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인터뷰] “건설업, 잘 짓는 회사보다 잘 운영하는 회사 살아남는다”
건물은 완공되는 순간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정반대다. 준공 도장이 찍히는 순간부터 철거가 시작되고 폐기물이 쌓이며 하청과 외주가 다시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십 개 공정이 얽히면서 또 다른 관리의 시간이 열린다. 도시는 한 번 지어지고 멈추는 공간이 아니라 뜯고 만드는 과정의 반복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보이지 않는 흐름을 20년 넘게 들여다본 한 공사관리 전문가의 시선이 눈길을 끈다.
박성윤 알스퀘어디자인 공사관리본부장은 건설업의 무게중심이 '시공'에서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은 완공으로 끝나는 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이후부터 더 많은 변수들이 움직이죠"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문제의식이다.
최근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가 그가 말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박 본부장은 이 사고를 시공 실수로만 보지 않는다. 구조 결함이 발견된 뒤에도 정보 전달과 관리 체계가 제때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는 설명이다. "단순 시공 오류가 아니라, 그 이후 시스템이 얼마나 빨리 작동하고 정보를 연결할 수 있었는가의 문제"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건설업의 위기가 사고 자체보다 그 이후의 흐름을 통제하지 못하는 데서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 본부장은 2003년 건설업계에 입문해 공무 실무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실내건축으로 영역을 넓히며 프로젝트 전반을 총괄하는 역량을 키웠다.
다원앤컴퍼니 재직 시절 약 15년간 견적·외주·공무를 아우르며 실무와 관리 양면의 경쟁력을 입증했고, 2020년 알스퀘어디자인 합류 이후 공사관리본부를 이끌며 ERP·전자입찰·공사관리 매뉴얼 구축을 주도해왔다. 화려한 비전보다 현장 경험에 기반한 실행력을 앞세우는 스타일이다.

시공보다 어려운 '운영'
건설·인테리어 산업은 빠르게 운영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리모델링 시장이 커지고 공간의 수명이 짧아진 영향이다. 오피스와 상업시설은 이전보다 훨씬 자주 뜯기고 다시 만들어진다. 공간은 완성품이 아니라 계속 수정되는 플랫폼에 가까워졌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관리 부담이다. 공정마다 폐기물이 발생하고 외주 업체와 협력사 수십 곳이 동시에 움직인다. 일정은 짧고 원가는 압박받으며 야간 철거와 도심 공사도 잦다. 이상적인 기준만으로 현장을 움직이기 어려운 이유다.
박 본부장은 "현장에서는 친환경보다 공기를 맞추는 게 우선인 순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SG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현실이 늘 일정·비용·안전 사이에서 줄타기한다는 의미다.
공사관리의 핵심을 '흐름 관리'로 규정하는 이유다. 그는 "문제는 폐기물이 생기는 것 자체보다 흐름이 끊기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현장을 떠난 이후 어디로 이동했고 어떻게 처리됐는지 보이지 않으면 관리도 어려워집니다"고 단언했다.
문제의식은 시스템으로 이어졌다. 그 고민의 끝이 바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알스퀘어디자인 공사관리본부는 자체 구축한 공사 ERP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종이 문서를 줄이고 업체 선정과 실행 데이터를 시스템 안에 남기는 방식이다. 박 본부장은 "업무에 사적인 판단이 지나치게 개입되지 않도록 매뉴얼과 프로세스를 세분화했다"고 말했다. 신규 직원이 들어와도 같은 흐름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공사관리업무매뉴얼도 마련했다.
그가 현장을 자주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데이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박 본부장은 "현장은 숫자만으로 안 보이는 부분이 있다. 발주처 담당자들의 성향이 다르고 공정 상황도 계속 바뀐다"면서 "공사관리란 수많은 변수와 사람 사이를 조율하는 일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반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폐기물 처리 과정 추적, 전자인계서 관리, 안전관리 기록, 공급망 데이터 요구가 동시에 강화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직매립 금지 정책과 ESG 압박까지 가세하면서 데이터 기반 관리 요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물론 모든 문제가 끝는 것은 아니다. 운영의 시대에도 풀리지 않는 오래된 딜레마가 있다. 바로 고객만족과 원가절감의 충돌이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현장은 수익을 남겨야 하지만 무조건 비용만 줄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일정 지연이나 품질 저하는 곧 고객 불만으로 이어진다. 박 본부장은 이를 "건설업이 가진 오래된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의외로 그 답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하다. "업계는 이윤을 우선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만, 고객 만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원가를 관리하려고 합니다. 현장을 자주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죠."

보이지 않는 것을 관리하는 시대
과거에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화려하게 짓느냐가 중요했다. 이제는 공사 이후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업과 대형 고객사들은 시공 결과뿐 아니라 폐기물 처리, 공급망, 데이터 관리 체계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박 본부장이 그리는 건설·인테리어 산업의 경쟁력은 '운영 통제력'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도시는 쉼 없이 뜯기고 다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는 늘 폐기물과 외주, 원가와 안전, 데이터와 일정이라는 보이지 않는 흐름이 존재한다. 건설업의 미래는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을 얼마나 끝까지 관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잘 짓는 회사보다 잘 운영하는 회사가 살아남는 시대"라는 박 본부장의 말이 그래서 더 무겁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