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목 붓고 열나면 감기? 관절염일 수도

김태훈 기자 2026. 6. 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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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질병으로 오인 쉬운 ‘고열 동반’ 질환들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아이들은 열이 잘 난다. 감기를 비롯해 인플루엔자(독감)나 수족구병 등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은 여러 가지다. 열이 나는 일이 잦기에 미열이 있어도 심각한 질환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비뇨기계에 생기는 요로감염이나 방광요관역류, 관절에 발생하는 화농성관절염처럼 발열이 다른 질환의 증상일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이런 질환은 낯설지만 흔히 발병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여섯 살 아들을 둔 어머니 A씨는 아이가 며칠 전부터 목이 붓고 열이 나는 증상을 보이자 감기나 편도염으로 생각하고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평소 걸렸던 감기 증상과 달리 아이가 갑자기 무릎 통증을 호소하며 걷기를 꺼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뛰어놀다가 다쳤을 것이라 생각하고 곧 나을 줄 알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 주변이 붓고 뜨거워지며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증상까지 보이자 병원을 찾았고 급성 화농성관절염이란 진단을 받았다.

급성 화농성관절염의 초기 증상은 감기나 가벼운 외상처럼 보이지만 발열이 가라앉지 않고 이어지며 관절 주변의 통증이 심해져 보행장애 등이 뒤따라 나타나기도 한다. 이 질환은 세균이 관절 안으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발생한다. 특히 어린 아동에게는 편도염, 인후염, 피부 감염 등 다른 부위의 감염 뒤에 세균이 혈액을 타고 관절로 퍼져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혈액을 따라 세균이 몸의 다른 부위로 이동하는 ‘혈행성 전파’는 원래 깨끗하게 유지되는 관절에 세균이 침범하게 만들어 염증과 함께 관절 연골의 손상까지 부를 수 있다.

다리 절거나 관절 통증 호소하면
‘급성 화농성관절염’ 의심해봐야
구토 땐 배뇨·옆구리 통증 확인
요로감염·방광요관역류 가능성
감기나 장염으로 오인하기 쉬워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넘어지고 부딪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감염에 따른 급성 염증질환을 처음부터 알아차리긴 어려울 수 있다. 화농성관절염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은 경우는 발열이 있는 다른 감염질환을 겪은 뒤 갑자기 다리를 절거나 관절 통증을 호소하고 해당 부위가 부어 있을 때다. 질환이 발생하는 부위는 무릎, 고관절, 발목, 어깨 등 곳곳의 관절이며 통증과 함께 피부가 붉어지고 열감을 보일 때가 많다. 고관절에 생기는 경우엔 겉으로 증상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갑자기 다리를 절거나 걷지 않으려 하는 증상, 기저귀를 갈 때 다리를 움직이면서 우는 모습 등이 단서가 된다.

아이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 급성 화농성관절염이 의심되면 서둘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치료가 늦어지면 관절 손상이 생겨 발달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응급질환이기 때문이다. 혈액과 관절액 검사, 영상검사로 단순한 타박상인지, 감염이 원인인 관절염인지 구별해 진단할 수 있다.

장우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소아 급성 화농성관절염은 단순 외상이나 성장통, 감기 뒤의 일시적인 통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빠른 치료가 필요한 응급질환”이라면서 “아이들의 관절 건강은 움직임뿐 아니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며, 빠른 진단에 적절한 치료가 이어지면 관절 손상을 줄이고 아이가 일상으로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치료를 진행하면 항생제 투여와 함께 관절에 고인 염증 물질을 제거하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세척술이나 관절경 수술 등을 환자 상태에 맞춰 시행한다.

만약 발열 외에 별다른 감기 증상은 없으면서 아이가 처지고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배뇨통이나 옆구리 통증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요로감염이나 방광요관역류 역시 발열을 동반하지만 영유아 시기엔 증상을 명확히 알아차리기 어려운 질환이기 때문이다. 소변이 방광에서 요관을 거슬러 신장으로 역류하는 방광요관역류에 요로감염까지 함께 나타나면 세균이 신장까지 올라가 급성 신우신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소아기엔 요관과 방광이 연결되는 부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선천적 요인으로 방광요관역류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은데, 기저귀를 착용하는 시기엔 대변에 있던 세균이 요로로 들어가 요로감염까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생아나 영유아가 이들 질환을 앓으면 열이 나면서 보채는 모습을 보이고 잘 먹지 않고 축 처져 있을 때가 많으므로 감기나 장염으로 오인하기 쉽다. 소변을 볼 때 유독 보채거나 아파하는지 살피고 소변 냄새에 변화가 있거나 혈뇨가 나오는지도 봐야 한다. 특히 요로감염을 앓은 적 있는 아이라면 고열 증세를 보일 때 재발 가능성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병원을 찾으면 소변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신장·방광 초음파검사와 배뇨방광요도조영술 등으로 방광요관역류가 있는지, 신장까지 염증이나 손상이 발생했는지를 알아볼 수 있다.

심지성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아 방광요관역류는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선천성 요로질환 중 하나지만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신장 손상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영유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이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로 넘기지 말고 소변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 질환의 치료는 소변 역류 정도와 요로감염의 반복 여부, 신장 상태, 배뇨장애 동반 가능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가벼운 요로감염은 항생제로 호전될 때가 많고, 방광요관역류도 경미하고 성장기를 거쳐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면 추적관찰을 하는 정도에서 추가 치료는 불필요한 경우도 많다. 반면 역류가 심하거나 발열성 요로감염이 반복되는 경우, 신장 손상 위험이 큰 경우 등에는 수술 치료까지 필요할 수도 있다.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면 신장 기능의 저하나 고혈압 등의 문제가 이어질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심 교수는 “일부 소아는 성장 과정에서 방광요관역류가 자연 호전되지만, 발열성 요로감염이 반복되면 신장에 손상이 남을 수 있다”며 “보호자는 아이의 체온 변화, 소변 양상, 식욕과 기력 변화를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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