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 고문 “성과급 갈등, 원칙과 기준 먼저 정해야”

김벼리 2026. 6. 6. 07:3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고문 인터뷰
“회장 재임 시절 세 가지 원칙 고수”
“주식시장 활황에 은행 예대모델→투자모델”
“금융, 부동산 과다수요 촉진·조장해선 안돼”
“분양가상한제 대신 채권입찰제로 과잉 차단”
“디지털자산, 전통 금융과 상호보완적 발전”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정태일 기자] “성과급을 노조 투쟁 강도나 경영자 기분에 따라 주는 건 옳지 않습니다.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고문은 최근 전 산업에 걸쳐 확산하는 성과급 갈등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원칙 없는 합의는 사회 전반에 연쇄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4년부터 약 9년간 KB금융지주 회장으로서 KB금융을 명실상부 국내 ‘리딩(선도) 금융그룹’으로 키운 윤 고문을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났다. 현재 성균관대 특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윤 고문은 경제계 원로로서 현재의 성과급 사태를 비롯해 한국 경제의 다양한 현안들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성과급 주식으로 줘야 ‘주인의식’ 생겨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집무실에서 인터뷰 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윤 고문이 가장 주목한 최근 경제계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산업계에서 불거진 성과급이었다. 인당 수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노노 갈등은 특정 회사의 내부 문제를 벗어나 사회 전반의 문제로 비화했다.

윤 고문은 현 상황에 대해 “노조가 요구하고 사측이 거기에 대해 일부 수용하는 식으로 다른 산업에도 성과급 갈등이 전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이 불거진 뒤 카카오를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는 “한국처럼 노동시장 유연화가 안 된 상황에서는 기득권만 강화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져 주주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고문은 최근 성과급 갈등의 핵심을 ‘원칙과 기준의 부재’로 봤다. 그는 KB금융지주 회장 재임 시절 국민은행 노조와 협상 과정을 회상했다. 윤 고문은 “노조가 파업을 하면서 특별상여금을 더 달라고 했다”며 “더 줄 수는 있지만, 원칙과 기준 없이 그때그때 노조의 투쟁 강도나 경영자 기분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윤 고문은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 10%를 기준으로 초과이익을 협의해 나눈다. 둘째, 특별상여금은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한다. 셋째, 개인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등이다.

특히, 주식으로 상여금을 지급함으로써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고양할 수 있다고 윤 고문은 강조했다. 그는 “성과급을 주식으로 주면 직원이 주주가 된다”며 “주가가 오르면 본인 이익이 되는데, 진짜 주인 의식이 거기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 이제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과도한 빚투는 위험”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집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윤 고문은 최근 ‘9000피’를 바라보는 등 주식시장 활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과도한 ‘빚투(빚 내서 투자)’에 대해서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 주식 시장은 그동안 너무 침체해 있었다”며 “은행주를 보면 KB금융이 ‘리딩뱅크’라고 하지만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도 안 된다. 그게 한국 경제의 실상이자 한국에 대한 시장의 평가”라고 말했다. PBR이란 주가를 BPS(주당순자산가치)로 나눈 비율이다.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면서 “당시 시차는 있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평가를 받기 시작하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 활황과 함께 늘어난 ‘빚투’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8조226억원에 달했다. 하루 만에 1조원 가까이 오르며 처음으로 38조원대에 올랐다. 4일 37조7000억원대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윤 고문은 “건전한 투자를 하다가 모자란 부분을 일시적으로 조달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수익률이 훨씬 높을 거라고 기대하고 빚에 과다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세상은 자기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닌데, 그런 점에서 빚투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빚투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위험에는 선을 그었다. 윤 고문은 “증권회사에서 받는 대출은 담보 대출이기 때문에 잘못되면 강제 청산을 바로 해 실질적 리스크는 크지 않다”며 “은행 신용대출, 소위 마이너스 통장은 위험이 일부 있긴 하지만 은행이 차주 상황 등을 고려해 한도를 부여하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정도로 규모가 크진 않고 리스크 관리도 잘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증시에 자금이 몰리면서 자산의 부동산 쏠림 현상이 개선되는, 소위 ‘머니무브(자금 이동)’ 현상도 긍정적 변화라고 윤 고문은 평가했다. 그는 “개인 자산의 4분의 3 가까이가 부동산에 치우쳐 있었다”며 “부동산에서 생산적 투자나 기업금융 쪽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줄면 은행 자금이 기업금융과 해외 금융으로 옮겨가고,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고객 직접 투자 모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예대(예금·대출) 모델’에서 ‘투자 모델’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면서 윤 고문은 “지금 우리 주식시장은 유통은 많이 활성화돼있는데 발행은 썩 그렇지 않다”며 “유통 시장의 활성화가 발행 시장의 활황으로 연결돼서 신규 자금조달이 늘고, 그걸 통해서 기업투자가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주가 상승으로 실현한 차익이 다시 부동산 시장에 돌아가기도 한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주택 가구의 경우 주식 자본이득의 70%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윤 고문은 “머니무브가 경우에 따라 진폭이나 후퇴가 있을 수도 있다”며 “결국은 부동산이 온 국민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과잉 수요, 금융권 역할 제대로 했나 반성 필요”
윤종규 KB금융그룹 고문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집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주제가 부동산으로 넘어가자 윤 고문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그는 “앞으로 지향하는 부동산 정책의 기본 방향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된다는 것을 명확히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부동산 문제는 여야 합의로 큰 줄기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부동산에는 모든 사회적 욕구가 모여있는 만큼 범정부적으로 종합적, 체계적인 접근을 하면 좋겠다”며 “과감하게 근본적인 문제를 손대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권의 과거 가계대출 행태에 대한 반성도 이어갔다. 그는 “부동산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과잉 수요인데, 금융권에서 과연 우리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하는 반성이 필요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세자금 대출은 원래 취지가 어려운 사람들 보증금을 도와주자는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전세 수요를 폭증시켰고, 갭 투자가 가능해지면서 과다 수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LTV(주택담보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 또한 주택 보유 상황에 따른 차별화가 없었다. 실수요자가 아닌 경우에는 자기 자본으로 부동산을 사도록 해야 했는데 은행이 그걸 도우면서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정책 기능을 슬기롭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공급 확대다. 윤 고문은 “강남 부동산은 명품과 같다. 공급이 적으니 비싼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규제를 과감하게 풀 건 풀어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수요자 중심의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고 윤 고문은 말했다. 그는 “실수요자에게는 LTV를 80%까지 과감히 높이되, 다주택 투기 수요에는 차단하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고문은 또 분양가 상한제가 과잉 수요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대신 ‘채권입찰제’ 도입을 제안했다. 채권입찰제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이 분양가와 별도로 추가 채권을 사도록 해 시세차익 일부를 국고로 환수하는 제도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로 원가를 규제하면 오히려 과다 청약을 조장하는 것이고, 규제를 아예 안 하면 건설사만 떼돈을 버는 것”이라며 “더 주고라도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차익을 채권으로 정부가 흡수해 건설기금, 공공임대 재원으로 쓰면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고문은 세제 개편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1세대 1주택 비과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 같은 느슨한 임대소득 과세 체계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비해 부동산 소득을 우대하고 있다”며 “AI(인공지능) 시대에 창의적 인재를 더 우대해야 하는데, 세제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고문은 더 나아가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해 보면 결혼을 결정할 때는 우선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내 집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 교육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면 이 세 가지가 젊은이들을 옥죄고 있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짚었다.

윤 고문은 우선 “앞으로 일자리에서는 관광·의료·교육·물류·금융 등 서비스 산업이 고용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이 훨씬 커질 것”이라며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육과 교육 문제에 대해서도 “젊은이들의 육아와 교육비 부담을 줄이도록 유치원과 보육을 통합해 완전히 무상으로 하면 좋겠다”며 “국가가 돕고 책임을 지면 젊은 부모들이 안도감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제도 개편 필요성도 거론했다. 그는 “6-3-3 편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우리 세대는 국민학교에서 처음 글을 배웠지만, 요즘 어린이는 초등학교에 가기 전부터 한글은 물론 영어, 수학을 배우고 간다”며 “12년 편제를 5-3-2 등 10년으로 단축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AI 시대에 암기 경쟁으로 딴 대학 졸업장이 의미가 있을까.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얘기하는데, 더 나아가 전국 국공립대를 캠퍼스별로 특화해 서울대 하나로 만드는 것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전통 금융체계와 보완적 발전할 것”

금융권 새 패러다임이 된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는 기존 금융 체제와 ‘공존론’을 펼쳤다. 윤 고문은 “디지털자산이 새롭게 금융체계를 만든다기보다는 고객의 선택권과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존의 금융체계에 영향을 주면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전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자산의 가장 큰 역할로 실물자산의 토큰화(RWA)를 꼽았다. RWA란 부동산, 채권, 금, 미술품 등 실존하는 유형·무형의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토큰화한 것을 말한다.

그는 “RWA는 덩치가 큰 실물자산을 잘게 나눠 소액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STO(토큰증권 발행)나 조각투자가 같은 맥락이다. 묶인 자산에 유동성이 생기는 것”이라며 “그것이야말로 디지털자산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권과 디지털자산 업계의 ‘합종연횡’에 대해서는 “디지털자산 업체가 금융쪽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하려 하고, 전통 금융회사들도 디지털자산의 기술적 이점 등을 편입하여 활용하거나 대체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며 “해외송금 거래에 블록체인망을 활용하는 시도나 기존의 스위프트망(글로벌 표준 금융 통신망) 등을 기술적으로 개선하는 노력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자산업자는 은행업을, 금융사는 디지털자산업을 하고 싶은 상황에서 서로 영역을 넓히려는 싸움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자산이 마주한 과제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윤 고문은 “국가의 전통적인 과세권과 국경 없는 블록체인 기술의 충돌은 현재 전 세계 국가가 마주한 가장 큰 숙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정부는 블록체인의 기술적 투명성을 역이용하고, 거래소 등 현실 세계의 통로를 규제하며, 국제적인 세무 공조를 결합해 국가 유지에 필수적인 과세권과 자금 통제력을 유지·조화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은행 실명 계좌와 디지털자산 거래소 계정의 1대 1 연결을 의무화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최근 법제화가 진행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선 단계적 접근을 주장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란 원화의 가치와 1대1로 연동된 디지털자산을 말한다. 일반 디지털자산보다 안정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잘못되면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분담한다. 이익은 사유화하지만 손실은 공유하는 구조”라며 “전통 금융회사 컨소시엄에 하나를 허용하고, 디지털자산사업자나 플랫폼 사업자 등에 하나를 허용하는 것부터 출발해, 추후 필요하면 더 확대하는 방향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고문의 회장 재임 시절 경영 철학과 생애를 정리한 책 ‘담대하고 끈덕지게’. [원앤원북스 제공]

한편, 윤 고문은 최근 신간 ‘담대하고 끈덕지게’를 통해 2014년 수뇌부 간 갈등 한복판에 있던 KB금융을 9년 만에 국내 1위로 되살려낸 경영철학을 소개했다.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 신뢰 회복을 목표로 삼았던 윤 고문의 원칙이 담겼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