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푼으로 파낸 오이 속에 빨간 파프리카 콕콕…예쁘고 상큼하네[절로미식회]

이번 식재료는 오이다.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 오이는 가장 단단하고 향이 좋을 때를 맞는다. 수분 함량이 95%가 넘는 오이는 오래전부터 여름 갈증을 달래는 채소였다. 선조들은 오이를 생채로 먹기도 했지만 소금물에 절여 오이지를 담그며 긴 여름을 버텼다. 특히 단오와 하지 무렵이면 집집마다 장독에 오이를 눌러 담갔다. 지금 담근 오이지가 한여름 밥상을 책임진다는 말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더위가 깊어지면 오이씨가 굵어지고 껍질도 질겨지므로, 초여름의 단단한 오이가 가장 귀한 철로 여겨졌다. 오이는 칼로리가 낮고 수분과 칼륨, 비타민K가 풍부하다. 더위에 지친 몸의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되고, 아삭한 식감 덕분에 입맛이 떨어지는 계절에도 부담 없이 먹기 좋다.
이번 절로레시피는 선재 스님의 제자인 주호 스님이 소개하는 ‘오이백김치’다. 일반적인 오이소박이처럼 맵고 자극적인 양념을 쓰지 않는다. 오이 안에 무와 파프리카를 채워 넣어 색감과 식감을 살리고, 배즙을 더한 국물로 은은한 단맛을 낸다.
만드는 법도 어렵지 않다. 오이는 네 등분한 뒤 가운데를 작은 티스푼으로 돌리면 씨 부분이 동그랗게 빠진다. 주호 스님은 “어린아이도 따라 할 만큼 간단한 작업”이라면서 “아이들도 함께 만들고 먹을 수 있는 순한 여름 김치”라고 설명했다. 손질한 오이를 연한 소금물에 30분 정도만 짧게 절인다. 푹 절이지 않고 풋내만 살짝 가시는 정도가 좋다.
속재료는 오이 길이에 맞춰 채 썬 무와 파프리카다. 무 역시 살짝만 절여 아삭함을 남긴다. 절인 오이 속에 무와 파프리카를 가볍게 끼워 넣으면 알록달록한 색이 살아난다. 주호 스님은 “맛도 중요하지만 위트 있게 먹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국물은 배를 갈아 낸 즙에 생수를 섞고 소금으로 간한다. 물 1ℓ 기준 소금은 숟가락으로 3스푼 정도 넣으면 적당하다. 바로 먹을 때는 이대로만 써도 산뜻한 맛이 난다. 조금 더 깊은 맛을 원하면 밀가루나 밥으로 묽은 풀국을 만들어 아주 소량 넣는다. 밥을 믹서에 갈아도 되고, 물에 밀가루 한 숟가락을 섞어 끓인 뒤 식혀 사용해도 된다. 탄수화물이 들어가면 은은한 발효가 일어나면서 국물 맛이 한층 부드러워진다. 오미자청이 있다면 종이컵 반컵(100㎖) 정도 국물에 넣어도 좋다. 국물 색도 예뻐지고 여름 배탈도 막아준다.
사찰음식은 마늘·파·부추·달래·양파 같은 오신채를 쓰지 않는다. 강한 향이 재료 본연의 맛을 덮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호 스님은 “마늘을 넣으면 맵고 단맛이 강해져 오이의 청량함이 흐려진다”며 “오이백김치는 채소 각각의 맛이 또렷하게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이백김치에는 감자채전이나 상추전 같은 담백한 전을 곁들이기 좋다. 주호 스님은 “아이들은 맵고 짠 김치보다 이런 백김치를 훨씬 편하게 먹는다”며 “오이 속을 채우는 과정 자체가 놀이처럼 즐거운 음식”이라고 했다.
>>> 3분 절로레시피
재료: 오이, 무, 파프리카, 배, 소금, 생수
(선택 재료: 밀가루 또는 밥)
1. 오이를 네 등분한 뒤 티스푼으로 가운데 씨를 동그랗게 파낸다.
2. 연한 소금물에 오이를 30분 정도만 짧게 절인다.
3. 채 썬 무도 살짝 절이고, 파프리카는 오이 길이에 맞춰 썬다.
4. 오이 속에 무와 파프리카를 가볍게 채워 넣는다.
5. 배즙과 생수, 소금을 섞어 국물을 만든다.
6. 깊은 맛을 원하면 묽은 풀국을 아주 조금 넣은 뒤 함께 부어 완성한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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