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형사절차] 새 형사소송법에 거는 기대
지나치게 법원 중심적
조문에 시민 중심 가치 담고
인권침해 위험 높은 수사절차
실질 통제장치 마련해야

김면기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가 현재 개편이 진행 중인 형사사법제도를 주제로 연재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다. 중수청법·공소청법 제정이 수사·기소 분리를 위한 조직 정비였다면, 형사소송법 개정은 수사기관과 공소청의 직무 절차를 설계하는 작업이다. 조직법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현재 논의는 보완수사권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다. 수사·기소 분리는 그 자체가 궁극적인 목적이라기보다는 형사절차 정상화의 일환이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형사소송법의 가치와 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법전의 첫 조문은 해당 법률이 존재하는 이유와 지향점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그러나 우리 형사소송법 제1조는 "법원은 직권으로 관할을 조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형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최우선 가치가 법원의 사건 배당과 관할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민사소송법 제1조가 "소송절차가 공정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하며 법의 이념을 밝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민사소송법도 원래는 관할 규정으로 시작했지만 1990년 개정을 통해 바뀌었다. 반면 형사소송법은 1954년 제정 이후 변화가 없다. 학생들에게 법전을 펼치라고 하기가 민망하다.
문제는 첫 조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전체 체계 역시 지나치게 법원 중심적이다. 권리장전으로서의 형사소송법이라면 피의자와 피해자가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떤 권리를 보장받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형사소송법은 불친절하다. 법원 관련 총칙 규정들을 한참 나열한 뒤, 제195조에 이르러서야 '수사'를 규정한다. 더욱이 수사 규정은 제2편 제1심의 하위 장에 배치되어 있다. 수사가 1심 재판의 하위 절차이고, 수사가 개시되면 재판이 시작된다는 뜻인가? 경찰의 수사, 검찰의 기소, 법원의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절차와 괴리된 구조다.
수사 파트의 첫 조문들도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관계'(제195조), '검사의 수사'(제196조) 등 수사 주체들의 권한과 관계에 집중되어 있다. 입법자의 관심이 '누가 수사권을 가지는가'에 머무르는 사이, 절차 당사자들의 권리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도대체 우리 형사소송법은 왜 이럴까? 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알기 어렵고, 전체적인 체계와 구성은 불친절하고 어색하다. 그간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는 수사기관이나 법조 직역 간 권한 조정에 집중되었고, 형사소송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며 어떤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은 충분하지 않았다. 시민이 이해하기 쉬운 체계로 재구성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다.
필자는 2017년 국회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며 별도의 '수사절차법' 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 형사소송법 전체 493개 조문 가운데 수사절차 관련 규정은 50여 개에 불과하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 외에도, 수사절차에 대한 규정 자체가 몹시 빈약한 셈이다. 인권 침해 위험이 높고 적법절차 준수 요구가 강력한 수사 단계의 규정이 지나치게 허술하다. 이후 수사절차법 제정 논의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주요 정당의 대선 공약으로도 제시되었다. 현재 하위법령에 산재한 주요 수사절차 규정들은 법률 차원으로 격상될 필요가 있다.
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에서는 올해 상반기 내 형사소송법 개정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년 추진단이 마련한 공소청, 중수청 법안 초안들은 본질적 고민의 부재와 섣부른 추진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번만큼은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오롯이 담아내는 진정한 '뉴노멀' 형사소송법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법전의 첫 조문부터 수사절차에 대한 실질적 통제까지, 주권자인 시민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형사소송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형사소송법 정상화의 길이다.
김면기 교수(경찰대 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