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때문에 우리 병원 와”…강남 피부과 ‘비밀 주사’는 마약성 진통제 [취재후]

K-뷰티 시장이 커지면서 피부 미용 시술 산업도 덩달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요즘.
다양한 피부 미용 시술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병원행을 가로막는 것 중 하나는 시술 시에 동반되는 '통증'일 겁니다.
이 때문인지 피부 미용 의료기관에서는 '통증 완화'를 홍보하며 점점 더 다양한 마취 방법을 내놓고 있는데요.

이 중 취재진에게 새로운 마취 방식이 포착됐습니다. 바로 '통증 완화 수액 마취'입니다.
어떤 방식일까요? 과연 안전한 것일까요? 직접 상담을 다녀왔습니다.
■ "이것 때문에 우리 병원 와"…무통 수액이라더니 '마약성 진통제'

서울 강남구의 대형 피부과 의원.
리프팅 시술을 받고 싶다고 말하니 쉽게 상담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술 상담이 마무리될 즈음, "아프지 않겠냐"고 걱정하는 취재진에게 직원은 걱정하지말라며 '통증 완화 수액 마취'라는 방법을 권했습니다.
수액으로 진통제를 맞는 건데 일명 '무통 주사'라고 불립니다.
처음 듣는 마취 방법에 우려를 나타내자, 이미 많은 사람이 맞았다며 취재진을 안심시키기도 했습니다.
"마취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진통제라고 생각해 주시면 돼요. 그냥 수액이에요. 10명 중 거의 7~8명은 다 무통으로 하세요. 이것 때문에 저희 병원에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 A 피부과 직원
그냥 '진통제' 정도로 생각해 달라는 이 방식은 또 다른 병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가 본 서울 강남구의 B 의원에서도 마찬가지로 리프팅 시술 상담 과정에서 '무통 주사'를 권했습니다.
일반적인 '마취 주사'처럼 쉽게 권하는 이 방식. 과연 괜찮을까?
두 피부과 의원에 사용하는 '무통 주사'의 성분을 묻자 돌아온 답은 같았습니다.
바로, '페티딘(Pethidine)'이었습니다.
■ 말기 암 환자에게 쓰는 마약성 진통제, 단순 미용 시술에?
'페티딘(Pethidine)'은 모르핀과 펜타닐처럼 현행법상 '마약'으로 분류된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입니다.
중독성이 강하고 호흡 억제 등 부작용이 있어, 말기 암 환자나 출산하는 산모 등 고통이 극심한 환자에게 특수적으로 사용됩니다.

마약류 의약품을 관리하는 식품의약안전처에서도 위험성을 인지하고 '페티딘' 등 마약성 진통제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뒀습니다.
식약처는 "의료진으로 하여금 사용 전 환자에게 약물의 부작용 및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비약물적 치료 또는 비마약류 진통제를 먼저 사용한 뒤, 그럼에도 효과가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상으로는 단순 피부 미용 시술에 사용하는 진통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의료 전문가들 역시 단순 피부 미용 시술에 '페티딘'을 사용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피부 미용 시술들은 피부 깊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전신 마취를 요하는 것도 아니죠. 이런 정도에서 환자의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용을 한다면 좀 틀린 부분인 것 같고. 피부 표피층에 가하는 시술을 가지고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한다고 하면 굉장히 과하다고 봐야 하겠죠."
- 김성근 교수/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 전국 피부과 의원 처방량 중 '절반' 싹쓸이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마취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요 ?
두 피부과 의원의 '페티딘' 처방량을 살펴봤습니다.
A 피부과 의원의 페티딘 처방량은 2021년 약 1,300건에서 4년 만에 5배 넘게 늘었습니다.
B 피부과 의원의 페티딘 처방량 역시 개원 후 2년 만에 23배 증가했습니다.
다른 피부과 의원에서도 '페티딘' 처방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범위를 더 넓혀 전국 피부과 의원의 페티딘 처방량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페티딘 등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한 피부과 의원은 42곳.
전국 피부과 의원 1,516곳 중 2.8%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모두 15,000여 건의 처방 가운데 강남의 두 피부과 의원이 7,300여 건으로 절반가량 차지했다는 겁니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특정 피부과 의원에만 집중되고 있는 겁니다.
"피부과에서 마약성 진통제를 필요로 하는 시술이 얼마나 될 것이냐.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거죠. 피부과의원 두 곳에서 '마약성 진통제' 과반을 처방하고 있다, 그럼 '의학적 목적 이외에 처방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을 할 수 있죠."
- 김성근 교수/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 "의사 재량이라서"…5년간 오남용 적발은 '0건'
이렇게 두 피부과 의원의 '페티딘' 처방 내역을 살펴보면 수상해 보이는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지난 5년 동안 페티딘 오남용으로 적발된 피부과는 없습니다.
식약처가 마약성 진통제를 관리하고 있긴 하지만, 어떤 시술에 얼마나 많이, 또 자주 투약할 수 있는지 등의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전적으로 의사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식약처는 "해당 기관 처방의 적절성은 개별 환자의 질환 또는 증상의 정도, 의학적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므로,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보고되는 처방량 정보만으로는 오남용을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피부과의원은 페티딘 사용 이유를 묻자 "'프로포폴' 등을 이용한 수면 마취의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페티딘'을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충분한 상담과 의료진 판단 아래 페티딘을 최소량으로 사용했고, 환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 식약처, '마약류 진통제' 처방 현장 점검 나서
그러나 KBS 단독 보도 이후, 식약처는 대대적인 현장 점검에 나섰습니다.
[연관 기사]
[단독] “리프팅 안 아프게”…강남 피부과 ‘비밀 주사’는 마약성 진통제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575364
식약처는 지난 2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의 마약류 취급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처방량이 많거나 급증한 피부과 의료기관을 점검 대상으로 선별해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현장 점검 이후 전문가 검토를 거쳐 수사 의뢰 등 필요한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에 페티딘 등 의료용 마약류 진통제 사용에 대해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김보담 기자 (bodam@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