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장에 李 사람? 단원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태훈 기자 2026. 6. 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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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캠프 출신 인사, 차기 단장 거론되자
“전문성 없는 리더 안된다” 이례적 입장문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문화체육관광부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국립발레단 단장 선임에 직업발레단 운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주십시오.”

국립발레단 단원들은 6일 단원 일동 명의의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선임에 대한 단원 입장문’을 내고 “국립발레단의 미래를 위해 예술인으로서 요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차기 단장 선임을 놓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날 입장문은 국립발레단 차기 단장으로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직업 발레단 경력이 전혀 없는 고령의 무용 전공 대학교수 출신 인물’이 선임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무성한 가운데 나왔다.

국립발레단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데도 ‘단원 일동’ 명의로 입장문을 낸 것은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단원까지 모두의 총의를 모았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며 “단원 전체가 직업발레단 경력 없는 캠프 출신 인사가 단장으로 오게 될 지 모른다는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립발레단 단장은 지난 4월 강수진 전 단장 퇴임 이후 공석인 상태다.

◇전임 단장들, 직업발레단 전문성 풍부

국립발레단은 1962년 창단된 한국 최초의 직업발레단이다. 현재는 문체부 산하 공익재단법인이며, 기관장인 단장 겸 예술감독은 문체부 장관이 임명한다.

국립발레단의 최태지 전 단장은 일본 가이타니 발레단을 거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특채돼 1996년 37세 역대 최연소 국립발레단 수장에 올랐고, 우리 무용계의 고질적 파벌을 타파하며 최초의 스타 마케팅으로 발레 대중화에 기여하는 등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했다.

직전 강수진 전 단장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콩쿠르 중 하나인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고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한 전설적 발레리나 출신. 국립발레단 단장으로 12년 재임하며 존 크랑코, 존 노이마이어 등 해외 최고 안무가들의 작품을 레퍼토리로 정착시키고, ‘허난설헌-수월경화’의 강효형 등 안무가를 육성해 한국적 창작 발레를 레퍼토리화하는 등 국립발레단의 도약을 이끌었다.

한국 발레는 젊은 무용수들이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를 휩쓸고 해외 최정상 발레단마다 우리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한 교수이고 창작 발레 안무를 다수 경험했다 하더라도, 직업 발레단, 그것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의 수장을 맡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단원들이 특히 염려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단원들은 입장문에서 “특정 인물을 무조건 배제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차기 단장은 직업 발레단의 훈련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연 제작 과정과 레퍼토리 운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용수들의 성장과 경력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있으며 단원들의 예술적 역량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발레단의 내부 질서와 창작 환경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발레단 수장, 직업 발레단 전문성 필수

실제로 세계 최정상 발레단의 예술감독은 뛰어난 무용수 출신으로 공연 현장에서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쌓은 뒤 예술감독이 된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의 현 예술감독 호세 마르티네스는 ‘무용계 오스카’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자 무용수상을 받은 파리오페라발레 수석무용수 ‘에투알’ 출신으로, 무용수 은퇴 뒤엔 스페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을 거쳐 친정인 파리오페라발레 예술감독이 됐다.

영국 ‘로열 발레’의 케빈 오헤어 예술감독 역시 로열 발레 수석 무용수로 오래 활약했으며, 발레단 운영 연수 등 전문 훈련 과정과 버밍엄 발레단 행정 감독 등을 거쳐 경험을 쌓은 뒤 로열 발레 예술감독이 됐다.

미국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BT)의 예술감독 수전 자페는 미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로 극찬받았던 ABT 수석 무용수 출신으로, 무용수 은퇴 뒤에도 ABT 이사회 고문과 리허설 디렉터, 노스캐롤라이나예술대 무용원장, 피츠버그 발레 시어터 예술감독 등을 거쳐 ABT의 예술감독이 됐다.

단원들은 “국립발레단의 리더는 결코 명예나 상징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무대 현장을 알고, 발레의 예술적 가치와 단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전문적인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실질적인 직업 발레단 경험을 갖추고 발레단 현장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며 한국 발레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물이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단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인스타그램 등 개인 소셜미디어에 입장문을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다음은 국립발레단 단원 입장문 전문이다.

국립발레단 단장 겸 예술감독 선임에 대한 단원 입장문

국립발레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레단이자 한국 발레의 기준과 미래를 책임지는 예술 단체입니다. 65년의 유구한 역사를 무대에서 그려오며 발레의 대중화를 이끌 뿐 아니라 해외로 뻗어나가 세계적으로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국립발레단을 이끌 단장 겸 예술감독이라는 자리는 발레단의 현장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며 한국 발레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인물이어야만 합니다.

저희는 특정 인물을 무조건 배제하거나 반대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차기 단장 겸 예술감독은 직업 발레단의 훈련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공연 제작 과정과 레퍼토리 운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아야 합니다. 무용수들의 성장과 경력 관리에 대한 실질적인 경험이 있으며 단원들의 예술적 역량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발레단의 내부 질서와 창작 환경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여야 합니다.

국립발레단의 리더는 단순히 서류에 사인만 하는 기관장이 아닙니다. 발레단의 예술적 방향을 결정하는 최종 책임자입니다. 그 자리는 결코 명예나 상징성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무대 현장을 알고, 발레의 예술적 가치와 단원들의 삶을 이해하는 전문적인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저희는 국립발레단의 미래를 위해 예술인으로서 요구합니다. 예술성과 현장성, 소통 능력과 책임감을 갖춘 리더를 모셔 와 주십시오. 발레단의 구조와 무대 현장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단원들의 예술적 성장을 이끌어 줄 인물이 필요합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국립발레단의 단장 겸 예술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직업 발레단 운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예술적 전문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주십시오.

저희 국립발레단 단원 일동은 대한민국 발레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언제나처럼 무대 위에서 최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립발레단 단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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