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다음은 '근육'…근감소증 치료제도 뜬다

한상인 기자 2026. 6. 6.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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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줄이고 근육 지키는 '체중감량의 질' 경쟁 본격화
한미 ADA 발표·HK이노엔 2상 착수…국내 개발도 속도
비만치료제. AI 생성 이미지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가운데 업계 관심이 단순 체중감량을 넘어 근육 보존과 체성분 개선으로 확대되고 있다. 체중 감소량 자체보다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량(Lean Mass)을 얼마나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감량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동안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은 얼마나 많은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는 뛰어난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하며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감량된 체중 중 일부가 근육을 포함한 제지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령 비만 환자나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근육 손실이 기초대사량 감소와 운동능력 저하, 근감소증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단순 체중감량이 아닌 지방 중심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액티빈(Activin) 등 근육 성장과 관련된 신호 전달 경로를 활용한 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체중감량 효과보다 체성분 개선 여부를 새로운 경쟁력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근육 증가를 목표로 하는 신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HM17321과 마이오스타틴 기반 혁신신약 HM500197을 개발 중이다. HM17321은 근육 증가와 대사 개선을 동시에 겨냥하는 후보물질이며 HM500197은 근육 성장 억제 단백질인 마이오스타틴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치료제다.

특히 한미약품은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미국당뇨병학회(ADA 2026)에서 HM17321과 HM500197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단순 체중감량을 넘어 '체중감량의 질(Quality of Weight Loss)'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 결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과 함께 근감소증 치료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체중감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육 손실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면서 근육량 유지 또는 회복을 돕는 치료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HK이노엔은 4일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 IN-207907의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IN-207907은 카인사이언스의 펩타이드 신약 후보물질 KINE-101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로, 만성 염증 조절을 통해 근육 손실을 억제하는 차별화된 접근법을 적용했다.

특히 HK이노엔은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GLP-1 계열 비만치료제 IN-B00009와의 병용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사용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감소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비만치료제와 근감소증 치료제가 상호 보완적인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엔셀 역시 근감소증을 적응증으로 한 세포유전자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직접적인 비만치료제는 아니지만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로 근육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 가치도 함께 부각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비만치료제와 근감소증 치료제가 상호 보완적인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체중은 줄이면서 근육은 유지하거나 증가시키는 방향이 차세대 비만 치료의 핵심 목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GLP-1 치료제가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며 "향후 비만치료제 경쟁은 체중을 얼마나 줄였느냐보다 근육을 얼마나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감량했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