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고열 백일 아기 살리고, 8억 코인 해킹범 잡았다’ 북한산 아래 ‘현장형 경찰서’ 강북경찰서 [우리동네경찰서]

정주원 2026. 6. 6. 07:4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경찰서 (8) 서울 강북경찰서
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의 모습. [강북경찰서 제공]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 강북경찰서는 서울 최북단 강북구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서다. 경찰관 673명을 포함해 약 7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아·솔샘지구대와 7개 파출소가 강북구 전역을 담당한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강북서에는 올해 1~4월에만 112 신고 2만2330건이 접수됐다. 같은 기간 5대 범죄는 1559건 발생했고 교통사고는 315건, 집회·시위는 46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112 신고는 7만6590건에 달했다.

1969년 ‘북부경찰서’로 출범한 강북서는 2006년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북한산과 수유 먹자골목, 오래된 주거지가 공존하는 지역 특성상 산악구조·생활범죄·강력범죄까지 다양한 치안 수요를 담당한다.

한석권 강북경찰서 통합수사6팀장(왼쪽부터), 김성길 지능범죄수사팀장, 유상범 미아지구대 경위가 4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강북서는 비교적 젊은 직원 비중이 높고 현장 대응을 중시하는 조직으로 꼽힌다. 한 대가 출동할 상황에도 주변 순찰차들이 함께 지원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으며 축구·풋살 등 동아리 활동이 활발하다. 청사 1층에는 순직 경찰관을 기리는 추모 공간도 마련돼 있다.

김태현 강북경찰서장은 “주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며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강북서의 얼굴들]
고열로 위독한 신생아를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 살려낸 유상범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경위가 4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100일 아기 살린 유상범 경위

유상범 경위는 지난 3월 생후 100일 된 아기를 순찰차에 태워 병원까지 긴급 이송했다. 당시 아기는 40도가 넘는 고열로 혼절한 상태였다. 부모는 한 병원을 찾았지만 소아과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듣고 다른 병원으로 향하던 중 미아지구대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다.

유 경위는 인근 119안전센터 이용이 어렵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순찰차를 움직였다. 주말 오후라 도로가 혼잡했지만 시민들의 협조를 받으며 통상 30분 걸리는 거리를 약 10분 만에 주파했다.

유 경위는 “아이가 정말 100일밖에 안 된 신생아였다”며 “자칫 위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치료를 잘 받고 회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는 직접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올해 2월 북한산 구조다. 복귀하지 않은 현역 군인을 찾는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은 위치추적 끝에 북한산 전망대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려던 군인을 발견했다.

유 경위는 “겨울 산을 4시간 넘게 수색한 끝에 전망대 난간에 밧줄을 걸어둔 채 머뭇거리고 있는 군인을 발견했다”며 “일주일 뒤 아버지가 직접 찾아와 감사하다고 말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10여년 넘게 지구대와 파출소 등 현장을 지켜온 그는 경찰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곳 역시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유 경위는 “경찰 관련 문제나 대형 사건을 들여다보면 시작은 대부분 현장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과 신고”라며 “초동조치만 제대로 이뤄졌다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사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현장은 항상 예측이 불가능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정확한 판단을 하려면 경험과 매뉴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래서 우수한 경찰관이 현장에 많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위급한 상황이라면 문자나 112앱 등 어떤 방식이든 신고만 연결되면 경찰은 움직인다”며 “점 하나만 보내도 위치를 확인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담당수사관이었던 김성길 강북경찰서 지능팀장이 4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유영철 수사했던 베테랑 형사, 김성길 경감

강북서 지능범죄수사팀을 이끄는 김성길 경감은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베테랑 수사관이다.

그는 당시를 “CCTV도 거의 없던 시절이라 모든 수사가 발로 뛰는 탐문수사였다”고 회상했다. 지금처럼 휴대전화 위치정보나 데이터 기록을 활용한 추적도 어려웠다. 실종자가 발생하면 직접 현장을 돌고 사람을 만나며 단서를 찾아야 했다.

유영철 사건은 국내 프로파일링 수사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김 경감은 “당시에는 프로파일러라는 개념 자체가 거의 없었다”며 “프로파일러가 유영철을 면담할 수 있도록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사이코패스와 연쇄살인범 연구가 크게 발전했다”고 회상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수사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프로파일링·디지털 포렌식·가상자산 추적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하지만 김 팀장은 여전히 베테랑 수사관 만이 가진 역할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수사관들은 기술과 디지털 수사에 강하다”며 “반대로 오래 수사한 사람은 피의자나 피해자의 마음을 읽고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사실에서 질문만 던져서는 진실이 나오지 않는다.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강북서 지능범죄수사팀은 공무원 범죄·유사수신·경제범죄·국가보조금 횡령 등 공공성이 큰 사건을 담당한다. 사건 규모도 크고 법리 검토가 복잡한 경우가 많다.

퇴직을 2년 앞둔 김 팀장이 요즘 가장 공들이는 일은 후배 양성이다. 매일 아침 직접 드립커피를 내려 팀원들과 티타임을 갖는다. 형식적인 회의 대신 수사 고민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시간이다. 그는 “어려운 사건이 잘 안 풀릴 때 함께 이야기하고 방법을 찾는다”며 “수사는 결국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원팀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많이 하는 말은 “공부가 힘”이다. 실제로 그는 매일 아침 AI 판례 검색 시스템으로 최신 판례와 수사기법을 확인한다. 김 경감은 “범죄가 진화하면 수사도 그만큼 진화해야 한다”며 “범죄자가 달려가는 속도만큼 수사기법도 따라가야 한다. 결국 경찰관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는 공부”라고 했다.

가상자산 지갑 해킹해 코인 탈취한 7명 일단 검거한 한석권 강북경찰서 통합수사6팀장이 4일 오후 서울 강북구 강북경찰서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8억 테더 탈취 조직 검거한 한석권 경감

한석권 경감은 올해 1월 마무리된 8억원 상당의 테더(USDT) 탈취 사건 수사를 주도했다. 이 사건은 2025년 4월 피해 신고가 접수된 뒤 약 1년간 이어진 대형 가상자산 범죄 수사였다.

범인들은 가짜 투자 사이트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개인 가상자산 지갑을 연결하게 한 뒤 악성 스마트 콘트랙트를 실행하도록 유도했다. 피해자는 범인들과 한 달 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다. 범인은 실제 투자 상품처럼 소액 이자까지 지급하며 안심시킨 뒤 피해자가 대출과 차용으로 마련한 거액을 입금하자마자 자산을 빼돌렸다.

한 경감은 “처음에는 흔한 투자 리딩방 사기인 줄 알았다”며 “하지만 추적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보니 실제 8억원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일선서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피해였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관련자 6명을 검거해 구속했다. 특히 범행에 사용된 가짜 투자 사이트와 악성 스마트 콘트랙트를 직접 개발한 개발자까지 추적해 검거했다. 한 경감은 “개발자까지 구속된 사례는 매우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사는 약 1년 동안 이어졌다. 총책은 국내에 있었지만 일부 조직원은 해외에 머물고 있었다. 인터폴 공조와 해외 조직원 가족 설득까지 병행한 끝에 조직 전원을 검거할 수 있었다. 한 경감은 “가상자산 범죄는 단순 절도보다 투자사기나 범죄수익 세탁 과정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추적 자체는 가능하지만 결국 누가 돈을 가져갔는지 특정하고 입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업비트나 빗썸 같은 대형 거래소 이용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충분한 이해 없이 개인 지갑을 만들거나 처음 보는 사이트에 지갑을 연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특히 검색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투자 사이트는 사실상 범죄를 의심해야 한다”고 시민들께 당부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