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속의 여론] AI 의심할 줄 알지만 검증법은 모른다… '기존 검색 기록 배제' 41%뿐
일상 파고든 AI '문해력' 중요해져
75% '학습 기반 데이터 생성' 응답
작동 원리 이해도는 높은 편이지만
'가짜 정보 생성 가능성' 59% 그쳐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이 AI와 관련해 이번에 주목한 주제는 문해력(literacy)이다. 기존 디지털 기술과 구별되는 AI의 질적 전환은 인간의 인지와 지능을 대체한다는 데 있고, 때문에 단순 기술 수용을 넘어 비판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인간의 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월 23~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AI가 우리의 일상에 어떠한 양상으로 자리 잡았는지,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AI '준(準) 일상 도구'가 되다
전체 응답자의 56%, 2030 세대의 80% 안팎이 사용 경험
단순 검색을 넘어 '생각의 도구'로 확장
지난 1월 기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률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56%이고, 인지율은 76%, 유료가입률은 10%이다. 2030 세대에서는 80% 안팎으로 사용경험이 있고, 거의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20%)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응답(32%)을 합하면 사용자의 절반이 생성형 AI를 ‘준(準)일상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챗지피티의 유료 가입자 수가 미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차지한다는 오픈AI의 발표를 겹쳐 본다면, 우리 사회에 퍼지는 AI의 빠른 확산세를 더욱 실감할 수 있다.
기존 디지털 기술과 비교하면 AI 활용 양상의 차별화와 진화가 뚜렷하다. AI 사용층은 검색·요약·질문·번역 등 ‘학습·업무 관련 기본 검색과 지원’ 기능을 광범위(82%)하게 활용하고, 보고서 작성이나 데이터 해석 등 '학습·업무 관련 문제 해결'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응답도 63%에 달한다. 전통적 디지털 소비 지점이었던 ‘기본적 일상정보 검색’에 활용한다는 응답이 48%인 것을 고려하면, AI의 활용은 인간의 인지적 노동을 대체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AI 의존과 관련한 진술문에 대한 동의도를 살펴보면, 기능적 영역보다는 판단과 심리적 영역의 의존도가 높게 확인된다. '일을 AI 없이 시작하기 어렵다(22%)', '일상생활이 불편하다(26%)', '업무·학습 속도가 떨어진다(30%)'는 기능적 의존 3개 항목에 모두 해당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친다. 반면 ‘고민 전에 먼저 묻는다(39%)’, ‘원하는 결과를 정확하게 제공한다(56%)’, ‘AI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40%)’는 판단적 의존 3개 항목 모두 해당하는 사람이 19%로 기능적 의존보다 높다.
한편, AI가 정서적 교류의 대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친구와 나누는 수준의 일상적 대화’에 활용한다는 응답이 AI 사용층의 25%에 달하는데, 두드러진 차이는 아니지만 60대(29%)와 70대(28%),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31%) 등 고립 취약군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이미 공공영역에서는 AI스피커 돌봄과 안부 전화 등 고립 취약군을 지원하는 도구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사회적 교류와 고립 문제에서 이러한 AI의 개입을 바람직하게 봐야 할지는 고민해 볼 부분이지만, AI가 공동체의 역할을 일정 정도 대신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듯 AI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특히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할 인지능력 차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판별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AI문해력(literacy)’은 AI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놓치지 말아야 할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조사에서는 ‘AI 리터러시’ 개념을 체계화한 ‘EU·OECD 공동 프레임 워크’ 사례와 AI 문해력 측정의 방향을 탐색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최근 연구를 차용하여 우리의 AI 역량을 진단해 보았다. 두 사례 모두 AI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 기본 활용, 정보 한계 인식, 정보 검증 행동, 책임·통제 행동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10명 중 6명은 기본 이해와 조작, 정보 한계 인식까지 가능
먼저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작동 원리 이해, 기본 활용, 정보 한계 인식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진술문에서 ‘이해한다’ 혹은 ‘할 수 있다’는 긍정응답이 60~70% 수준이다.
기본 이해 영역에서는 ‘AI는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생성한다(75%)’, 이것은 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닌 ‘학습한 패턴에 기반한 결과이다(75%)’, 이로 인해 ‘같은 내용이라도 다른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73%)’ 등 기본 작동 원리에 대한 인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재배포되어 다양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62%)’,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59%)’ 등 확률 기반 생성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에 대한 이해는 비교적 낮다.
기본 활용 능력 차원에서 적절한 질문 구성(59%)이나 상황에 맞는 서비스 선택 능력(60%)이 비교적 낮지만, ‘필요한 정보를 질문할 수 있는(82%)’ 능력은 상당히 보편화된 상태이다. 비판적 이해에 해당할 수 있는 정보 한계 인식 영역에서도 거짓(79%), 아부(72%), 편향(76%), 차별(77%), 평균화(71%)의 위험성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다.




남아 있는 정보 검증 행동, 책임·통제 행동 영역을 살펴보기에 앞서, 대부분의 문항에서 20% 내외를 보이는 부정 응답층, 즉 AI 취약계층을 짚어보았다.
3개 영역별로 긍정 응답 항목 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평균값을 비교해 보면, 전체 응답자 평균(70점)에 비해 60~70대 고연령층(각각 63점, 60점), 고졸 이하(62점),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62점), 주관적 계층을 낮게 인식하는 집단(67점)에서 상대적인 취약성이 나타났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진단한 디지털 문해력 취약계층과 일관된 결과다. 이러한 격차가 반드시 불평등의 심화로 이어질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AI 시대의 각종 위협은 활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료 중심의 AI 시장 구조가 출발선부터 접근성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하며, 이들의 어려움은 깊이 고려되어야 할 바이다.

의심은 하지만 검증은 부족하다, 비판적 사용 역량의 한계
AI 사용경험층을 대상으로 정보검증 행동과 책임·통제 행동 역량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긍정응답이 70% 전후로 나타나 앞선 영역과 비교할 때 얼핏 양호해 보인다. 그러나 앞선 영역의 수치는 AI 역량이 낮은 집단을 포함한 전체 응답자 기준이다. 사용층만을 추려 영역별로 비교하면 비판적 활용 역량의 한계가 두드러진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AI 사용층의 영역별 점수를 보면, 정보 한계 인식(84점), 기본 이해(80점), 기본 활용 능력(78점)에 비해 정보 검증 행동(67점)과 책임·통제 행동(64점)이 확연히 낮다. AI를 의심할 줄은 알지만, 검증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상태다. ‘출처의 재확인(71%)’, ‘다른 출처 비교(74%)’, ‘내용 보완·개선(81%)’ 등 거짓 정보를 걸러내는 행동은 비교적 활발하지만, ‘기존 검색 기록을 배제(41%)’하는 알고리즘 편향 검증은 현저히 부족하다. 거짓이 세상에 대한 이해를 왜곡한다면, 아부나 편향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왜곡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AI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문해력 제고 관점에서 특히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책임·통제 영역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보인다. ‘개인정보보호(77%)’와 ‘저작권 준수(71%)’, ‘업무정보 유출주의(68%)’ 등 입력 단계에서의 실천은 높은 편이다. 반면, ‘내 질문으로 인한 편향 가능성 고려(62%)’나 ‘내 정보 학습 중단 요청(42%)’ 등 사용 이후의 책임 행동은 상대적으로 낮다.

AI 사용층의 정보 한계 인식 84점
검증 67점, 책임·통제 64점에 그쳐
AI 강국 위해 '비판적 활용' 힘써야
의심은 하지만 검증이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는 AI의 비판적 활용을 위한 지침과 훈련의 부재를 드러낸다. AI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대비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76%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비판적 활용 역량의 취약성은 AI가 인간의 판단과 인식을 잠식할 틈을 열어준다. 온 사회가 ‘AI 강국’을 향해 속도를 높이는 가운데, AI 문해력 제고를 위한 노력도 그에 발맞춰야 할 때다.
김혜진 한국리서치 부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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