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에 CPTPP 가입 필수...변수는 ‘후쿠시마 수산물’”
“CPTPP, 통상 변동성 완충할 유일한 플랫폼”
“글로벌 이슈 대응 발언권 확보에 의미둬야”
“실리적 한일 관계·국내산업 보호대책 병행”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중동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6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CPTPP는 단순한 다자간 무역협정을 넘어 공급망 안정과 글로벌 통상 주도권을 좌우하는 전략적 과제로 평가했다.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싱가포르·영국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무역협정으로, 회원국 간 폭넓은 시장 개방과 통상 규범 통일을 목표로 한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회원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개선과 공급망 안정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동남아 국가와 호주·뉴질랜드 등 주요 자원·생산국이 포함된 CPTPP에 가입하면 공급망 안정 효과는 분명하다”며 “지금처럼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는 가입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도 “글로벌 공급망과 통상 질서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단독 대응이 어렵다”며 “CPTPP는 이러한 변동성을 완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적 실익에 대해서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한국은 CPTPP 회원국 대부분과 이미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태여서 추가적인 무역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경제안보·통상연구실 연구위원은 “CPTPP 가입이 GDP나 무역수지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불러올지는 불확실하다”면서 “(경제적 이익보다는) 다자 협정을 통해 글로벌 이슈 대응에서 발언권을 확보하고, 국제 통상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것을 막는 의미가 크다”고 봤다.
실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CPTPP에 가입하면 실질 GDP가 0.33~0.3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산업별로는 명암이 갈려 제조업에선 수출 및 생산이 증가하는 반면, 농업과 수산업에서는 생산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 분야의 생산 감소 규모를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정치적 변수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부터 정부가 CPTPP 가입 추진을 결정했지만 국회 상임위 보고 단계에서 막히며 절차가 진전되지 못했다”며 “농업 문제와 정무적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재는 정치 여건(거대여당)이 개선된 만큼 정부 의지만 있다면 추진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일본이다. CPTPP는 신규 가입국 승인 시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로, 사실상 일본의 입장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미국 탈퇴 이후 일본이 협정 출범과 운영을 주도해온 데다, 주요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큰 경제 규모를 바탕으로 협상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가입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과거사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 등이 한일 간 핵심 협상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단 의견도 있다.
김태황 교수는 “일본이 가입 조건으로 후쿠시마 수산물 문제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치적 판단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한일 관계를 실리적으로 잘 관리하고 국내 산업 보호 대책을 병행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3월 CPTPP 가입 여부와 관련해 “CPTPP 가입과 별도로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한 통상 옵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며 “양자·다자 협정을 병행해 가장 유리한 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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