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각자도생은 기후 재앙...지구 구할 결단 내려야“

"에너지 전환만으론 부족…소비 구조·불평등도 함께 바꿔야"
세계 인구 89%의 소득이 두 배로 늘고, 지구 기온 상승은 1.8도에서 멈춘다. 세계불평등연구소(World Inequality Lab)가 4일 발표한 '글로벌 정의 보고서(Global justice report)'가 제시하는 2100년의 모습이다. 보고서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기후대응은 서로 충돌하지 않으며 오히려 함께 추진해야만 둘 다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학교 교수가 공동 소장을 맡은 이 연구소는 45명의 저자와 200명 이상의 데이터 연구자를 투입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발표를 위해 4일부터 사흘간 파리에서 열린 세계불평등 학술대회에는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의 저자 장하준 SOAS 런던대학교 교수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현재 규모의 탄소배출이 이어지면 2100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4도 넘게 오른다. 보고서는 이를 막으려면 에너지 전환, 경제구조 전환, 불평등 압축이라는 세 가지 전환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전환이 가장 시급하다. 2050년까지 화석연료 비중을 전체 에너지 수요의 20% 이하로 낮추고 세기말에는 완전히 퇴출한다.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매년 세계 GDP의 3~4%를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것만으로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본다.
경제가 얼마나 많은 자원을 어디에 소비하느냐도 기온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으로 확보한 여유를 더 많은 소비 대신 더 많은 여가로 돌린다. 식단에서 붉은 육류를 줄여 축산업을 위한 산림벌채를 억제한다. 교육·보건처럼 물질 소비 없이도 삶의 질을 높이는 분야로 경제의 무게중심을 옮긴다.
연간 노동시간을 현재 약 2100시간에서 2100년까지 1000시간(주 25시간, 연간 휴가 12주 수준)으로 단축한다. 교육·보건 분야가 전체 노동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11%에서 43%로 끌어올린다.
보고서는 이를 경제 규모 자체를 줄이자는 탈성장론과 구분한다. 소득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 구조를 바꿔 탄소발자국을 줄인다는 논리다. 실제로 2100년 1인당 GDP를 1만5000유로(약 2700만 원)로 균일하게 낮추는 탈성장 시나리오의 기온상승 억제 전망치는 1.9도인데, 구조전환을 동반한 이 시나리오는 오히려 낮은 1.8도를 기록한다.

현재 1인당 월 국민소득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90유로(약 52만 원)에서 북미·오세아니아 4590유로(약 820만 원)까지 16배 차이가 난다. 보고서는 이를 2100년 전 세계 5000유로(약 890만 원)로 수렴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한 나라 안에서도 소득 격차는 최대 5배, 자산 격차는 최대 10배로 압축한다. 억만장자 집단(세계 인구의 0.001%)의 자산 비중은 현재 6%에서 0.05%로 줄고, 하위 50%의 자산 비중은 2%에서 30%로 15배 늘어난다.
억만장자에 최고 20% 자산세…현 개발원조의 25배 규모
이 전환을 실행할 핵심 기제는 '글로벌 정의 기금(Global justice fund)'이다. 세계 평균 자산의 10배 이상 보유자부터 누진 적용해 억만장자에게는 연 최대 20%의 자산세를, 최상위 소득자에게는 최고 90%의 소득세를 부과해 재원을 마련한다. 두 세금 모두 전 세계 인구 상위 약 1%가 대상이다.
2026~2060년 연평균 지출 규모는 세계 GDP의 10.3%로 설계됐다. 현재 공적개발원조와 UN·IMF·세계은행 예산을 모두 합쳐도 세계 GDP의 0.4%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다.

"정치적 장벽 만만치 않아"
그럼에도 정치적 저항이 최상위 부유층 외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부유국에서는 소득 상위 10~20% 계층도 반대 세력이 될 수 있다. 고성장·급속한 기온상승 경로와 비교할 때 이들은 소득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최근 공개됐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전 세계 억만장자 자산은 16% 이상 늘어 역대 최고인 18조 3000억 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주요 공여국들의 공적개발원조 규모는 전년 대비 23.1% 줄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자산세 논의도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더디다. 글로벌 정의 보고서 저자 가브리엘 주크만 UC버클리 교수가 G20에 제안한 억만장자 최소세는 연 자산의 2%로, 보고서가 설계한 최대 세율 20%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G20 전문가위원회는 2025년 11월 억만장자가 일반 시민보다 공직을 맡을 가능성이 4000배 높다고 분석했다. 자산이 권력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이 전환을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라는 의미다.
보고서는 "가능성을 가로막는 것은 기술적 불가능성이 아니라 정치적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보통선거권 확립과 교육·보건의 보편화, 복지국가 건설이 가능했던 것처럼 이러한 전환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취지다.
토마 피케티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 소장은 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도널드 트럼프와 유럽 및 전 세계에 있는 '작은 트럼프들'이 보여주는 이념은 결코 실현될 수 없다"면서 "결국 우리는 자원과 권력의 협력적 재분배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경, 기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