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사들이는 금융권…코인시장, '쩐의 전쟁' 시작[가상자산 대전환①]

김진아2 기자 2026. 6.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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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銀·삼성 이어 한투도 가상자산 플랫폼 지분투자 나서
레거시, 인프라 확보 위한 자금 투입…거래소 위상 달라져
협력 모멘텀 강화…"STO 등 신사업 선점 노린 전략 판단"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6.04.09.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그간 가상자산을 투기성 자산으로 분류하며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 온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 업계와의 전략적 '혈맹'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전통 금융 산업의 영위만으로는 수익률 둔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대형 금융 주체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지분 결합 및 협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자본시장의 지형이 디지털로 재편되는 시점에 레거시 자본이 신성장 동력 확보와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계산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래소 지분 확보에 수조원 투입…금융권 협력 네트워크 가속화

6일 금융투자 및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대형 은행과 증권사, 대기업 계열사들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보하는 '합종연횡'이 본격화되고 있다.

자본 흐름에 민감한 초대형 금융 주체들이 연이어 가상자산 업계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구조적 대전환이 가시화되는 흐름이다.

포문은 하나은행이 열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중순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 지분 6.55%를 약 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히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은행권이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의 주주로 올라선 첫 사례다.

여기에 한화투자증권도 두나무 지분 3.90%를 추가 취득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삼성증권·삼성SDS·삼성카드 등 삼성 계열사들 역시 합산 4.0% 규모의 두나무 지분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며 공동 전선을 형성했다.

다른 대형 거래소를 향한 금융권의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코빗의 지분 92.0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가상자산 영역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최근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와 손을 잡고 코인원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증권가의 세력 확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경영권 보장하며 지분 투자…역전된 역학관계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최근 코인원이 한투와 OKX, 컴투스홀딩스와 구축한 4자 연합 사례가 가상자산 거래소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연합은 각사 협력이 이뤄진 과정과 방식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투와 OKX는 기존 코인원 주주인 차명훈 대표와 컴투스홀딩스가 보유한 구주 일부 및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주 지위를 획득했는데, 이 과정에서 차 대표는 코인원에 대한 지분(30.36%)과 경영권을 모두 사수했다.

기존 대주주의 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 대신, 코인원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연합 전선에 합류한 것으로, 차 대표로서는 경영권과 지분을 지키면서 대규모 투자자금을 조달할 통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딜로 여겨지고 있다.

대형 증권사와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시장의 진입을 위해 코인원의 블록체인 인프라와 가입자 트래픽을 선점하기 위해 경영 독립성을 보장하는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과거 은행권이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장 진입 여부를 좌우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자본시장 내 역학관계가 가상자산 플랫폼 우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코인원 입장에서는 경영권이라는 담보 없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획득된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거래소가 가진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고객 경험과 내재된 네트워크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된 사례"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 3월 25일 서울 여의도 코인원에서 열린 디지털자산 과세 제도 개선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차명훈(오른쪽 두번째) 코인원 대표, 오세진(왼쪽) 코빗 대표, 이재원(왼쪽 두번째) 빗썸 대표, 오경석(왼쪽 세번째) 두나무 대표 등 디지털자산거래소 대표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2026.03.25. kkssmm99@newsis.com

학습된 '선점 효과'에 기인…스테이블코인·STO 시장 '알박기'로

전통 금융권이 단순한 업무 제휴를 넘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자금을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에 투입하는 것은 향후 시장 인프라를 전면 재편할 스테이블코인,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수탁·결제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중론이다.

해당 사업들은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법적 근거가 미비하거나, 제도적 공백으로 당장 합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이 한발 앞서 움직인 배경에는 초기 선점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자본시장의 지배 구조를 과거를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과거 인터넷 개화기 망을 선점한 통신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스마트폰 전환기에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생태계를 독점했던 과거를 통해 선점효과를 학습한 금융권이 제도화에 한 발 앞서 서비스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도는 각 주체들이 협업을 통해 마련 중인 신사업을 통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두나무와 협업을 바탕으로 STO 발행과 유통, 가상자산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카드 역시 스테이블코인 유통에 대비해 결제 네트워크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도 두나무 지분 취득을 계기로 자체 보유한 기술력에 블록체인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차세대 디지털금융 인프라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두나무 지분 투자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해외송금,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디지털자산 관리 서비스 등 협력 과제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투자증권도 RWA 관련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내건 상황이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 중인 스테이블코인, RWA, STO 시장에서 새롭게 진입하려는 기관으로서는 경험에 대한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결국에는 어떤 서비스든 거래소를 통해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라며 "무엇보다 과거 초창기 리테일 영역에서도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의 위력을 절감한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용 경험을 넘어서는 서비스를 만들기보다 압도적인 선점 효과를 노린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제도권 금융의 신뢰를 수혈받은 연합체들의 경쟁 또한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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