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맛이 어떱니까” 한강3종축제 참가해보니 [르포]

김지은 여행플러스 기자(kim.jieun@mktour.kr) 2026. 6. 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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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자전거·달리기 3종축제
5~7일 뚝섬·잠실한강공원 일대
원할 때 출발하는 내맘대로 축제
수영 몰라도 할 수 있는 한강 수영
남녀노소 즐기는 다양한 프로그램
한강에서 수영하고 있는 쉬엄쉬엄 한강3종축제 참가자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천천히 가요. 이 파도를 즐기면서.”

​난생 첫 한강 수영 중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물 아래로 정신없이 발을 차던 중 뒤에서 들려온 그 말에 몸의 힘을 뺐다. 물살에 몸을 맡기자 그제야 한강의 푸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 5일, 뚝섬·잠실한강공원 일대에서 제3회 쉬엄쉬엄 한강3종축제(이하 한강3종축제)가 개막했다. 모두가 함께 모여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수영까지 하지만 행사에 ‘경기’라는 단어는 붙지 않는다.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부터 ‘쉬엄쉬엄’인, 경쟁 없는 3종 축제가 궁금해 직접 참가해봤다. 머리칼이 채 다 마르기도 전에 생생한 후기를 전한다.

축제를 잘 즐기는 법은 ‘천천히 달리기’
​한강3종축제는 한강을 무대로 수영·자전거·달리기를 하는 운동형 축제다. 행사장 곳곳에 붙은 ‘천천히’ ‘느긋하게’ 현수막처럼 각 종목을 원하는 순서대로, 원하는 시간에 참가할 수 있다. 사전 예약 시 체력과 숙련도에 따라 초급·중급·상급 코스를 선택할 수 있는데 올해는 수요를 반영해 중급자 코스도 새로 마련했다.
달리기 출발지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초급자2 코스에 도전한 기자는 전략을 세웠다. 가장 먼저 달리기로 땀을 뺀 후 수영으로 열을 식히고, 자전거로 머리를 말리며 마무리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5㎞ 달리기로 시작했다. 달리기 출발지점에 가서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없어도 자유롭게 뛰기 시작하면 된다. 혼자 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뛰는 프로그램도 20분에 한 번씩 마련돼 있다.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함께 달리는 참가자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강변을 달리는 동안 마주치는 이들과 ‘파이팅’을 외치다 보니 어느새 반환점인 올림픽대교에 도착했다. 다회용기 컵에 따라주는 물을 먹고 다시 출발.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에 지쳐 뛰다 걷기를 반복하니 평소 속도보다 훨씬 느리게 완주했다. 아무렴 어떠랴. 이 축제는 천천히 완주하는 게 잘 즐기는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팔찌에 완주 도장을 받았다.

​“더운데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남은 종목도 즐겁게 완주하세요!” 돌아가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한강 물맛이 어떱니까” 난생 첫 한강 수영
한강에서 수영하고 있는 쉬엄쉬엄 한강3종축제 참가자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강 수영이었다. 고백하건대 기자는 수영을 할 줄 모른다. 오직 “언제 또 한강에서 수영을 해보겠어”라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한강 수영 300m를 신청했다. 다행히 이 축제는 수영을 못 해도 괜찮다. 암튜브, 킥판, 오리발을 지참할 수 있고 무엇보다 구명조끼를 무료로 대여해 주기 때문이다.
무료로 대여해주는 썸쓰 구명조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안내 사항을 듣고 준비운동을 간단히 한 뒤 한강으로 입수했다. 평생을 서울에서 살았지만 한강에 몸을 던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풍덩 빠진 후 곧바로 몸이 떠올랐고 조심히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숙련된 자세로 수영하는 중급자 레인과는 다르게 초급자 레인 참가자들의 모습은 어쩐지 제각각이다. 물 위에 누워 하늘을 보며 둥둥 떠가기도 하고 줄을 잡고 천천히 이동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빨리 가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배영 자세로 느긋하게 들어오는 초급자2 코스 참가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중간중간 배치된 안전요원도 “한강 물 맛이 어떱니까”라는 농담 섞인 안부로 긴장을 풀어준다. 한강 위에서 바라본 올림픽경기장과 롯데타워의 풍경은 새로웠다. “물맛 달콤한데요”라는 대답이 절로 나왔다.

​‘한강 물은 더럽지 않냐’는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현수막에는 수질 정보가 적혀 있었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의 수질은 대장균 4개체 이하(기준 1000 이하), 장구균 1개체 이하(기준 400 이하)로 국제 철인3종 경기기준에 부합한다.

중간에 힘이 빠져 제트스키를 타고 들어오는 참가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기자보다 더 수영을 못 해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도 포기자를 위해 제트스키를 운영하며 한강 수영장 코스도 있다. 수심이 낮아 성인이라면 발이 바닥에 닿을 정도고 어린이도 참가할 수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완주시키겠다는 축제의 의지가 엿보인다.

​수영 중 “천천히 가요, 파도를 즐기면서”라는 따뜻한 조언을 건넨 심순하(52) 씨는 오늘만 벌써 6번째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서울에서 열리는 웬만한 행사에 다 참여한다는 그는 이번 한강3종축제를 자신의 마음속 ‘1위 축제’로 꼽았다.

‘하루종일 있어도 시간 모자라’ 누구나 즐기는 다채로운 부스
일반적인 철인 3종 경기라면 달리기와 수영 후 숨 돌릴 틈 없이 곧바로 자전거를 타러 가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수영 후엔 라면’이라는 한국인의 소울 공식이 더 먼저 지켜지는 곳이 바로 한강3종축제다. 축제 한쪽에서는 오뚜기에서 지원한 한강 라면 시식과 ‘나만의 라면 만들기’ 체험을 진행해 참가자들의 허기를 달래줬다.
나만의 라면 만들기 체험/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한강스포츠 챌린지 ‘씨름’/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처럼 중간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부스뿐만 아니라, 경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들도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됐다. 한강 위에 뜬 대형 에어바운스 놀이터 ‘해치 아일랜드’, 고등학교 씨름 선수들과 직접 힘을 겨뤄볼 수 있는 ‘한강스포츠 챌린지’, 메인 무대에서 진행되는 각종 문화 공연이 대표적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참가자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거리가 풍성해서 정말 좋다”며 “오전 9시에 와서 지금까지 계속 머무르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따릉이를 타고 자전거 코스 완주 중인 참가자/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마지막 종목인 자전거도 별도의 장비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와 헬멧을 현장에서 대여해 주기 때문이다.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코스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모든 코스를 완주한 후 메달 수령처에 가 팔찌를 보여주니 달리기, 수영, 자전거가 고리로 연결된 독특한 메달을 받았다. 느려도 끝까지 완주하면 누구나 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격려처럼 느껴졌다. 머릿속에는 벌써 내년에 함께 참가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기자가 받은 메달. 각 종목의 고리를 직접 연결하면 하나의 메달이 완성된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축제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열린다. 사전 접수를 하지 못한 시민을 위한 현장 접수도 일부 선착순으로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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