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보다 화이트?”…편의점 판도 바꾼 1만원대 와인 [프라이스&]

권용훈 2026. 6. 6. 06: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어생생노트
김시훤 이마트24 주류팀 MD
편의점 와인도 가성비 경쟁
1만원대 ‘데일리 와인’ 불티
김시훤 이마트24 주류팀 MD가 꼬모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꼬모 와인은 이마트24가 운영하는 자체 와인 브랜드다. ‘와인으로 완성되는 당신의 순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편의점에서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을 표방한다. 고환율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비싼 와인보다 1만원 안팎의 가성비 와인을 찾는 소비자가 늘자 이마트24는 지난해 말 꼬모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리뉴얼 이후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첫 리뉴얼 상품 ‘말보로 소비뇽블랑’은 출시 직후 기존 꼬모 상품보다 판매량이 99.3% 높았다. 현재도 기존 꼬모 상품 대비 매월 평균 32.8% 높은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까베르네소비뇽, 모스카토, 프랑스 스파클링 등으로 꼬모 라인업을 확대했다. 연말까지 총 10종의 리뉴얼 상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9900원, 1만2900원, 1만5900원 … 가격 세분화

가격대도 달라졌다. 과거 꼬모는 9900원 단일 가격 중심으로 운영됐다. 리뉴얼 이후에는 산지와 품종 특성을 살려 9900원, 1만2900원, 1만5900원으로 가격대를 세분화했다. 현재 출시된 리뉴얼 상품은 9900원부터 1만29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행사 때는 7000~9000원대에도 구매할 수 있다.

이마트24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 기획 단계부터 원가 구조를 다시 살폈다. 환율, 현지 작황, 물류비 등 와인 가격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커진 만큼 현지 와이너리와 협업 체계를 갖춘 수입사를 우선 발굴했다. 장기 계약을 통해 공급 조건을 안정화하고 병 두께와 라벨 종이 재질 같은 패키지 요소까지 검토해 비용을 줄였다.

최근 편의점 와인 소비는 레드와인 중심에서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와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무겁고 진한 와인보다 가볍고 청량한 술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알코올 도수 9~11도 수준의 저도수 와인을 선호하는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인 레드와인 도수가 12~15도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말보로 소비뇽블랑의 판매 호조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소비뇽블랑은 산뜻한 산미와 과일 향이 특징이라 와인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비교적 쉽게 즐길 수 있다. 모스카토와 프랑스 스파클링을 새로 선보인 것도 청량하고 달콤한 와인을 찾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와인이 잘 팔리는 시간대는 퇴근 이후다. 이마트24에 따르면 꼬모 와인은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 판매가 가장 많다. 요일별로는 금요일과 토요일 매출이 높다. 목요일에도 주말 분위기를 미리 즐기려는 고객이 늘면서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말보로 소비뇽블랑처럼 가볍게 즐기기 좋은 화이트와인은 주중 저녁 수요도 꾸준하다.

함께 팔리는 상품도 달라지고 있다. 치즈와 견과류, 과일 같은 전통적인 와인 안주뿐 아니라 초콜릿과 케이크 등 디저트류를 함께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화이트와인과 스파클링와인을 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즐기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얼음컵 함께 구매하는 고객 늘어

와인과 얼음컵을 함께 구매하는 고객도 늘었다. 와인을 집 냉장고나 셀러에 보관했다가 마시는 대신 편의점에서 산 뒤 곧바로 야외 모임이나 집에서 차갑게 즐기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와인을 격식 있는 술이 아니라 맥주나 RTD처럼 가볍게 즐기는 캐주얼한 음료로 받아들이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편의점 와인의 약점으로 꼽히던 정보 부족 문제도 보완하고 있다. 이마트24는 꼬모 와인의 산지, 품종, 테이스팅 노트, 음식 페어링 정보를 점포 홍보물과 QR코드로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QR코드만 스캔하면 상품 특징과 추천 음용법을 확인할 수 있다. 전문 판매원이 없는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시훤 이마트24 주류팀 MD는 2022년부터 이마트24에서 주류 상품을 담당하고 있다. 와인 국제자격증인 WSET 레벨3와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와인소믈리에 자격, 전통주소믈리에 자격, 조주관리사 자격을 갖췄다. 그는 “와인 매장에 가면 수백 종의 제품 앞에서 어떤 와인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고객이 많다”며 “편의점에서는 쉽고 믿을 수 있게 고를 수 있는 큐레이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어 생생노트'는 유통 현장의 최전선에서 상품을 고르는 바이어(MD)의 시선으로 소비 트렌드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e커머스 등에서 실제로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지, 앞으로 어떤 제품이 시장을 바꿀지를 현장감 있게 짚어냅니다. 숫자로 드러나는 매출 흐름뿐 아니라 상품 기획 과정과 진열 전략, 소비자 반응까지 함께 들여다봅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