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AI가 되살린 전쟁영웅…나라에 바친 청춘 ‘그대로’

KBS 2026. 6. 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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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참전용사들, 현충일인 오늘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얼굴들입니다.

하지만 이분들의 얼굴, 특히 당시의 모습은 빛바랜 흑백 사진으로만 우리 기억에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대학 연구팀이 이 사진들을 AI 기술로 고해상도 컬러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새롭게 되살아난 얼굴들, 그 사진을 받아든 참전 용사와 유가족이 떠올리는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

청운의 꿈이 깊어지는 한 대학 교정에 특별한 얼굴들이 전시됐습니다.

70여 년 전 전쟁터로 향했던 참전용사들의 빛바랜 모습이 선명한 컬러 사진으로 우리 앞에 놓인 겁니다.

[이은석/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 "사실 이 (사진들은) AI 기술을 써 가지고 6·25전쟁에 참전했던 전쟁영웅들이 계신데, 그분들의 사진이 다 오래됐지 않습니까. 그런 사진들을 고해상도로 변환하는 그런 작업을 했고..."]

참전용사의 모습을 되살린 사진들.

한 장 한 장에 사진에는 우리가 오래 기억해야 할 참전용사의 희생이 담겨있습니다.

사진 복원이 진행된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 AI 연구실입니다.

복원 작업은 크게 네 단계로 이뤄졌는데요.

[손건호/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 "1, 2단계는 노이즈(흠집)를 처음에 없애는 생성 모델로 정보량을 채우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했고 3, 4단계에서는 이미지를 더 고화질로 선명하게 만들고 색을 입히는 작업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을 직접 시연해 봤습니다.

사진 속 인물은 6·25전쟁 당시 기병대대장으로 전공을 세우고 순국한 장철부 육군 중령입니다.

복원 작업은 사진 속 점과 스크래치, 찢어진 흔적을 찾아낸 다음 제거하는 ‘디노이징’ 과정으로 시작됩니다.

[백승연/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 "여기 사진을 보시면 점점 이런 식으로 노이즈가 들어간 부분들이 있는데, AI를 통해서 사진을 전체 복원하는 데 전 과정에서 계속 영향을 미쳐 가지고 초반에 노이즈를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한데요."]

이후 얼굴 부분을 고화질로 보정했더니, 흐릿했던 표정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납니다.

["눈매랑 코랑 모든 부분이 엄청 또렷해졌어요."]

이어서 색을 입히는 작업이 진행되는데요.

AI가 사진 속 명암과 형태를 분석해 피부톤과 입술색, 배경의 색감을 추정하게 됩니다.

[백승연/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 "사진에서 이 정도의 채도와 명도를 가졌기 때문에 이 사진에서의 이 부분은 빨간색일 것이다, 노란색일 것이다, 이 정도 예측을 해서 보여주는 그런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복원된 사진은 모두 150여 장.

이 중에는 공군 최초로 100회 출격 기록을 세운 김두만 장군, 첩보부대의 전설로 불리는 김동석 대령 등 잘 알려진 6·25전쟁의 영웅들도 포함돼 있는데요.

프로젝트를 이끈 우사이먼성일 교수는 AI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로 ‘고증’을 꼽았습니다.

[우사이먼성일/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 "특정 옷 같은 거나 훈장 같은 것도 명확하게 그런 고증이나 검증이 필요하고 특정한 기준이 있는데 그거에 맞게 저희가 AI로 복원한 후에 체크를 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긴 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교수 개인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었는데요.

작업을 통해 AI가 역사와 기억을 잇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합니다.

[우사이먼성일/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 "역사적으로나 이렇게 중요한 사건들, 이런 정보들을 저희가 이미지나 비디오로 새롭게 해석할 수 있고 복원할 수 있고 이것들을 시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적용이 앞으로도 많이 됐으면 합니다."]

이렇게 복원된 사진은 누군가에게는 오래전 가족의 모습을 생생히 마주하는 순간이 되었고, 봉사로 참여한 연구원들에겐 잊지 못할 보람으로 남았습니다.

[백승연/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 "부친께서 전사하시고 당시에 4살이셨는데 지금은 77세 아들분께서 감사하고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신 것처럼 사진이 생생하다 이런 말씀을 해주신 감사의 인사였습니다. (연구원들에게도) 뭔가 되게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게 컸던 것 같습니다."]

나라를 지킨 용사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였던 이들.

전쟁터에서는 조국을 지켜낸 군인이었고 가족들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흑백사진 속에 멈춰있던 그들의 젊은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연구원들을 만나기 위해 한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가 품에 안고 온 것은 6·25전쟁에 5사단 포병으로 참전했던 아버지.

고 최신운 일등하사의 오래된 사진입니다.

[최성남/6.25 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유족회장 : "아버님이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아버님 유품으로 (참전 당시 사진으로) 이 사진 하나가 유일해요. 그래서 이 사진을 복원해서 생각날 때 보려고 복원하려고 합니다."]

한 장의 사진엔 전쟁 당시 참전용사가 지나온 시간, 그리고 가족이 간직해온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는데요.

[최성남/6.25 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유족회장 : "결혼한 지 3개월 만에 나라의 부름을 받고 전투에 참가하셨어요. 낙동강 전투, 백마고지 전투, 장진호 전투에 참가하셨고, 장진호 전투에서는 소대원이 모두 중공군에 포위됐는데 아버지를 포함해서 두 분만 살아서 생존해서 돌아오셨대요."]

열아홉 살, 꿈 많았을 나이에 조국을 위해 전장으로 향했던 참전용사의 사진 복원이 시작됩니다.

["흉터, 이것을 노이즈라고 하는가? (네.) 노이즈 없이 깨끗한 영상으로 해 줬으면 좋겠어요."]

단계를 거듭할수록 희미했던 흑백사진에 조금씩 색과 온기가 더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 복원이 완료됐습니다."]

출력된 사진을 건네자, 아들은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합니다.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마주하는 순간.

[최성남/6.25 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유족회장 :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저는 보지 못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사진으로, 컬러로 보니까 ‘우리 아버지가 참 잘생기셨구나, 젊어서’ 이런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사진은 기록을 넘어 가족에게 돌아온 또 하나의 기억이 됐습니다.

[최성남/6.25 참전유공자회 서울시지부 유족회장 : "젊은 호국 영웅들이 지킨 조국 대한민국에 다시는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고, 또 아버님도 살아생전에 계실 때 그렇게 얘기하셨고, 우리 후세들에게 자유와 평화가 영원히 존속됐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보훈부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던 1년여 간의 복원 사업은 마무리됐지만, 연구팀은 나날이 발전하는 AI 기술을 적용해 뜻깊은 작업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이은석/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 "기술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내부적으로 재원을 마련해서 이 연구가 계속 지속될 수 있도록 그렇게 진행할 생각입니다."]

흑백사진 속에 멈춰있던 얼굴들이 선명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돌아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청년이었음을, 그리고 그 청춘을 아낌없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바쳤음을 조용히 우리에게 되새겨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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