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민심, 서울은 ‘민간 재건축’을 원했다 [손바닥부동산]
공공 개발보다 재건축·재개발 중심 민간 정비사업 선호 확인
공급 계획보다 실제 사업 추진 속도가 향후 최대 과제로 부상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부동산 표심이 서울시장 당선을 갈랐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5개 구에서 뒤졌지만 강남3구와 용산, 강동, 영등포, 동작, 양천, 중구, 광진 등 이른바 한강벨트를 포함한 10개 구에서 크게 승리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를 보면 강남구 65.5%, 서초구 64.2%, 용산구 56.6%, 송파구 54.5%, 강동구 50.2%, 영등포구 50.0%, 중구 49.0%, 동작구 49.0%, 양천구 48.7%, 광진구 48.1%를 기록했다.

오 시장이 승리한 지역들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서울의 핵심 정비사업 지역이며 향후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서울의 주거지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은 곳들이다.
강남3구는 압구정·잠실·반포 등 초대형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은 국제업무지구와 한남뉴타운영등포는 여의도 재건축, 양천은 목동 재건축, 강동은 천호·성내 재개발, 광진은 구의·자양동 정비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현재도 서울의 대표적인 상급지로 평가받지만 민간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상급지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최상급 주거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들 지역 주민들에게 재건축·재개발은 단순한 개발사업이 아닌 것이다. 지역 경쟁력과 자산가치, 미래 생활환경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정치적 선택이라기보다 지역 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선택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공급 확대 자체보다 공급 방식에 대한 선택이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재건축·재개발·모아타운 등 578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2031년까지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또한 전체 공급 물량 가운데 약 19만8000가구를 한강변 지역에 집중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약이 시장의 지지를 받은 이유는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이 겪고 있는 공급 부족 때문이다. 서울은 수년째 신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셋값과 월세가 상승하고 매매가격까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급 확대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서울 주요 사업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공급이 아니다. 공공 중심 공급이 아니라 민간 중심 공급이다.
그동안 정부는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도심복합사업 등을 추진하며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상당수 사업은 주민 반발과 사업성 문제,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공공이 참여할 경우 사업 속도는 빨라질 수 있지만 조합의 자율성이 줄어들고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반면 민간 정비사업은 사업성이 높고 추진 동력이 강하다.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사업 참여 의지도 높고 의사결정도 상대적으로 빠르다. 실제로 서울 주요 정비사업 지역들은 공공 방식보다 민간 방식을 선호하는 사례가 많다.
이번 선거 결과 역시 이를 반영한다. 강남3구와 한강벨트 주민들은 공급 확대를 원하지만 그 방식은 공공이 아닌 민간이어야 한다는 의사를 표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최근 종료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도 시장에 또 다른 변수가 되고 있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과 투기 억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양도세 부담이 커질 경우 다주택자들은 매도보다 보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줄이고 공급 부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서울 시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보여준 것은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과 실질적인 공급 확대에 대한 요구였다.
다만 오세훈 시장의 재선이 곧바로 공급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공조 여부다. 서울시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시장 안정과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용적률 규제 등 핵심 제도는 여전히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크다.
만약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정책 방향이 충돌한다면 공급 확대 속도는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 특히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 주민들이 기대하는 민간 중심 공급 정책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남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민들은 규제보다 공급을 선택했고, 공공보다 민간을 선택했다. 특히 강남3구와 한강벨트 주민들은 민간 정비사업을 통해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고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사를 표심으로 보여줬다.
이제 서울 부동산 시장의 성패는 공급 계획이 아니라 공급 실행력에 달려 있다. 이번 선거는 서울 시민들이 그 실행력과 방향성을 요구한 선거였다.

박지애 (pja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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