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주총 앞둔 고려아연…'상법 개정·3%룰' 판도 바꿀까
사외이사 4명 사임, 이사회 재편 불가피
최윤범 측과 영풍·MBK, 후보 선임 전략 대립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의 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상법 개정으로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이 예정된 가운데, 사외이사 공석까지 발생하면서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공방의 초점이 의결권 다툼에서 이사·감사위원 후보 선임 경쟁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앞서 정기주주총회에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안건이 부결된 바 있어 이번 임시 주총이 향후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최근 직무가 정지된 사외이사 4명이 사임하며 이사회 공석이 발생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선임됐으나 해당 주총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법원 판단에 직무가 정지된 상태로, 실질적 역할은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인(최윤범·박기덕·정태웅), 기타비상무이사 3인(장형진·김광일·강성두), 사외이사 8인 등 총 14명으로 줄었다. 현재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인사 8명, MBK·영풍 측 인사 5명, 미국 측 인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고려아연은 오는 9월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추가로 선임해야 하는 만큼 하반기 임시 주총 개최가 불가피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상법 개정에 따라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인 이상 선임해야 하는데 고려아연에는 해당 인원이 1명뿐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임시 주총을 감사위원 1명 선임을 위한 형식적 절차로 보는 시각이 짙었다. 그러나 사외이사 공석이 늘어나면서 이사회 구도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졌다. 추가 선임이 이뤄질 경우 이번 주총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경우 최윤범 회장 측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일반 이사와 달리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 룰'이 적용된다. 영풍·MBK 연합이 지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는 절대적 지분 영향력보다 소수주주의 표 집결이 유효한 구조다.
감사위원은 회계감사와 내부통제, 경영진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기구다. 특히 개정 상법 시행 이후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이사회 내 견제 장치로서 어느 진영이 이 자리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신경전이 재점화되고 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분리선출 감사위원 예비후보 추천 절차를 폐쇄적이라고 비판하며 자체 인사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시민단체·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공개적으로 후보를 추천받겠다는 입장이다. 특정 진영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인사가 아닌 독립적인 감사위원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취지다.
고려아연은 해당 절차가 후보 검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장치라고 반박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는 회계·재무·내부통제 전반을 감독하는 핵심 감시기구인 만큼, 개방성뿐만 아니라 전문성과 책임성도 함께 확보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방 자체로 감사위원 선임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본다. 과거 경영권 분쟁이 지분 확보 경쟁에 집중됐다면, 이번에는 어떤 후보를 내세워 소수주주의 지지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승부처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풍·MBK가 공개 후보 추천 방식을 제시한 것 역시 소수주주 표심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외이사 공석 처리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고려아연의 이사 수 상한선은 19명이다. 당초 임시 주총에서는 개정 상법에 대응하기 위한 감사위원 추가 선임이 핵심 안건으로 거론됐으나, 4명의 공석이 발생하면서 추가 이사 선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과 함께 이사 공석까지 채우는 방향으로 안건이 구성될 경우 지배구조에 미칠 무게감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다만 임시 주총 일정과 안건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공석 이사 선임이 함께 다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임시 주총이 단순 법 개정 대응 절차를 넘어 향후 고려아연 이사회 주도권과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감사위원 선거는 일반적인 이사 선임과 성격이 다르다.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되는 만큼 소수주주 표심과 후보 경쟁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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