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관리급여에 재활의학계도 우려…“필요한 재활치료까지 위축”
얼굴마비·소아 사경 등 기존 재활치료 위축 가능성도
[의학신문·일간보사=정광성 기자] 정부가 도수치료를 관리급여에 편입하고 수가 기준을 확정지은 가운데 재활의학계에서도 임상 현장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기준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도수치료 관리급여 수가와 급여기준을 확정했다. 수가는 환자 본인부담률 95%를 적용해 1회당 4만3850원대로 결정됐다. 정부는 시장가격과 소요시간 등을 고려하고 마사지치료, 복합운동치료, 관절가동범위검사 등 유사 이학요법료를 준용해 수가를 산출했다.
급여기준은 부위별 주 2회 이내, 연간 총 15회 이내다. 다만 수술 또는 골절 등으로 관절 구축이나 강직의 뚜렷한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연간 총 24회까지 인정한다.
이에 재활의학계에서는 우선 도수치료 수가 산출 과정에서 실제 치료 현장의 자원 투입량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활치료의 일종인 도수치료는 치료 목적에 따라 시행 방법과 난이도가 달라지는 만큼 투입되는 전문 인력과 비용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번 수가는 기존 이학요법료 가운데 유사한 행위를 조합해 일률적으로 산정됐기 때문.
특히 도수치료 횟수를 주 2회, 연간 15회로 일률적으로 제한한 기준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근골격계 질환은 급성 통증뿐 아니라 만성 통증의 비중도 높다. 환자마다 질환과 중증도, 회복 속도가 다른 만큼 치료 효과를 평가하면서 횟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재활의학계의 설명이다.
재활의학회 관계자는 "도수치료를 주 2회, 연간 15회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학적 컨센서스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남용을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환자의 임상 상태에 따라 치료 횟수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유연성을 둬야 한다"며 "일률적인 제한은 실제 임상에서 필요한 치료까지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근골격계 중심 적응증…재활치료 위축 우려
이와 더불어 도수치료 적응증이 근골격계 질환 중심으로 설정된 점도 재활의학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현재 일부 종합병원에서는 낮은 급여 재활치료 수가를 보완하기 위해 도수치료 형태로 1대1 전문 재활치료를 제공해 왔다. 얼굴마비 환자의 재활치료, 소아 사경 환자의 스트레칭 치료, 노인 환자의 기능 저하 예방을 위한 운동치료 등이 대표적이다.
종합병원 재활의학과 A전문의는 "적응증이 지나치게 제한되면 얼굴마비, 소아 사경, 말초신경질환, 근육질환 환자 등이 필요한 재활치료를 충분히 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종합병원에서 제공해 온 일부 1대1 전문 재활치료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오남용 관리 필요하지만 환자 선택권도 고려해야"
또한 재활의학계에서 도수치료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관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수가 인하와 횟수 제한, 적응증 제한이 동시에 적용되면 의료기관의 수익 감소를 넘어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 선택지와 서비스의 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B교수는 "도수치료의 오남용을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수가 인하와 횟수 제한, 적응증 제한이 한꺼번에 적용되면 도수치료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B 교수는 "의료기관의 수익 문제만 볼 것이 아니라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 선택지와 서비스의 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향후 재평가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반영할 수 있는 탄력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평가주기를 3년으로 설정하고 향후 재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 유형과 전환 원칙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