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등의 분양계약 해제와 건축물분양법(7)[정보근 변호사의 부동산 법률을 부탁해]

서경IN 2026. 6.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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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근 법무법인 리움 대표 변호사
정보근 변호사의 부동산법을 부탁해

최근 몇 년 사이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관련 법적 분쟁이 급증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 등을 사전분양 받아 두었는데, 이후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대출제한 등 규제 정책까지 더해졌다. 투자 차익은 커녕 손실이 커지다 보니 계약을 해제하려는 수분양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분양계약 해제 소송에서는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 등을 받았으니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축물분양법)에 따라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았다고 해 바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은 언뜻 보면 무리한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법적 근거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러한 해제 주장의 근거가 되는 건축물분양법과 수분양자 보호 제도에 대하여 살펴보자.

건축물분양법은 오피스텔 등을 사전분양하고 분양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많은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자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제정돼 20년 이상 시행 중이다. 오피스텔 등의 수분양자들은 몇 년 뒤에 지어질 건축물의 조감도만 보고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수억원에 달하는 계약금, 중도금을 선뜻 지급한다. 그러다보니 시행자, 시공사가 부도가 나는 등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건축물을 공급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받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크다.

사전분양의 위험성은 최근에 강남 요지에 공급되는 후분양 아파트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이해가 쉽다. 후분양 아파트의 경우 공정률 80% 이상 지은 상태에서 분양을 하다보니 나머지 20% 정도의 공사대금이 부족해 아파트 완공이 되지 않을 리스크는 현저히 줄어든다. 또한 분양계약부터 입주시까지 기간이 짧으니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날 가능성도 많지 않다. 아파트를 거의 다 지을때까지 분양대금 없이도 공사를 진행한 사업자이니 자금력도 충분하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후분양이 아닌 선분양을 하더라도 주택법상 주택분양보증을 통해 기납부한 분양대금을 반환 받을 수 있도록 해 수분양자를 보호한다. 무엇보다 주택분양보증을 받은 분양사업자는 상대적으로 건실하니 돈을 떼일 리스크가 줄어든다.

반면, 오피스텔 등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분양보증을 받지 못하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경우를 대비해 차선책으로 신탁회사의 대리사무를 제도를 강제하고 있다. 즉, 시행사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신탁회사와 대리사무계약을 체결해 신탁회사가 분양대금을 신탁회사의 계좌로 받아 관리하되, 분양계약 해제시에는 잔여 재산에서 수분양자가 기납부한 계약금, 중도금 등을 우선순위로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해 분양계약 해제 시 수분양자를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수분양자가 신탁회사의 계좌로 분양대금을 입금한다고 하더라도 신탁회사가 이 돈을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고, 공사대금 및 사업비 지출에 쓰게 된다. 따라서 사업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는 분양계약이 해제되더라도 수분양자에게 돌려줄 돈이 부족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오피스텔 등의 경우 사업시행자가 자금 여력이 없거나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등 사업진행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수분양자들이 계약의 구속에서 조기에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분양자를 보호하고 있다. 그 결과 분양계약서에는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 벌금, 과태료를 받는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도록 건축물분양법이 강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분양계약서에는 시정명령, 벌금형, 과태료 부과가 있는 경우 계약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단지 과거 1회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심지어 시정명령에 따라 시정조치를 완료한 경우임에도)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수분양자들이 일거에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면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그러한 문제 의식에서 였을까. 법원의 판결 중 다수는 분양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시정명령으로 인한 계약 해제 사유를 제한적으로 해석해 계약목적 달성을 어렵게 하는 등 중대한 사정이 있어야 해제가 가능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4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 법원들의 판단과 달리 분양계약서의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에는 그 중대성 여부와 상관없이 분양계약서에 따른 해제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 대법원 판결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판결 직후 기획소송 전문 변호사들은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1회라도 받으면 무조건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광고를 했다. 이에 소송이 다시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그러자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시정명령 해제 사유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 해당 대법원 판결 이후 3개월 남짓 지난 시점인 지난 4월 3일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 개정되는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단지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가 아니라 해당 위반행위로 인해 분양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분양계약 해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분양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정명령 외에 벌금이나 과태료의 경우 해제사유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단순히 벌금이나 과태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 계약 해제를 가능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수분양자 보호를 위한 적합한 수단이 아니며 기획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 제반 사정으로 고려하면 시정명령과 달리 취급할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정명령과 해제 사유에 관한 위 대법원의 판결과 관련 시행령의 개정 과정을 보면 건축물분양법의 제정과 시행 과정에서 분양계약 해제 관련 구체적인 고민이 부족하였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물분양법은 수분양자 보호를 위해 분양계약서에 분양계약의 체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포함시키도록 하되, 그 구체적인 내용은 시행령이 정하도록 위임을 하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분양법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해당 시행령은 분양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사유로 시정명령 등 행정처분 등을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을 뿐 해약의 사유나 요건, 기한, 한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실제로 최근 제기되는 건축물분양법 상 해제 사유 관련 소송들은 대부분이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 등을 받았다는 사유를 들고 있다. 그런데 건축물분양법이 의도한 바와 달리 대부분의 소송은 오피스텔 등이 준공까지 완료되었으나 시세하락, 대출규제 등으로 인해 잔금 납부할 의사가 없거나 잔금 대출이 어려운 사정에 처한 수분양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수분양자들의 해제권 행사를 용이하도록 법이 조력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오피스텔 등의 준공과 입주라는 계약상 목적 달성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시정명령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으로 수분양자들 보호에 충분한 것도 아니다. 계약을 해제하더라도 기납부한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면 계약이 해제된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즉, 수분양자들이 납부한 계약금, 중도금은 이미 공사대금, 기타 사업비 등으로 지출된 상태이므로 건축물분양법을 근거로 계약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이 계속해서 신탁계좌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기납부한 계약금, 중도금을 반환받을 재원이 없게 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계약 해제 방식의 수분양자 보호 제도는 다른 수분양자들과의 형평성에 있어 문제가 있다.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 등을 받았다는 것을 준공 후에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중대한 잘못으로 본다면, 건축물분양법을 잘 아는 특정 수분양자들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정상적으로 입주하는 다른 수분양자들은 계약해제가 가능하다는 사실도 모른채 잔금을 납부하도록 해 이러한 잔금으로 분양계약을 먼저 해제한 수분양자들의 분양대금 반환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하는 것이 공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상적으로 입주한 나머지 수분양자들은 뒤늦게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이미 분양계약을 해제한 수분양자들로 인해 신탁계좌에 반환받을 재원이 부족해 계약 해제를 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형평의 측면에서 부당하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을 규율하는 법령인 주택법에는 분양계약서에 시정명령 등을 받은 경우 해약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조항이 없다. 만약 분양사업자가 행정법규를 위반한 경우라면 해당 분양사업자가 향후 분양사업을 하는데 있어 제약을 가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건축물이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주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행정법규 등의 위반을 이유로 건축물 분양대금을 전면 반환하도록 하고 건축물을 비워두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다. 또한 분양대금 반환 재원도 부족할 수밖에 없어 그 반환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 해제권의 보장만으로 수분양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주거 공급 정책상 사전분양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분양보증을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분양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서경IN 칼럼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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