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X파일] 100억개 팔린 불닭볶음면, 새 마스코트 ‘페포’ 띄우는 이유는?

성유진 기자 2026. 6.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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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의 ‘불닭(Buldak)’ 면류 누적 판매량이 지난달 말 100억개를 돌파했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 등 면류 제품은 2022년 누적 40억개, 2025년 누적 90억개 등 갈수록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현재 연간 판매량은 20억개. 전 세계에서 1초마다 63개씩 팔리고 있는 셈이다. 불닭 인기 덕에 삼양식품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버는 회사가 됐다.

불닭이 무럭무럭 커가는 이 시점에 삼양식품이 기존 캐릭터 ‘호치(HOCHI)’ 대신 신규 캐릭터 ‘페포(PEPPO)’ 띄우기에 나섰다. 삼양식품은 “이달 국내에서 호치 대신 페포를 그려 넣은 신규 불닭 패키지를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불닭 소스를 시작으로 불닭볶음면 오리지널·까르보 등 대표 제품 패키지도 페포 캐릭터로 바꿀 예정이다.

삼양식품 불닭 차세대 캐릭터 페포를 적용한 패키지. /삼양식품

호치는 2015년부터 불닭을 대표해온 캐릭터. 왜 삼양식품은 누적 판매량 100억개를 넘으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이 시점에 대표 캐릭터를 바꾸는 모험에 나선 걸까.

자체 제작 캐릭터 앞세워 외연 넓힌다

‘호치’는 투블럭 헤어스타일을 한 암탉 캐릭터다. 왼쪽 발에 있는 왕점을 가리기 위해 하트 무늬가 있는 빨간 양말을 신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캐릭터는 삼양식품이 외부 업체인 드림컴어스와 함께 제작, 2015년부터 제품 패키지에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IP(지식재산권) 구조가 다소 복잡하다. 2019년부터 식품 사업권은 삼양식품이, 비식품 사업권은 드림컴어스가 보유하고 있다. 즉, 삼양식품이 호치 캐릭터로 인형 같은 굿즈를 만들려면 별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반면 페포는 그룹 계열사인 삼양애니가 2024년 개발한 캐릭터다. 호치가 고추를 먹고 낳은 알에서 태어난 병아리, 매운 음식을 먹으면 머리 위 불꽃 심장이 반응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작년 말 미국 출시 제품 ‘불닭 스와이시’ 패키지에 적용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먼저 선보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현재 페포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106만명에 달한다.

왼쪽은 불닭볶음면의 대표 캐릭터 '호치', 오른쪽은 신규 캐릭터인 '페포'.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페포를 중심으로 불닭 브랜드를 디지털 콘텐츠와 굿즈(캐릭터 상품)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IP 사용에 제한이 없는 만큼 외연 넓히기에 제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호치에 비해 단순한 디자인이라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페포를 앞세우는 배경이다. 회사 관계자는 “식품을 넘어 콘텐츠, 굿즈, 브랜드 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 페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8월에는 캐릭터 공식 사이트인 ‘페포월드닷컴’을 열고 인형, 키링, 쿠션 등 다양한 굿즈를 판매할 계획이다. 앞서 삼양식품은 2023년 비전 선포식에서 브랜드 IP와 콘텐츠를 활용한 사업 확장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회사 측은 “(페포 개발 초기부터) 캐릭터를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고자 했다”고 말했다.

◇10년 넘은 캐릭터, 새로운 이미지 고민

호치는 불닭 브랜드의 성장을 함께한 대표 캐릭터지만, 다소 올드하고 레트로풍이라 교체를 바라는 안팎의 여러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호치가 마스코트로 활동한 지 10여 년이 흐른 만큼 어느 시점에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년 서울 시내의 대형마트에 진열된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2015년 이후 패키지에 호치 캐릭터를 사용해왔다./뉴스1

페포는 머리 위에 불꽃을 달고 있다. 불닭을 먹었을 때 소비자가 느끼는 짜릿한 도파민을 시각화했다는 설명이다. ‘본능적으로 매운 음식, 향, 맛에 온몸이 반응한다’ 같은 속성을 부여했다. 매운 라면으로 유명한 불닭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게 특징을 잡은 것이다. 젊은 층을 겨냥해 숏폼을 즐기고 디지털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는 ‘디지털 네이티브’ 정체성도 입혔다.

불닭 모방 제품이 늘면서 캐릭터 교체 필요성이 증가한 면도 있다. 호치와 비슷한 캐릭터와 불닭볶음면 이름을 적어 넣은 짝퉁 상품이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서 팔리고 있다.

불닭 차세대 캐릭터 페포를 적용한 패키지. /삼양식품

페포 캐릭터에 대한 국내외 소비자 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체성이 확실해져 좋다” “이전 캐릭터보다 귀엽고 깔끔하다” 같은 의견이 주를 이룬다. 다만 10년 넘게 소비자 눈에 익숙해진 대표 얼굴을 바꾸는 작업이라 리스크가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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