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빠진 선관위···'소쿠리 투표·홍어 영상·채용 특혜' 재조명

최악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벌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소쿠리 투표' 논란과 고위직 자녀 채용 특혜 의혹, 선거철 휴직 증가, 홍어 홍보영상 논란 등이 다시금 부활하면서 일회성 실수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시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67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공급이 이뤄졌다. 서울에서는 송파구에서만 15개 투표소가 투표용지 부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핵심은 투표용지 제작 방식이다.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체 유권자의 110% 수준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의 경우 본투표용 용지가 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부 투표소에서는 선거인 수의 약 50% 수준만 인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추가 투표용지 이송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일부 유권자는 대기표를 받고도 투표를 포기하거나 개표 방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뒤늦게 투표를 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참정권 보장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방선거 당일일 3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는 자체적으로 투표 마감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했다. 이후 일부 시민들이 개표 중단과 재선거를 요구하며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운영 혼선이 불필요한 부정선거 논란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총선에서는 투표용지에 QR코드가 인쇄되면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있었다. 2022년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등의 투표용지가 투표함이 아닌 바구니와 쇼핑백 등에 담겨 이동되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가 발생해 관리 부실 비판을 받았다.
이어 2023년에는 고위직 자녀 채용 특혜,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선관위는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선관위의 독립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후 감사원의 전수조사 과정에서는 다수의 채용 절차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선거가 있는 해마다 증가하는 휴직자 문제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둔 5월 초 기준 선관위 휴직자는 176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6% 수준이었다. 선관위가 지난해 내부적으로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휴직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음에도 휴직 규모는 크게 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홍보 과정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개된 선관위 공식 유튜브 홍보영상에는 특정 지역 비하 표현으로 사용되는 상징물이 등장해 검수 부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또 다른 쟁점은 예산 집행이다. 선관위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전체 유권자의 110% 수준으로 투표용지를 제작한다는 기준에 맞춰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일부 투표소에서는 인쇄 물량을 대폭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예산 산정 기준과 실제 집행 과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현장 운영 실수를 넘어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의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제도와 운영 방식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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