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지지층’ 아닌 ‘심판자’였다…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불신’ 드러낸 20·30 여성들

6·3 서울시장 선거에서 20·30대 여성 유권자의 표심 변화가 두드러졌다. 4년 전과 비교해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상당폭 하락하고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상승했다. 그간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20·30대 여성들의 민주당 이탈 현상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 본투표일인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이하 여성의 정원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48.5%로 집계됐다. 이는 4년 전 송영길 후보(67.0%)보다 18.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41.4%로, 4년 전 자신의 지지율(30.9%)보다 10.5%포인트 올랐다.
30대 여성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4년 전 송영길 후보가 54.1%를 얻었지만 정원오 후보는 11.3%포인트 떨어진 42.8%에 그쳤다. 오세훈 후보 지지율은 45.9%에서 53.6%로 7.7%포인트 상승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놓고 ‘2030 여성의 보수화’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5일 경향신문과 통화한 20·30대 여성 유권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참여한 이들은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지해서 뽑은 것이 아니다”라며 “후보의 역량과 공약, 상대 후보에 대한 반감 등을 따져 선택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여성들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은평구에 사는 김모씨(29)는 “원래 중도 성향이고 오세훈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다”며 “능력이 있어서 뽑았다기보다 상대 후보에게 더 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28)도 “국민의힘을 지지하기보다는 차악을 고른 셈”이라며 “진영보다 공약의 구체성을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등을 돌린 여성들도 있었다. 강모씨(24)는 “민주당이 20·30대 여성을 당연한 지지층으로 여기는 태도에 실망했다”며 “주변에서도 ‘민주당이 여성 의제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다른 정당을 지지하겠다는 이야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이 여성보다 20대 남성 표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였다”고도 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뽑았지만 서울시장으로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장모씨(29)는 “선거 과정을 돌아봐도 (민주당이) 20·30대 여성의 목소리를 들으려 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며 “보수화됐다기보다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스윙보터(부동층)가 된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 패배 원인을 두고 “인물과 전략의 실패에 가까웠다”며 “정원오 후보는 성동구에서는 익숙한 정치인이지만 서울 전체 유권자에게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원오 후보는 서울 성동구청장 3선을 역임했다.

정원오 후보를 선택한 여성들도 민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민주당이 여성 의제에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안모씨(23)는 “민주당이 정치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성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눈에 띄는 공약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모씨(28)는 “오세훈 후보가 싫어서 정원오 후보를 뽑았을 뿐,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다”라며 “권영국 정의당 후보를 찍고 싶었지만 사표가 될 것 같아 망설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모두 여성 의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강씨는 “오 후보가 당선됐지만 사회적 약자나 여성 의제에서도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모씨(27)는 “여야 모두 임신·출산 중심의 여성 공약만 내세우는 데에 배신감을 느꼈다”며 “여성 공약도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쓰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 이후 탄핵 국면에서 ‘응원봉‘을 들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20·30대 여성들을 정치권이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청년 여성들은 정당 선호만으로 투표하지 않고 개인의 경험과 후보 평가 등 다양한 변수 속에서 움직이는 존재”라며 “지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수화’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청년 여성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임주영 기자 zoo@kyunghyang.com, 하주언 기자 eon@kyunghyang.com, 김은송 기자 s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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