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4ℓ 마시다 토할 뻔” 대장내시경 장청소 공포, 이젠 옛말[안경진의 약이야기]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6.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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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급증하는 대장암 조기 발견의 핵심인데
역한 맛 나는 장 세정제 2~4ℓ 복용하는 과정 탓에 기피
불충분한 장정결 상태로 인해 검사 정확도 떨어지기도
정제형 장정결제 등장에 대장내시경 검진 문턱 낮아져
클립아트코리아

“밤새 역한 맛 나는 물약을 마시며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피곤하네. ”

퀭한 얼굴로 출근한 동료에게 어찌 된 영문인가 물으니, “오늘 잠은 다 잤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내일 아침 대장내시경을 예약해 뒀는데, 약을 먹고 위와 장을 깨끗이 비우는 일명 ‘장청소’가 부담된다고요. 대부분 검사 자체는 수면 상태에서 진행되니 대수롭지 않게 느끼지만 그 전 단계를 힘들어합니다. 공복 상태에서 가루약 형태의 장 세척제를 물에 타서 마시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데 특유의 쓴맛과 짠맛이 뒤섞여 구역질을 경험하기 일쑤니까요. 대장내시경에 진저리를 치는 지인 중에는 검사 전날 4ℓ나 되는 장 정결제를 마시다 구역질을 참지 못하고 모두 토해낸 바람에 검사를 포기하거나 장 정결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검사가 불발됐던 경우도 있습니다.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대변이 남아있어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통보를 들으면 민망함보다도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다시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스트레스라고 하더군요. 다들 어느 정도 공감하실 겁니다.

다행히 의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장 세척제도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역스러운 검사 준비 과정이 수검률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자,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더 쉽게 복용할 수 있는 개량 신약이 속속 등장하고 있죠. 장 정결제는 기전에 따라 크게 등장성 폴리에틸렌 글리콘(PEG·Polyethylene Glycol) 하제와 삼투성 하제, 자극성 하제 등 세 가지로 나뉩니다. PEG는 장내에서 수분을 유지해 배변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우수하다는 장점을 갖췄지만 특유의 짠맛과 4ℓ에 달하는 복용량이 단점이었죠. 이에 아스코르빈산을 추가해 복용량을 1~2ℓ까지 줄인 새로운 제형이나 과일 맛이 나는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삼투성 하제의 주성분은 장관 내에서 흡수되지 않는 황산나트륨입니다. 삼투압 농도 차를 이용해 체내 수분을 장내로 끌어들임으로써 장관 내강을 확장하고 변을 묽게 만들어 배변을 유도하는 원리죠. 장 세척 효과가 강력하고 필요한 추가 수분 섭취량을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이 역시 특유의 짜고 쓴맛 때문에 복용 시 불편감을 유발하긴 마찬가지였죠. 마지막으로 피코설페이트와 같은 자극성 하제는 장 점막을 직접 자극해 대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빠르고 효과적인 배변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습니다.

뭐니뭐니해도 최근 장 정결제 시장의 대세는 알약입니다. 2019년 국내 기업이 황산나트륨 성분의 액상형 장 정결제를 알약 형태로 바꾼 개량 신약을 선보였는데, 의료현장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거든요. 알약만으로 그 많은 물약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앞서 나열한 장 정결제의 다양한 기전을 정교하게 결합한 덕분입니다. 장내 수분을 유지해 배변을 돕는 성분, 장관 안으로 수분을 끌어당기는 삼투성 성분, 그리고 장 점막을 자극해 운동을 유도하는 자극성 성분이 최적으로 배합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거죠.

검사 전날 저녁 물 425㎖와 함께 장 정결제 14알을 먹고, 이후 1시간 동안 물 425㎖를 두 번 더 마시면 1차 복용이 완료됩니다. 이후 10~12시간이 지나 나머지 14알을 1차와 같은 방식으로 복용하는 방식이죠. 알약 28개를 먹어야 한다면 엄두가 나지 않지만, 가루약을 물에 타는 데 비하면 한결 수월하다는 게 유경험자들의 반응입니다. 무엇보다 알약을 물과 함께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역한 맛에서 한결 자유롭다고 해요. 준비 과정의 괴로움이 덜하니 장 정결 상태가 좋아지고 덩달아 검사 정확도도 높아졌다고 합니다. 혹여 알약의 효과가 떨어질까 하는 생각에 물약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죠. 이후 알약 크기를 줄이고 복용량을 20알로 낮춘 제품까지 출시되면서 국내 대장정결제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알약으로 넘어왔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다만 알약이라고 해서 물을 적게 마셔도 되는 건 아닙니다. 알약이 장 내에서 제대로 녹아 변을 묽게 만들려면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수거든요. 약을 먹기 전 물 두 컵을 미리 마시는 습관은 위점막 손상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분할 복용 등 용법 용량을 철저히 지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전날 저녁과 당일 새벽에 알약을 나눠 먹어야 정결 효과도 좋고 용종 발견율도 높습니다. 귀찮다고 한 번에 몰아 먹는 것은 금물입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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