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접수한 지 6개월, 경찰에선 연락 없어요”

박성동 기자 2026. 6.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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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수사관 가르쳐”
법리 복잡한 사건 수사 지연

#사례1 2025년 10월 타워크레인 기사 5명은 A 크레인 회사를 고소했다. 주중 근무일만 근로계약을 맺고 주말 근무는 주소가 아파트인 정체불명의 회사와 근로계약을 맺게 했기 때문이다. 사업장 쪼개기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재하도급 금지와 근로기준법상 임금 전액지불 위반이 될 수 있지만 경찰은 8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피의자에게 소환 통지조차 하지 않았다.

#사례2 B 씨는 어머니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B 씨의 아버지이자 남편의 성년후견인으로서 피후견인 소유 아파트를 처분해 10억 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경찰은 고소한 지 반년이 넘은 5월에야 피의자를 소환했다.

경찰이 고소·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장기간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조에서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통제 기능이 약화된 데다, 경찰이 복잡한 법리 검토와 강제수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임의수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라고 본다. 고소·고발을 대리하는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수사관에게 법리와 수사 방향까지 설명해야 해 사실상 검찰 역할을 떠맡고 있다는 자조도 나온다.

최근 형사 고소를 대리한 이호동(변호사시험 6회)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전이었다면 검찰이 수사지휘를 통해 수개월 내 마무리했을 사건이 지금은 진행 상황조차 제대로 통지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복잡한 사건의 배경과 법리를 검토하고 수사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이 사실상 변호사에게 넘어왔다는 불만도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검찰이 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수사를 지휘했지만 지금은 변호사가 수사관에게 사건 구조와 법리까지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이 필요한 사안도 임의수사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을 주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은 경찰이 강제수사를 기피하고 임의수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수사지휘 없이 직접 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데다 압수물 분석 등 후속 업무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그 결과 증거 수집 책임이 사실상 고소·고발인에게 전가되고, 경찰은 당사자 진술을 중심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수사 방식이 사건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기·횡령·배임 등 복잡한 고소·고발 사건은 초기 단계에서 법률관계를 정리하고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 등을 통해 객관적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임의수사에 의존할 경우 진술만 오간 채 핵심 증거 확보가 늦어지고, 그만큼 사건 처리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사건 자체가 급증하면서 수사 지연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2023년 11월 수사준칙 개정으로 고소·고발 반려제도가 폐지되면서 모든 사건을 접수하게 됐고, 이에 따라 고소·고발 사건은 2022년 37만여 건에서 2024년 68만여 건으로 30만 건 넘게 증가했다.

법조에서는 단순한 사건 증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죄목별로 처리 지연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 처리 기간이 6개월을 넘긴 폭행 사건은 3,884건에서 2024년 1,699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법리 검토와 자금 추적 등이 필요한 사기 사건은 4만3,665건에서 6만8,671건으로, 배임 사건은 1,803건에서 3,481건으로 각각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