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도 은행 안 간다…영업점의 마지막 고객마저 떠난다
CEO 58% "앞으로 이용 줄일 것"…PB·자산관리 특화 없인 생존 어려워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최근 3개월 동안 은행 영업점을 한 번도 찾지 않은 금융소비자가 절반을 넘어선 가운데 은행권의 핵심 수익 고객인 부자와 최고경영자(CEO)들마저 영업점 이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은행 이용 방식도 이미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된 모습이다. 인터넷·모바일뱅킹을 주로 이용한다는 응답은 일반 대중 85.1%, 부자 83.7%, CEO 89.0%에 달했다. 반면 영업점 이용 비중은 대중 10.8%, 부자 13.3%, CEO 11.0% 수준에 머물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영업점 이용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향후 영업점 이용 의향 조사에서 이용 감소 의향은 일반 대중 34.5%, 시니어 38.9%, 부자 29.3%, CEO 58.0%로 나타났다. 특히 CEO는 이용 증가 의향이 8.0%에 불과해 감소 의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현재 영업점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고객군조차 향후에는 점포 방문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셈이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과거 영업점이 예금·대출·송금 등 기본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디지털 채널이 이를 대부분 대체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 모바일 대출, AI 상담 서비스 등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있다.
다만 영업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사 결과 부자와 CEO 모두 영업점에 대해 ‘전담 PB(프라이빗뱅커) 인력 상주 및 자산관리 컨설팅 역량 확보’를 공통적으로 원했다. 단순 창구 업무는 모바일로 해결하더라도 복합 자산관리나 기업 승계, 세무·법률 자문 등 전문 서비스 수요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미다.
다만 세부적으로 원하는 역할은 달랐다. 부자는 영업점에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프라이버시와 편의성’(41.3%)을 꼽았다. 전용 고객 라운지, 프라이빗룸, 보안과 비밀보장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반면 CEO는 ‘빠른 실행 및 절차 간소화’(41.0%)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했다. 복잡한 서류 절차를 줄이고 심사와 업무 처리를 신속하게 진행해주는 서비스를 선호했다.
세부 항목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부자는 ‘전담 PB 및 전문팀 상주’(13.0%)에 대한 선호가 높았던 반면 CEO는 ‘개인·법인·가족자산 원스톱 관리’(14.0%)를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단순 자산관리보다 기업 운영과 승계, 가족 자산까지 아우르는 종합 금융서비스를 원한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은행 영업점의 생존 전략도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일반 고객 대상 단순 창구 기능은 모바일 채널로 이전되는 만큼 영업점은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패밀리오피스, 상속·증여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고객 접점으로서 영업점 역할 축소는 불가피하다”며 “수익성이 높은 부자와 CEO 고객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성 있는 자산관리 컨설팅과 원스톱 금융서비스 제공 등 영업점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정훈 (hooni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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