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늘엔 배송드론, 거리엔 청소로봇… APEC 앞둔 선전 가보니

이은영 특파원 2026. 6.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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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엔 AI 서비스 마케팅 경쟁 치열
도시 풍경 곳곳에 첨단 AI기술 침투
11월 APEC 대비 도로 공사도 한창
지난 4일 중국 광둥성 선전 시내 빌딩 전광판에 2026 APEC 개최를 알리는 광고가 띄워져 있다. /선전(중국)=이은영 특파원

“피지컬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는 바이두 스마트 클라우드”

“훠산엔진, 당신의 AI 클라우드”

“기업 AI 혁신은 화웨이 클라우드”

지난 3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深圳). 바오안(宝安)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건 벽면을 가득 메운 대형 광고였다. 바이두(百度), 바이트댄스(Bytedance), 화웨이(华为) 등 중국 대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기업들의 AI 클라우드 서비스 문구가 전광판을 채우고 있었다.

지난 3일 중국 광동성 선전 바오안국제공항 도착층에 바이트댄스의 AI 클라우드 광고가 띄워져 있다. /선전(중국)=이은영 특파원

선전은 굵직한 테크기업들이 모여있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이 때문에 공항에는 일반 관광객보다 출장자가 많아 이들을 겨냥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경쟁이 도착층 핵심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요 관광지나 소비재가 아닌 AI가 공항의 ‘얼굴’이 된 모습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향하는 길, 푸른 하늘 위로는 상자를 매단 검은 드론 한 대가 눈에 띄었다. 택배 배송 또는 음식 배달용으로 추정되는 드론이었다. 도시 전역에 드론 비행이 엄격히 금지된 베이징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지난 3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 드론이 비행하고 있는 모습. /선전(중국)=이은영 특파원

선전은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大疆)의 본사가 있는 도시이며,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美团)은 현재 선전 내 주요 공원에서 드론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용자가 메이퇀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공원에 설치된 무인택배함과 비슷한 전용 기계에 드론이 착륙해 음식을 내려놓는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보관함 문이 열린다.

도심에서는 청소로봇이 인도를 청소하는 광경도 목격됐다. 실내 쇼핑몰이나 공항에서 청소로봇을 접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지만, 야외 환경미화까지 자율화된 모습이었다. 로봇 상단에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것으로 보이는 센서가 장착돼있었고, 청소로봇은 홀로 인도를 자율주행하며 바닥을 쓸었다. AI 기술이 전시관을 벗어나 실제 도시 인프라로 자리잡은 것이다.

지난 4일 오후 청소로봇이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거리를 쓸고 있다. 로봇 상단에는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선전(중국)=이은영 특파원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도시다. 1980년 중국 최초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선전은 작은 어촌에서 인구 1800만명의 첨단 산업도시로 변모했다. 화웨이, 텐센트(腾讯), DJI, 비야디(BYD) 등 중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들이 이곳에서 성장해 오늘날 선전을 중국 첨단기술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오는 11월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선전에서 열린다. 중국이 APEC을 개최하는 것은 2014년 베이징 이후 12년 만이다. 중국은 올해 APEC 주제를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 공동 번영 촉진’으로 제시했다.

지난 4일 11월 APEC 회의 장소로 언급되는 중국 광둥성 선전 국제교류중심 정문 앞 대로가 대규모 공사에 들어간 모습. /선전(중국)=이은영 특파원

APEC 개최 약 5개월 앞둔 지난 4일 찾은 푸톈(福田)구 국제교류중심 일대는 코를 찌르는 디젤 냄새를 풍기며 공사 작업에 한창이었다. 정문 출입구는 가로막혀 있었고 인도에는 ‘보행자는 돌아가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정문을 지키던 보안요원들은 사진 촬영을 제지하기도 했다.

정문 앞 도로는 왕복 1차선만 남긴 채 통제돼있었다. 길 건너편까지 기존 도로를 걷어내고 재정비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인도 곳곳엔 조경수가 새로 심어지고 있었다. 10여 대의 굴삭기가 흙과 콘크리트를 걷어냈고 트럭과 중장비 차량이 쉼 없이 오갔다.

행사장 인근과 주요 도심 지역에서는 ‘APEC 중국 2026’이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전광판과 현수막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전광판과 현수막에는 ‘선전으로 향하는 약속이 아름다운 아시아·태평양을 만든다’고 적혔다.

지난 4일 오후 중국 광둥성 푸톈구 국제교류센터. 2026 APEC 주요 회의장으로 언급되는 이곳은 정문 진입이 가로막힌 채 대규모 공사 중이었다. /선전(중국)=이은영 특파원

한편 올해 APEC 정상회의는 11월 초~중순쯤 개최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미국, 한국, 일본 등 21개 회원국·지역 정상과 정부 대표단,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할 전망이다. 중국은 이번 회의를 통해 디지털 경제, AI, 공급망 안정화, 녹색 전환 등 의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선전에서 열린 APEC 비공식 고위관리회의(ISOM)에서 3대 우선과제로 개방, 혁신, 협력을 제시하며 “선전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혁신 허브”라며 “중국은 기술혁신과 발전 경험을 파트너들과 공유하고 지역의 혁신 성장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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