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없는 우크라 종전협상…젤렌스키·푸틴, 선동·비방만 되풀이

오수진 2026. 6. 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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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뜬금없이 "만나자"…푸틴 "아무 의미없다" 바로 퇴짜
혐오·불신 재확인…'불법 통치자' vs '대화 거부하는 고령 전쟁광'
예상된 공세와 역공…젤렌스키, 전세변화에 트럼프 향한 메시지 강화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4년이 훌쩍 넘은 전쟁의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지도자가 진두에 나서는 상호 비방전을 되풀이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뜬금없이 정상회담을 열자는 서한을 보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으나 그 결과는 서로 혐오와 불신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정상 담판을 통한 종전을 거론했다.

그는 "협상 기간 전면적인 휴전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구체적인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안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대화를 거부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기 위한 선동으로 직접 대화를 요구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에서 축출할 신나치 세력의 수괴로 공표한 까닭에 정상회담을 열면 정치적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건 주요 목표는 젤렌스키 정권을 전복한다는 '탈나치화'였다.

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답변은 많은 이들이 예상한 대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냉소와 비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우크라이나 측의 서한을 확인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대면 요청은 "아무 의미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취지의 서한 내용을 염두에 둔 듯 "무례한 요소가 담겨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불법적인 국가 지도자로서 정통성이 없다는 주장도 다시 제기했다.

그는 "헌법의 테두리 밖에서 권력을 행사하는 일은 권력 찬탈, 즉 형사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두려워하지 말고 선거에 출마하라"고 말했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5년 임기가 2024년 5월에 끝났지만 계엄령을 통해 임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삼은 발언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때문에 계엄령을 내렸는데 계엄 상태에서는 선거가 금지된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의 취임 때까지 현직 대통령이 권한을 행사한다고 헌법에 명시된 까닭에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계엄령 갱신 때 계속 연장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반응이 나오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상된 대로 푸틴 대통령의 대화 거부, 전쟁지속 의지를 지적하는 비판을 쏟아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다시 한번 전쟁을 선택했다"며 "많은 이들이 대답을 들었고 그 대답 때문에 세계의 많은 이들이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켓 발사하는 우크라이나 군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개서한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협상 동력을 상실한 양측이 상호비방 성격의 선동만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준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라로비 키이우 경제대학 정치심리학과 부교수는 애초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송한 서한 자체가 '보여주기'식에 가까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한이 우크라이나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일 전날인 지난 3일 이 지역에 드론 공습을 퍼부어 공포감을 키워놓은 상황에서 발송됐고, 특히 서한 공개 시점은 푸틴 대통령이 국제경제포럼 참석 외신 매체 브리핑을 하는 와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파장을 일부러 키우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번 서한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종전협상을 중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 당시 우크라이나 전쟁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하며 종전 중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작년 취임 후 젤렌스키, 푸틴 대통령을 번갈아 만나며 종전협상에 공을 들였으나 양측의 근본적 입장차 때문에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는 지난 2월 발발한 중동전쟁으로 미국의 외교력이 모두 중동에 쏠리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얻을 외교 치적을 다시 계산하도록 유인하는 데 공을 들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는 인공지능(AI)과 드론을 앞세운 무기로 최근 몇 달 새 전황을 바꿔 러시아의 점령지 확대를 더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패전 가능성이 작아지는 우크라이나에 다시 눈을 돌릴 이익이 있다는 해설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한 발송과 최근의 드론 공격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읽었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북돋울 수도 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으며 러시아 내부의 분열을 부추기는 데 일조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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