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력망 2.8조 깔아 반도체에 보내면, 159조 열린다”

전준범 기자 2026. 6.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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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X파일]
에너지고속도로 1단계 사업 경제효과 분석 나와
새만금~서화성 구간만 제때 뚫려도 생산 유발 효과 수십조원
급증하는 출력 제어 “발전소가 심장이라면, 전력망은 혈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송배전망을 통해 전국 수요지로 공급된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송전탑들. /장련성 기자

약 3조원이 투입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새만금~경기 서화성) 사업으로 구축한 전력망을 통해 국내 반도체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면 최대 159조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력망 확충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의 가장 큰 병목 요인으로 꼽히는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6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회계·컨설팅 기업 EY한영은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사업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에너지 분야 핵심 공약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새만금과 신해남 일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국가 전력망 구축 사업이다. 총 8GW(기가와트) 규모로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된다.

SK하이닉스가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선 DB

◇AI·반도체·전기차 등 전력 수요 폭증

이 중 2조8000억원이 투입되는 1단계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새만금~서화성 224㎞ 구간에 2GW급 HVDC(초고압 직류 송전) 전력선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EY한영은 보고서에서 1단계 사업을 통한 직접적 생산 유발 효과를 건설 단계 5조7000억원, 운영 단계 8조9000억원 등 총 14조6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또 건설 과정에서 고용 창출 효과는 8400억원, 세수 증가 효과는 3200억원으로 내다봤다.

EY한영은 전력망 확충으로 공급이 원활해진 전기를 첨단산업 분야에 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생산 유발 효과도 추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를 통해 송전된 전력을 전량 반도체에 공급할 경우, 생산 유발 효과는 최대 159조원에 달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에 전량 투입할 때 생산 유발 효과는 69조원 규모로 전망됐다.

전력망은 중동 전쟁 이후 전기화를 통한 에너지 자립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 총괄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력 소비량은 최소 657.6테라와트시(TWh)에서 최대 694.1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년 전 수립한 11차 전기본(2038년 624.5TWh)보다 최대 70TWh가량 늘어난 수치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차, 전기 난방 등의 추가 수요가 11차 전기본에선 전체 전망치의 10%였는데, 이번에 21%로 늘었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 송이도 인근 해역에 해상풍력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전준범 기자

◇송전망 없어 허가 나도 못 돌리는 해상풍력

전력 업계에서는 “전력망 부족은 발전소 부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호남권에서는 태양광·풍력 발전이 급증하면서 전기가 남아돌고 있지만, 수도권은 여전히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도권 전력 자급률은 66%에 불과한 반면 호남권은 137%에 달한다. 수도권이 사용하는 전력의 3분의 1 이상을 외부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보고서에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 역시 전력망 확충 없이는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는 분석도 담겼다. 보고서는 “현재 전남 지역 해상풍력 발전 허가 용량은 21.3GW로 전국의 61%를 차지하지만, 실제 상업운전 중이거나 운전이 임박한 사업은 약 0.1GW 수준에 불과하다”며 “상당수 사업이 계통 접속 지연 문제로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호남권 태양광 발전 시설의 출력 제어 횟수도 전년 대비 5배 이상 급증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아무리 심장이 힘차게 뛰어도 혈관이 막히면 온몸에 피가 돌지 않듯, 호남의 풍부한 재생에너지가 수도권의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로 흐르지 못한다면 ‘첨단산업 강국’의 미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전력망 확충 지연은 대한민국 경제·안보 도태와 같은 의미로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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