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무싸'엔 유리했고 '허수아비'엔 불리했던 화제성 기준?
[원순우의 데이터로 보는 콘텐츠] '허수아비'가 증명한 숏폼 시대의 불편한 진실
[미디어오늘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

숏폼 플랫폼의 확산은 콘텐츠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긴 시간 동안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짧은 시간 안에 강한 감정적 자극을 제공하는 콘텐츠에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콘텐츠의 완성도나 서사적 깊이보다 '몇 초 안에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장면이 있는가'가 화제성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숏폼에서 높은 조회수와 공유를 기록하는 드라마 클립은 '강한 액션 장면', '코믹한 대사와 상황극', '강렬한 대화', '로맨틱 장면' 등이 해당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30~60초 분량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숏폼 플랫폼에서 확산되기 쉽다. 반면 미스터리, 스릴러, 정통 멜로, 휴먼 드라마와 같이 서사 축적을 통해 재미가 완성되는 작품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러한 작품들은 특정 장면 하나만 떼어내서는 매력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으며, 인물의 감정 변화와 사건의 맥락이 누적될 때 비로소 몰입감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숏폼으로 잘게 잘랐을 때도 재미가 유지되는가'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된 영상 환경
드라마 화제성에도 '숏폼 친화성'은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드라마 화제성은 단순 시청률뿐 아니라 유튜브 쇼츠,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서 얼마나 많이 소비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결국 오늘날의 화제성 경쟁은 작품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숏폼으로 잘게 잘랐을 때도 재미가 유지되는가'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된 것이다.
최근 종영된 <허수아비> 역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작품에 대한 평가와 몰입도는 높았고, 범인 추리 과정이 온라인에서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으며 재미강도지수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조사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펀덱스(FUNdex)에 따르면, <허수아비>는 L+2 등급으로 종영했다. L은 화제성 규모를 나타내는 사이즈 등급으로, 흔히 말하는 초대형 화제작(XL)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상위권 성적에 해당한다. 특히 재미강도지수를 의미하는 +2는 작품이 전개될수록 시청자와 네티즌의 몰입도가 높아지고 신규 유입이 크게 증가한 작품에 부여되는 등급이다. 실제로 2026년 들어 재미강도지수 +2를 기록한 드라마는 <허수아비>가 처음이다.
그럼에도 <허수아비>는 동시기 방영된 <21세기 대군부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멋있는 신세계>, <전설의 취사병> 등에 밀리며 TV-OTT 드라마 화제성 순위 5~6위권에 머무는 데 그쳤다. 드라마를 실제로 시청한 이용자들의 만족도와 몰입도는 매우 높았음에도 화제성 규모가 기대만큼 확장되지 못한 배경에는 '동영상 화제성'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허수아비>의 가장 큰 강점은 긴장감 있게 축적되는 추리 과정과 서사적 몰입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매력은 코믹 장면이나 강렬한 액션 장면처럼 짧은 영상만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내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결국 <허수아비>는 1분 내외의 숏폼보다 맥락과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중·장편 영상 클립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모자무싸>, 전작들과 달랐던 '코믹 지뢰'가 숏폼 플랫폼에서도 강한 반응 얻어
반면 동기간에 방송된 경쟁작 중 가장 비슷한 결을 보인 박해영 작가의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작품 특유의 느린 정서와 깊은 감정선을 유지하면서도 동영상 화제성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숏폼 플랫폼에서도 강한 반응을 얻었다는 의미다.
그 배경에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드라마 설계가 있다. <나의 아저씨>와 <나의 해방일지>가 인물의 내면과 정서를 천천히 축적하는 방식에 집중했다면,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보다 역동적인 캐릭터와 빠른 리듬을 적극 활용했다.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정신없는 남자 주인공, 경쾌한 음악, 그리고 매회 등장하는 통쾌한 장면들은 드라마의 매력을 짧은 클립 단위로도 소비할 수 있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박해영 작가의 전작들에서 상대적으로 보기 어려웠던 유머 코드가 곳곳에 배치됐다. 마치 '코믹 지뢰'를 심어놓은 듯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숏폼으로 재가공하기 좋은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 결과 동영상 화제성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중간부터 시청에 합류한 시청자들도 비교적 쉽게 작품에 적응할 수 있는 대중적 진입 장벽을 갖추게 됐다.
결국 <허수아비>의 화제성 규모가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커지지 않은 이유는 작품 경쟁력의 부족이라기보다 숏폼 시대의 콘텐츠 확산 구조와 작품 장르 간의 미스매치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앞으로도 추리극, 정통 스릴러, 휴먼 드라마처럼 '느리게 축적되는 재미'를 강점으로 하는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될 과제이기도 하다. 숏폼 시대의 화제성 경쟁은 이제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그 매력을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해 전달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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