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민심이 보낸 경고…다시 도마에 오른 보완수사권
‘차기 당권주자’ 김민석 vs ‘차기 총리 후보’ 정성호 역학구도 변수로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1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검찰과 사법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정부·여당을 향해 민심은 '격전지 역풍'을 불러오며 사실상 경고장을 보냈다. 검찰 개혁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보완수사권 존폐를 놓고 당정 내부에서도 엇박자가 노출된 가운데 여론과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둘러싼 선명성 경쟁이 향후 입법 방향을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갈피 못 잡는 형소법 개정안…"사법 재난"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추진단)이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형사소송법 개정 방향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월로 확정된 검찰청 해체 시간표를 감안하면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결정부터 세부 입법까지 신속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불과 넉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 형소법 개정안은 큰 틀의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았다.
추진단은 6·3 선거 이후 여러 개의 형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당정 협의에 나선다는 구상이었지만 선거 변수로 인해 후속 절차가 지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보완수사권의 대안으로 '보완조사권'이 급부상하면서 표심의 향방에도 촉각이 쏠렸는데, 검찰과 사법 개혁 등 '입법 독주'를 벌였던 민주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서울시장 탈환 실패와 주요 재보선 격전지 연패였다.
검찰과 사법 개혁, 이어지는 특검에 대한 피로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형소법 개정안까지 졸속 처리될 경우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국정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이에 따라 추진단이 꺼낸 '보완조사권 부여' 안의 추진 동력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보완조사권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박탈하는 대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법무부는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예외적 범위에서 허용해야 한다는 '제한적 존치론'에, 민주당은 보완수사권 '폐지론'에 힘을 실었는데 추진단은 두 방안의 절충안으로 보완조사권을 꺼냈다. 선거를 한 달 앞뒀던 지난 5월초 김민석 국무총리가 당론에 힘을 실으면서 "보완수사권 폐지로 방향을 잡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권 부여 여부를 중점적으로 논의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일이 분수령이 됐다.
김 총리가 '보완수사권은 곧 검찰의 직접수사권'이라며 제한적 존치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민주당 강경파와 강성 지지층의 반발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후 총리실 산하 추진단은 보완수사요구권에서 다시 '수사'를 떼어낸 '조사권'을 부여하는 안에 대한 검토를 이어오고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며 "차질 없이 입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확인 절차에 불과한 보완조사권의 실효성을 두고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검사'와 '수사' 용어 분리에 함몰된 형소법 개정 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시작부터 실패를 예정한 것으로, 엄청난 부작용을 감당해야 하는 사법적 재난의 시작"이라고 혹평했다.
양 변호사는 "1차 수사기관이 사건을 수사하는 중에 검사가 어떤 혐의로,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수사하는지 확인하고 그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수사'이고, 영장 청구 여부를 위해 관련 기록을 검토하고 소명에 필요한 자료를 보완하거나 보완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수사"라며 "1차 수사기관이 송치한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기록을 검토하는 것도 수사,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더 확인하도록 하고 관련 증거를 보강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수사인데, 중차대한 개혁이 말장난으로 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혁을 전리품으로' 챙기려 했던 文 정부 과오 반복 안 돼"
해체 시간표 한가운데 놓인 검찰 내부에서도 강제력 없는 보완조사권으로는 경찰의 1차 수사를 재검토하고 견제할 수 없으며, 피의자 소환조차 불가능하다는 '무용론'이 분출한다. 검사가 행정조사 형태의 권한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송치 의견으로 올라온 사건을 기소할 경우 민주당이 통과시킨 법왜곡죄에 걸리는 딜레마가 현실이 될 것이란 시각도 팽배하다.
보완조사 단계에서는 형사소송법상 방어권이 온전히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절차적 통제와 방어권 보장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권보호에 위배되는 '우회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보완조사권으로 검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며 "실효성 없는 조사권을 남겨놓느니 차라리 전부 없애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이 많다. 전건 송치 역시 보완수사권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굳이 부활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대검찰청이 최근 전국 12개 일선 검찰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4월 보완수사 실시율은 45.59%로 나타났다. 12개 청의 송치 사건 처분 건수는 총 5만5174건이었는데 그중 절반에 달하는 2만5152건이 보완수사를 거쳤다.
법무부는 "여성·아동·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피해자가 정확히 피해 진술을 하기 어려운 특성상 초기 수사 단계에서의 혐의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진실 규명과 억울한 국민, 사회적 약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완수사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동시에 친모가 생후 4개월 영아를 잔혹 학대해 살해한 이른바 '해든이 사망 사건'을 비롯해 세종시 여중생 집단 강간·성학대 등 검찰의 보완수사를 거쳐 범행 전모가 드러난 사건의 사례집을 내고 대국민 설득에 나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직접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고 고(故) 김창민 감독 사망 사건과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범행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던 데는 모두 검사에게 부여된 보완수사권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을 설파했다. 보완수사권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선거 이후 불붙게 될 여론전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여진과 오는 9월초로 예정된 여당의 당대표 선출, 신임 국무총리 인선 등 물고 물린 전당대회 구도와 개각이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형소법 개정의 마지막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총리가 당대표 출마를 위해 금명간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을 둘러싼 선명성 경쟁에도 한층 불이 붙을 전망이다.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을 명확히 한 김 총리가 사퇴 이후 '미래권력' 경쟁에서 강성 지지층과 궤를 같이하는 노선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보완수사권 필요성에 힘을 실으며 김 총리와 '반대 노선'을 타고 있는 정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2대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고, 당내에서도 속도 조절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법조인 출신의 한 민주당 인사는 "검찰 개혁을 전리품처럼 챙기려 했던 문재인 정부에서의 실패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결국 그 여파가 정권 교체로까지 이어진 전례가 있는데도 환부만 도려내는 방식이 아니라 형사사법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접근을 반복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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