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강남 명품거리 한복판에 들어선 캠핑 공간⋯ 롯데홈쇼핑이 에이글 택한 이유
오프라인 거점 넓히는 롯데홈쇼핑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명품 브랜드 매장이 줄줄이 늘어선 거리 한복판에 작은 캠핑 공간이 들어섰다. 나무 사이로 형형색색의 러버부츠가 놓여 있고, 캠핑 의자에 앉은 방문객들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지난 5일 찾은 프렌치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AIGLE) 도산점의 모습이다. 롯데홈쇼핑은 2024년 에이글의 국내 독점 판권 계약을 따오고, 지난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첫 정규매장을 연 데 이어 최근 도산대로에 두 번째 정규매장을 선보였다.

도산점은 1989년 프랑스 생제르맹에 문을 연 에이글 플래그십 스토어 콘셉트를 계승한 공간이다. 롯데홈쇼핑은 “프랑스와 홍콩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선보이는 플래그십 매장”이라며 “프랑스 본점의 감성과 브랜드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매장 앞 야외 공간에는 고객 체험형 공간인 ‘에이글 파크’가 조성돼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도 자연과 아웃도어 감성을 누릴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연인들은 캠핑 의자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즐겼다. 한편에서는 스탬프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들이 젤라또를 받아 들고 포토존을 둘러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에이글의 상징은 단연 러버부츠다. 에이글 관계자에 따르면 상당수 고객이 러버부츠를 계기로 에이글을 접한 뒤 의류와 액세서리 등 다른 제품군으로 관심을 넓혀간다. 에이글 파크 곳곳에도 식물과 함께 러버부츠들이 전시돼 있었다. 야외 행사 제품들은 9만9000원 균일가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오는 7일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매장 1층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풍경 역시 ‘러버 포레스트’였다. 천연고무 원산지인 헤베아 숲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물이며, 그 중심에는 프리미엄 러버부츠가 배치됐다. 실제로 부츠를 만져보니 일반 고무장화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촉감이었다.
에이글의 러버부츠는 프랑스 장인들의 수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김현정 롯데홈쇼핑 패션DT 팀장은 “기계로 찍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장인들이 직접 작업하는 만큼 생산 속도가 느리고 제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면서도 “그 자체가 에이글의 헤리티지이자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러버부츠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진화하고 있었다. 김 팀장은 “과거에는 무릎까지 오는 롱부츠가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종아리 중간 정도 길이의 ‘미들 부츠’를 더 선호하는 추세”라며 “비 오는 날에만 신는 기능성 제품이 아니라 일상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이 에이글에 주목한 이유는 러버부츠만이 아니다. 매장 외곽에는 레인코트와 윈드브레이커, 티셔츠, 데님, 반려견 용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이 진열돼 있었다. 등산이나 캠핑 등 특정 목적에 초점을 맞춘 기존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출근길부터 산책‧하이킹까지 일상 전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김 팀장은 “회사에서 일하다가도 가볍게 산책나갈 수 있는 옷”이라며 “일상과 아웃도어의 경계를 허문 제품군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한 방문객은 “레인부츠 브랜드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제품 비중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고 덧붙였다.
아웃도어 제품에도 한국 시장을 겨냥한 상품 전략이 눈에 띄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강화한 ‘솔라팩’ 라인은 아시아 소비자를 겨냥해 별도 기획됐고,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시원한 소재의 윈드브레이커와 경량 아우터가 주요 상품으로 소개됐다. 이 밖에도 방수 기능을 강화한 ‘레인팩’ 라인으로 장마철 수요도 잡았다.

매장 2층에는 브랜드 영상과 비주얼 연출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프랑스 생제르맹 플래그십 스토어의 분위기를 재현한 공간으로, 방문객들은 영상을 감상하거나 제품을 둘러보며 브랜드 철학을 체험할 수 있다. 한편 같은 층에는 프랑스 편집숍 ‘APTE’ 공간도 함께 구성돼 APPARIS, BOSABO, MOISMONT 등 제품까지 구경할 수 있다.
이처럼 롯데홈쇼핑이 도산점을 낸 배경에는 단순 판매보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 특히 도산로는 국내 2030세대와 외국인 관광객, 패션 고관여층이 한데 모이는 상권으로서, 팝업스토어와 플래그십 매장을 통해 젊은 소비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도산에 커피를 마시러 왔다면 이제는 쇼핑을 하러 오는 흐름도 강해졌다”면서 “플래그십 매장은 매출뿐 아니라 콘텐츠를 생산하는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향후 에이글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9일부터는 현대백화점 충청점 팝업이 예정돼 있으며, 동부산 지역에서도 신규 매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무리한 다점포 전략보다는 핵심 상권 중심의 제한적 확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본사와 계약할 때도 3년 안에 8개 매장 정도로 목표를 논의했다”며 “물론 온라인 시장이 가장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오프라인 거점이 있어야 온라인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에이글 도산점은 단순한 아웃도어 매장이 아니다. 롯데홈쇼핑이 홈쇼핑을 넘어 브랜드 사업자로 확장하려는 실험장이자, 도심 한복판에서 기능성과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선보이겠다는 전략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명근 기자 me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