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식 투자 끝난다”…아파트 대신 임대수익 시대 온다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전세는 지금 사라지는 길목에 서 있는 제도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재준 서울가옥 대표는 전세 제도의 위기와 임대 시장의 불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전세가 빠르게 무너지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 집을 소유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들여다볼 기회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한양대에서 건축공학과 실내환경디자인을 공부했다. 서울시의 공동체주택정책의 인증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2019)과 우수상(2017)을 받았다. 2025년부터 서울가옥 대표로 일하고 있다. 최근 <전세전쟁>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대표는 최근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불안을 느낀 사람이 내 집 마련에 몰두하면서 15억원 이하 중저가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당연한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서울의 중저가 시장을 담당하던 비아파트 공급이 현재 거의 전멸한 상태라 이 시장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15억원 이하 시장이 과열된다는 건 새집을 원하는 사람에게 맞는 신규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라며 "투기를 걱정해 수요를 억누르는 규제와 더불어 수요에 맞는 집을 더 빠르게 공급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입주할 수 있는 빠른 공급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직접 공급보다 민간시장에서 공급이 원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분양가나 임대료 등의 혜택이 거주하는 사람에게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금리가 오르면 집주인 입장에서 전세의 매력이 떨어져 월세를 선호하게 된다. 한국 역시 전 세계 대부분 나라처럼 월세가 기본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와 준비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매달 나가는 돈이 많이 늘어나는데, 충격을 줄여줄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 거주 30대의 주택 소유율이 심각한 내리막길 상태인 만큼, 정부가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 중심에서 임대 시장으로 '자산화 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 과거처럼 아파트를 사서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대하는 '로또식 투자'는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대신 주택을 안전자산으로 바라보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현상을 "선진국형 안전자산의 핵심은 투기나 자본 이득(시세차익)이 아니라 일정한 자기 자본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꾸준한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임대 시장이 안정되면 주택 가격의 변동 폭도 줄어들고, 리츠(부동산투자회사) 같은 상품을 통해 은행 이자의 두 배에 달하는 연 5~6% 수준의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해외 대도시처럼 우리나라도 전세가 사라지고 월세가 높아지면서 이전에 상상도 못 했던 시장이 열리고 있다"며 "자산으로 접근한다면 내가 매달 일정 비용을 주거비로 지출하거나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임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파트 외에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주택 상품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람들이 대단지 아파트를 원하는 것은 값이 오르고, 팔기 쉽고, 관리가 편한 데다 선택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전세 때문에 양질의 미들하우징(중산층 주거) 시장이 매우 빈약하다"며 "소유의 욕망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아파트만큼 믿을 수 있는 양질의 주택 유형이 많아지면 좋은 경험에 의해 대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집의 기준에 대해서는 '내게 맞는 집'이라고 정의했다. 내 자산이나 생활에 맞추기 위해서는 옷을 맞출 때 종이로 가봉하듯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며 모형으로 만들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평면도를 자주 그려 보면 내가 원하는 집이 어떤 것인지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아파트에만 살면 이 감각이 무뎌진다"고 말했다.
그는 집을 사려고 할 때 가장 고민해야 할 점으로 "이 집에서 평생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조언했다. 맞는다면 내가 원하는 삶을 나열해 보고, 아니라면 언제·얼마에·어떻게 팔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산으로서의 집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집을 따로 생각하되 두 가지의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집을 지을 때는 '내가 원하는 취향을 아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꼽았다. 불편한 것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것을 정확히 나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효율적이고 예술적이며 합리적으로 풀어주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기획자이자 사업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주말도 없이 밤을 새우는 업무 환경 때문이었다. 집을 너무 좋아해 건축과에 갔지만 사랑하는 건축을 포기할 수 없어 방향을 틀었다. 그는 이를 "집을 짓지 않는 대신 일을 짓는다"고 표현했다. 건축에서 배운 것들로 전시, 공간, 상품을 기획하는 사업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획은 서울 용산에 자리했던 '감정서가'를 언급했다. 운영 기획을 바탕으로 리노베이션(개보수)해 시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기관 대표가 바뀌면서 면적당 점유율이 낮다는 이유로 폐쇄된 공간이다. 그는 "공간의 가치를 숫자로 판단하는 시스템 앞에서 사라져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아파트처럼 잘 팔리는 주택 상품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건축가들의 능력은 상향 평준화됐지만 빌라 시장은 보편화된 품질 기준이 없어 집 장사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태도'를 꼽았다. 재료, 도구,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건축주도 매번 다르기 때문에 배움의 태도가 없으면 일찍 소진되는 '탈건'(건축 분야 일을 그만두고 다른 분야로 이직) 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건축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된다면 새로움을 받아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단순화해주는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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