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사수 장치 쌓인 스페이스X…상장 앞두고 기관투자자 '딜레마'
연기금, 수익률과 스튜어드십 코드 사이 딜레마
대형 지수 조기 편입으로 패시브 자금 쏠림 예상

오는 6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스페이스X의 최초등록신고서(S-1)에 다수의 경영권 보호 조항이 포함되며 지배구조 관련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대규모 기업가치와 대형 지수 조기 편입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기관투자자의 패시브 자금 유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고수해 온 연기금들이 수익률 추종 압박과 지배구조 개선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페이스X가 제출한 S-1에는 현 경영진과 내부자들에게 유리한 경영권 방어 장치들이 다수 포함됐다.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Class B)을 통해 일론 머스크 CEO 등 주요 투자자는 42%의 지분으로 79%의 의결권을 확보한다.
이는 사실상 법적으로 일반 상장사 수준의 독립적인 지배구조 의무를 면제받는 '지배회사 예외조항(Controlled company exemption)'이 적용되는 구조다. 여기에 CEO 해임 시 본인 동의를 필수 요건으로 지정해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차단했으며 증권사기 등에 대한 주주 소송 시 의무 중재안(mandatory arbitration)까지 명시했다.
기업 등록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이전한 점도 주주 권리에 영향을 미친다. 텍사스 주법상 주주가 회사를 대신해 경영진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최소 3%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1조7500억달러로 추정할 경우 상장 시장에서 500억달러 이상의 주식을 확보해야 소송 제기가 가능해 사실상 소송을 통한 상시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 연동형 다층적 보호예수(락업) 해제 구조 역시 투자자 권리 구제의 제약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이스X는 상장 후 첫 분기 실적 발표 직후부터 실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호예수를 해제할 계획이다. 유통시장에서 IPO 등록 주식과 비등록 주식이 혼재될 경우 추적이 어려워진다.
미국 증권법 제11조에 따라 허위공시 등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가 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매수한 주식이 해당 등록신고서에 기반한 주식임을 직접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2023년 미국 대법원이 '슬랙(Slack)' 판결에서 입증 책임을 주주에게 명시함에 따라 향후 내부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사후 법적 구제는 사실상 차단될 전망이다.
이러한 지배구조 논란에도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등 글로벌 연기금의 투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 지수 편입 요건이 스페이스X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변경된 나스닥100 지수 요건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40위 내 기업은 최소 유통 주식 수 제한 없이 상장 15일 만에 조기 편입(fast entry)이 가능하다. 스페이스X의 초기 상장 규모는 지분의 4.3%(약 750억달러) 수준으로 예상되지만 시총 규모가 커서 지수 편입 시 인덱스 펀드 및 연기금들은 이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한다. S&P500 역시 초대형 주에 대해 편입 대기 기간을 6개월로 단축하고 수익성 요건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나스닥 조기 편입이 예정돼 있어 단기간 100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며 스페이스X의 유통물량이 시총의 4%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수 편입 직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론 머스크 CEO의 85% 의결권 집중과 내부통제 미비, 관계자 거래 남발로 인해 '파국적 지배구조(catastrophic governance)' 논란에 직면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관점에서 봤을 때 메가톤급 성장 스토리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호겸 기자 hkkim82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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