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갓생에 지친 일상 깨는 블랙 코미디, 맥스 시덴토프 'Seriously Not Serious'

최영은 기자 2026. 6.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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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각 등 다채로운 작품 조명
강박적 자기 계발 풍자한 지침서
맥스 시덴토프는 단단하게 굳어버린 시선에 유쾌한 작은 틈을 만들어낸다. /최영은 기자

네덜란드 출신 예술가 맥스 시덴토프는 과장된 장면과 엉뚱한 유머를 통해 익숙한 일상의 이면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 예술을 선보인다. 그의 개인전은 사진·영상·조각·설치를 아우르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소셜미디어 시대의 정체성 혼란과 현대 정치 체제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피로하고 진지한 현대인에게 유쾌한 사유의 여백을 제공한다.

우리는 때로 지나치게 진지한 일상을 살아간다. '갓생'을 외치며 실수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 속에서 소중한 순간들은 짧은 영상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느새 피로와 긴장으로 굳어버리곤 한다.

맥스 시덴토프는 단단하게 굳어버린 시선에 유쾌한 작은 틈을 만들어낸다. 그는 과장된 장면,  엉뚱한 유머, 뜻밖의 전환을 통해 익숙한 풍경의 이면을 뒤집어 보여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웃음이 날아가고 난 자리에는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여백이 남는다.

현실과 연출 경계 넘나드는 옴니버스 여행

이번 개인전은 사진·영상·조각·설치 상업 프로젝트를 넘나드는 맥스 시덴토프의 다채로운 작업 세계를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마치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전혀 다른 맥락의 게시물을 넘겨보듯 서로 다른 무대와 상황을 여행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된다. 관객은 친밀한 공간에서 출발해 낯선 질서가 작동하는 장면들을 지나며 현실이 연출 같고 연출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변주를 경험하게 된다.

유머를 다루지만 결코 가볍지 않으며 진지함을 비틀되 우습게 소비하지 않는다. 인간의 불완전함, 허영심, 모순된 모습을 유머라는 렌즈로 재조명한 세 가지 인상 깊은 작품을 소개한다.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사실적인 조각 작품이다. /최영은 기자

진짜 나를 찾는 끝없는 행위: <자화상>

<자화상>은 작가가 자신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순간을 포착한 사실적인 조각 작품이다. 조각된 인물과 그가 그리는 초상은 서로에게 의존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진짜 자아를 완벽히 규정하지 못하는 의도적인 이중 구조를 띠고 있다.

소셜미디어 시대 우리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와 실제 나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한다. 맥스 시덴토프는 스스로를 주체이자 제작자로 동시에 위치시키며 예술 안에서조차 자기 재현이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드러낸다. 객관적인 자화상을 완성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정체성이란 결국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바라보는 나 사이에서 끝없이 조율되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현대 정치 체제의 취약함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찌르는 블랙 코미디다. /최영은 기자

밈이 된 정치 정곡 찌르는 풍자: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현대 정치 체제의 취약함과 부조리를 날카롭게 찌르는 블랙 코미디다. 투표 부스 안에는 다리만 보이는 극사실적인 인체 세 구가 서 있고 그중 한 명은 바지가 발목까지 내려가 있다.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선거가 몰린 해였다. 인터넷 유행 콘텐츠인 밈과 허위 정보가 정책을 덮고 소셜미디어의 자극이 정치적 서사를 지배하며 민주주의의 양극화는 극에 달했다. 바지가 내려간 채 노출된 형상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지식이 있든 없든 신중하든 충동적이든 철저히 준비되었든 전혀 그렇지 않든 간에 모든 목소리는 똑같이 한 표의 무게를 갖는다는 민주주의의 핵심적 긴장감을 시각화한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역설: <세계 평화 지침서>
해결책을 위해 더 깊이 파고들어라. /최영은 기자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무수한 스스로 하기 안내서와 자기계발서에 둘러싸여 있다. <세계 평화 지침서>는 이러한 현대인의 끊임없이 개선하려는 욕망을 비틀어 오늘날의 긴장된 정치 및 사회 문제와 연결한 역설적인 연작이다.

작가가 제안하는 지침들은 자못 비장하지만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다.

△갈등에 진저리 쳐라 △해결책을 위해 더 깊이 파고들어라 △압박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버텨라 △수분 섭취를 잊지 마라 △타인을 사랑하기 전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 △과열된 논쟁은 피하라

거창한 세계 평화를 논하다가 뜬금없이 수분 섭취를 잊지 마라고 조언하는 재치는 거대한 담론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경쾌하게 해소한다.
"즐기세요. 어차피 우리 모두 망했으니까요." /최영은 기자

"즐기세요. 어차피 우리 모두 망했으니까요."

굳게 닫혀 있던 시선에 작은 금이 생기는 순간 지루했던 일상은 새로운 영감으로 되돌아온다. 작가의 말처럼 어깨에 힘을 빼고 우스꽝스러운 세상을 한껏 즐겨보자. 대신 웃음 끝에 남는 날카로운 질문에 대한 생각만큼은 철저히 해보면서 말이다.

☞갓생: 신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God(갓)'과 한자 '생(生)'을 결합한 신조어로, 목표를 세우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범적인 삶을 뜻한다. ☞밈: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 영상, 농담 등 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문화 요소.

Q. 맥스 시덴토프의 예술 작품이 가진 특징은 무엇인가?

A. 과장된 장면과 엉뚱한 유머를 활용한 블랙 코미디로 일상의 이면을 뒤집고 날카로운 사유를 끌어낸다.

Q. 작품 <민주주의>가 비판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는?

A. 인터넷 밈과 자극이 지배하는 현대 정치 체제의 취약함과 민주주의의 양극화 문제를 풍자한다.

Q. 작품 <세계 평화 지침서>는 무엇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나?

A. 끝없이 자기 개선을 요구하는 현대의 자기계발서 문화를 비틀어 거대 담론 앞의 무력감을 경쾌하게 해소한다.

여성경제신문 최영은 기자
ourcy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