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힘든데 설마 K배터리까지?”…일본 ‘조립식공장’에 긴장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2026. 6. 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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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리코 등 배터리 9社
‘스위프트팹’ 공동전선 구축
“레고 블록처럼 공장 조립”
배터리 내재화 주도권 노려
[스위프트팹 홈페이지]
일본의 배터리 장비 제조업체들이 생산 설비를 컨테이너 형태로 규격화해 레고 블록처럼 조립하는 모듈형 배터리 공장 사업에 나선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자체 생산을 지원하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한국 배터리 업계도 파급효과를 주시하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히타치, 리코, 도요타 계열사 제이텍트 등 일본의 9개 배터리 장비·부품업체가 ‘스위프트팹’을 함께 설립하고 모듈형 배터리 공장 구축 사업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30년 말에 첫 공장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스위프트팹은 소재 가공부터 셀 조립, 전해액 주입까지 배터리 생산 공정을 컨테이너형 모듈로 표준화해 공급한다. 기존 배터리 공장이 거대한 용지에 기계 수십 개를 들여와 현장에서 조립했다면, 스위프트팹은 이미 만들어진 제조 컨테이너를 그대로 들여와 레고처럼 연결하는 조립식 공장을 만든다는 의미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공장 건설 기간을 기존 4~6년에서 2~3년으로 단축하고 비용도 최대 7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팹 홈페이지]
업계에서는 이번 일본 기업 연합의 시도를 단순한 설비 혁신을 넘어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인프라 구축으로 해석한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한국 3사와 중국 CATL 등이 주도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까다로운 공정 탓에 자체 배터리 공장을 짓지 않고 이들 기업에서 배터리를 공급받거나 합작법인을 통해 물량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일본 기업 연합의 모듈형 공장이 상용화하면 완성차 업체들은 더 쉽게 자체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최근 도요타와 폭스바겐, 테슬라 등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역량 확보에 나선 가운데 모듈형 공장이 이런 내재화 흐름을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으로 K배터리의 협상력과 공급망 주도권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산설비 구축이 쉬워진다고 해서 배터리 제조 경쟁력까지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양산 과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었고, 폭스바겐 역시 자체 배터리 사업 확대 속도를 조절해왔다. 배터리 산업의 핵심 진입장벽은 설비보다 제조 노하우와 품질 관리 역량에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차량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 기술과 품질 관리 역량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모듈형 공장이 확산하더라도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당장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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