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도 없고 돈도 없고”...트럼프 건국 250년 행사, 결국 국립공원 입장료 빼쓴다[1일1트]

서지연 2026. 6. 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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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 수입 9000만달러 워싱턴DC로 전용
불꽃놀이·분수 복원·헬리패드 사업에 투입
240억달러 보수 밀린 국립공원은 뒷전
“공원 희생해 수도 치장” 비판 확산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건설 인력이 내셔널 몰의 일부를 차단하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사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정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주요 가수들이 행사 주최 단체의 정치적 성격을 문제 삼아 잇따라 공연을 취소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대신 무대에 서겠다”고 나선 데 이어, 이번에는 옐로스톤과 요세미티 등 국립공원 입장료 수입 수천만달러가 행사 재원으로 투입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다.

지난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내부 문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립공원 입장료 수입 가운데 최소 9000만달러를 워싱턴DC 내 건국 250주년 관련 사업에 배정했다.

이번 논란은 이미 문화계에서 불거진 반발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레이트 아메리칸 스테이트 페어’는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다음달 워싱턴DC 내셔널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를 주관하는 ‘프리덤 250’이 백악관 행정명령으로 설립된 친트럼프 성격의 조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연진 이탈이 이어졌다.

록밴드 포이즌의 보컬 브렛 마이클스는 “처음에는 미국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들었지만 지금은 훨씬 더 분열적인 행사로 변질됐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컨트리 가수 마르티나 맥브라이드와 힙합 가수 영엠시, 펑크그룹 코모도어스 등도 잇따라 출연을 취소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삼류 예술가들이 공연을 앞두고 겁을 먹었다”며 “사상 최고의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를 데려와 그들을 대체하는 게 어떤가”라고 적었다. 이후 프리덤250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막식 무대에 설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논란은 문화계를 넘어 예산 문제로 번지고 있다.

WP가 확보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행정부는 오는 7월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 약 160만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일반적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예산의 5배가 넘는 규모다.

또 링컨기념관 반사연못과 각종 분수 복원 사업에만 7600만달러 이상이 배정됐다.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 분수에는 1300만달러, 시몬 볼리바르 기념 분수에는 570만달러, 내셔널몰 분수 복원에는 4700만달러가 각각 투입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복원 완료를 발표한 링컨기념관 반사연못 역시 핵심 사업 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 반사연못 전경.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두고 반사연못 보수 사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AFP]

문제는 이 자금 상당수가 전국 국립공원에서 걷은 입장료라는 점이다.

원래 국립공원 입장료는 해당 공원의 유지·보수에 사용된다. 일부는 공원 시스템 전체를 위한 공동 기금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올해 승인된 예산 가운데 약 1억500만달러가 워싱턴DC 지역 사업에 집중 배정된 반면 전국 다른 공원들에는 약 2700만달러만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국립공원 시스템은 약 240억달러 규모의 유지보수 적체 문제를 안고 있다.

도로와 교량, 상하수도 시설, 방문객 센터 등이 노후화됐지만 상당수 사업은 예산 부족으로 수년째 미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내부 문서에는 백악관 신규 헬리패드 건설과 동관(East Wing) 현대화 사업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백악관 군사실이 관리하는 헬리패드 건설에는 약 500만달러의 기부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 전용 헬기 ‘마린 원’ 운용 과정에서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해 남쪽 잔디밭에 헬리패드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백악관 연회장 건설 계획을 설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P]

또 백악관 동관 확장 사업에는 3억달러 규모의 기부금이 반영됐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형 연회장 건설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공원보호협회(NPCA)의 에드 스티얼리는 “국립공원 전체를 희생시키면서 특정 지역에만 자금을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오히려 워싱턴DC가 수십 년 동안 방치돼 왔다고 주장한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20개 이상의 분수와 거의 30개의 동상이 복원됐다”며 “많은 프로젝트가 건국 250주년 행사 전에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무부도 “이전 행정부들이 방치했던 워싱턴DC를 다시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건국 250주년 행사가 국가적 기념사업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유산 만들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백악관은 최근 UFC 경기 개최, 군사 퍼레이드, 신규 연회장 건설, 각종 기념물 이전 사업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가수들의 잇따른 불참 선언과 국립공원 재원 전용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건국 250주년 행사가 축제보다 정치 논쟁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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