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월급 그대로" 불만 폭주…'경력 정체' 공포 [한명현의 오피스로그]

한명현 2026. 6. 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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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직장인 4명 중 1명 경력 정체 겪어
초기 10년, 임금상승률 30% 그쳐
“자격증·직무 전환이 돌파구”
사진=EPA연합뉴스


“승진은커녕 눈에 띄는 연봉 인상도 없습니다.”

최근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른바 ‘경력 정체’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 4명 중 1명은 최소 5년 이상 임금이나 직급 상승 없이 경력이 멈춰선 상태였다. 이는 버닝글래스연구소와 뉴욕대전문대학원이 2000년 이후 다양한 산업에 종사한 중견 경력자 130만명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은퇴를 앞둔 시기가 아닌 30~40대, 즉 소득이 가장 빠르게 늘어야 할 시기에 발생하고 있다. 연구진은 고용시장이 비교적 견조한 상황에서도 상당수 근로자가 보이지 않는 승진·임금 정체 벽에 부딪힌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중년기의 경력 정체는 사회 초년생 시기의 부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경력 단계에서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쌓지 못할 경우 그 영향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평생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버닝글래스연구소는 “노동인구 4분의 1이 해당한다는 것은 결코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직장 생활 초기 10년이 향후 경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커리어 중반에 경력 정체를 경험한 사람들의 첫 10년간 평균 임금 상승률은 30%에 그쳤다. 반면 지속해서 경력을 발전시킨 사람들은 같은 기간 평균 71%의 임금 상승률을 기록했다.

과거보다 승진이나 이직 기회 자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가 외부 기업으로부터 더 높은 임금을 조건으로 한 채용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1980년대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WSJ은 “최근에는 채용이 둔화한 데다 아마존, 메타 등 주요 기업도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고 짚었다. 텍사스주에서 사무실 관리자로 일하는 한 근로자는 WSJ에 “내가 아는 사람들은 모두 현재 직장을 지키는 데 급급하다”며 “고용시장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전문직 종사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공공행정 분야 종사자들이 경력 정체 위험이 높았다. 연구 결과 해당 분야 종사자의 약 30%가 경력 정체를 경험했다. 이는 승진할 수 있는 고위직 자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구진은 좀 더 유망한 관련 분야로 이직할 경우 경력 정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사무실 관리자가 사업 운영 분야로 직무를 전환하면 기존 역량을 상당 부분 활용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경력이 정체된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데이터 과학자로 전향하는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또 연구 결과 대중 연설, 시간 관리, 행사 기획, 지역사회 네트워크 구축 등 관계 형성과 조직 운영 역량을 갖춘 근로자일수록 경력 정체를 겪을 가능성이 더 낮았다. 특정 분야에서는 학위가 아닌 전문 자격증이 경력 정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욕대전문대학원은 “수천 명의 학생이 자격증 취득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한다”며 “이런 자격증은 근로자들이 직무를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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