 짙게 묻어 있는 영화란 이야기다.
다만 외계인이 나오는 SF 장르에서 시각 효과 완성도는 중요한데, 이 시각 효과가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눈높이가 한껏 높아진 관객들에게 이는 커다란 흠으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그러나 나홍진의 성정에 그런 평가를 받고도 그냥 둘 리 없다. 개봉일까지 시각 효과 완성도를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낼 것이 분명한데, 나홍진의 도전이 충무로 SF 장르의 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영화는 7월말에서 8월초 사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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