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이 슈퍼 엘니뇨 방아쇠 당겼다‥역대 최강 전망까지 [기후인사이트 32 | 인싸M]

동태평양의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출현하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사이 전 지구적인 기후의 최대 이슈는 슈퍼 엘니뇨의 출현과 그에 따른 기온 급상승으로, 지구의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넘어 최고치를 경신할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전 세계 엘니뇨 예측 기관들은 악명 높은 '봄철 엘니뇨 예측 장벽 [각주 1]'을 넘어 한층 분명한 엘니뇨 강도 예측 결과를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예측 결과를 보면, 이번 엘니뇨가 강력한 엘니뇨가 될 것이며, 슈퍼 엘니뇨로 발달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태평양 엘니뇨 감시 구역(NINO3.4)의 수온이 예년보다 1.5도 이상 상승하면 강한 엘니뇨, 2도 이상은 매우 강한 엘니뇨로 정의하는데, 2~2.5도 이상부터는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13개 주요 엘니뇨 예측 모델의 예측 결과를 보면 이번 엘니뇨가 현대적인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강력한 엘니뇨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권위 있는 엘니뇨 예측기관인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최신 예측에서 올 가을 엘니뇨가 '강력~매우 강력'한 수준까지 발달할 확률이 67%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전 예측에서 제시한 51%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번 엘니뇨는 왜 이렇게 강하게 발달하고 있는 걸까요? 기후전문가 국종성 교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는 두 가지 원인을 지목합니다. 지난 2년간 이어진 라니냐 현상으로 서태평양에 많은 에너지가 축적됐고, 이렇게 축적된 에너지를 동태평양으로 보내는 강한 파동이 발생했습니다.
엘니뇨는 결국 이 파동에 의해 시작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파동입니다. '켈빈파'로 불리는 이 파동을 만든 건 뭘까요? 강력한 '서풍 돌풍'입니다.
강력한 서풍 돌풍이 동쪽으로 전파되는 파동을 일으켰고, 이 파동이 남미 연안까지 에너지를 보내 동태평양의 수온이 급속히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태평양에 축적된 에너지가 장약이라면,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 서풍 돌풍입니다. [각주 2]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엘니뇨의 방아쇠 같은 역할을 한 서풍 돌풍이 올 봄에 이례적으로 강했다는 점입니다. 4월 10일을 전후한 시기에 적도 부근 서태평양 해역에서는 매우 강한 서풍이 불었습니다.
이 시기에 서태평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거대한 태풍이 발달하고 있었습니다. 슈퍼태풍 '신라쿠'였습니다. 이 태풍이 적도 해역에 더 강력한 서풍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국종성 교수는 "태풍 '신라쿠'가 서풍 돌풍 현상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슈퍼 태풍 '신라쿠'는 중심기압 905hPa, 중심 최대풍속이 시속 280km에 달했으며, 허리케인 등급으로 따지면 최고등급인 5등급 위력으로 발달했다고 말했습니다.
NASA는 슈퍼 태풍 '신라쿠'가 이 시기에 발생한 태풍 중 이례적으로 강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금까지 서태평양에서 발생한 2천개 가까운 태풍 중에서 4월 중순 이전에 발생한 태풍 중 '신라쿠'보다 강한 태풍은 1개(2021년 슈퍼 태풍 '수리개') 밖에 없었습니다. 태풍 발생 해역의 수온이 높았고, 태풍 발달을 방해하는 상층 바람이 약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례적인 시기에 출현한 슈퍼 태풍이 슈퍼 엘니뇨의 방아쇠를 더 강하게 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기후학자들은 적도 태평양에서 발생한 서풍 돌풍의 69%는 태풍 등 열대 저기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1]
국 교수는 이번 엘니뇨가 역대급 슈퍼 엘니뇨 수준으로까지 발달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강력한 엘니뇨가 될 것이란 점은 분명하며, 지구의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강한 엘니뇨가 출현할 경우 기후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고 오래 지속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각주] 1. ENSO(엘니뇨, 라니냐) 예측 장벽: 대략 2월~5월 사이에 ENSO 예측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시기는 열대 태평양의 변동성이 큰 시기로, ENSO 예측은 5월 이후 정확도가 높아집니다. 2. 서풍 돌풍(westerly wind burst) : 라니냐 시기에는 강한 무역풍(동풍)이 따뜻한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 서태평양에 에너지가 쌓입니다. 바다에서는 스스로 동서간 에너지 균형을 회복하려는 힘이 발생하는데, 이 힘이 엘니뇨의 원동력이 됩니다. 엘니뇨의 시작 단계에서는 동풍인 무역풍에 맞서 에너지를 동쪽으로 보내는 강한 서풍이 필요한데 이것을 '서풍 돌풍'이라고 부릅니다. [출처] 1. Lian, T. et al. (2018). Linkage between westerly wind bursts and tropical cyclones.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45, 11,431-11,438.
김승환 기자(coco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828172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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