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평석] 보이스피싱 ‘중계기’ 운용 조직, 사기 범죄단체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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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례평석은 보이스피싱의 필수적 범행수단을 유통·운용·관리하는 조직에 대하여, 궁극적인 범죄 목적이 보이스피싱, 즉 사기죄이므로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행수단인 대포통장, 대포유심의 공급·유통·관리 조직에 대하여는 사기죄를 목적범죄로 하는 범죄단체를 인정하면서도 중계기 공급·운용·관리 조직에 대하여만 사기죄를 목적범죄로 하는 범죄단체를 부정했다.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의 핵심은 콜센터의 발신전화이고, 우리 국민들이 중계기의 변작 때문에 발신번호를 국내로 오인하여 전화를 받는 점, 실질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 이외에는 민간인이 조직적으로 다수의 중계기를 운용·관리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중계기 운용·관리 조직에 대하여 사기죄를 목적범죄로 하는 형법상 범죄단체를 인정함이 상당하다.
'사기죄 목적'의 대포통장 모집·운용 조직과 대포유심 유통 조직에 대하여 유죄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반면, 같은 보이스피싱의 범행수단 조직임에도 '사기죄 목적'의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하여만 무죄 판결이 선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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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례평석은 보이스피싱의 필수적 범행수단을 유통·운용·관리하는 조직에 대하여, 궁극적인 범죄 목적이 보이스피싱, 즉 사기죄이므로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행수단인 대포통장, 대포유심의 공급·유통·관리 조직에 대하여는 사기죄를 목적범죄로 하는 범죄단체를 인정하면서도 중계기 공급·운용·관리 조직에 대하여만 사기죄를 목적범죄로 하는 범죄단체를 부정했다.
중계기란, 해외 발신 인터넷전화인 '070' 번호를 국내 발신 휴대전화인 '010' 번호로 변작해주는 것이다. 최근까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캄보디아 범죄단체들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발신번호의 '010' 변작 때문이다.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의 핵심은 콜센터의 발신전화이고, 우리 국민들이 중계기의 변작 때문에 발신번호를 국내로 오인하여 전화를 받는 점, 실질적으로 보이스피싱 범행 이외에는 민간인이 조직적으로 다수의 중계기를 운용·관리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중계기 운용·관리 조직에 대하여 사기죄를 목적범죄로 하는 형법상 범죄단체를 인정함이 상당하다.
기존에는 중계기 발신번호 변작만을 처벌대상으로 하였으나, 전기통신사업법은 최근 중계기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범행 증가 등을 이유로, 중계기 불법 운용의 원천 차단을 위해 중계기 수입 등에 대하여도 처벌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었다.
I. 보이스피싱 범죄단체에 대한 사실관계와 법원의 판단
1. 대상판결Ⅰ(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고단2432 등)
가. 사실관계(대포계좌 모집·운용 조직)
- 피고인 A는 2016. 말경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대포계좌를 모집하여 이를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에 제공하는 범행을 목적으로 한 대포계좌 모집·운용 조직(소위 '장집 콜센터') 범죄단체를 조직[범죄단체조직]
- 피고인 A 등 위 범죄단체 조직원들은 2017. 12.경 대포계좌를 모집하여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소위 '오더집')에 제공'하여, 위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과 순차 공모하여 피해자 19명으로부터 합계 약 8,000만 원 편취[범죄단체활동, 사기]
나. 법원판단
「이 사건 조직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형적인 구조와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고, 이 조직의 통솔체계는 범죄단체임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확정).
2. 대상판결 Ⅱ(수원지방법원 2024노393)
가. 사실관계(대포유심 유통 조직)
- 피고인 B는 2021. 12. 부산에서 유심변경신청서 등을 위조·행사하여 대포유심을 개통한 후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유통하는 범죄단체를 조직[범죄단체조직]
- 피고인 B는 위 범죄단체 조직원들과 함께 2021. 12.~2023. 4. 총 39회에 걸쳐 명의자들의 동의 없이 유심변경신청서를 위조·행사하고, 2022. 4.~6. 685회에 걸쳐 대포유심을 성명불상자에게 제공[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전기통신사업법위반]
- 피고인 B는 위 범죄단체 조직원들과 함께 2022. 4.~2023. 3. 불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일명 OOOO 등)에게 1개당 25만 원에 대포유심을 공급하여, 성명불상자들과 공모하여 118회에 걸쳐 합계 약 20억 원 편취[사기]
나. 법원판단
「대포유심을 개통하는 과정에서 실행한 범죄가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및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에만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대포유심 유통조직원들이 미필적으로나마 위 대포유심이 불법적으로, 즉 보이스피싱 사기 등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알고 이를 유통한 이상 대포유심 유통조직이 보이스피싱 사기죄의 예비·음모의 성격을 갖는 범죄단체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확정).
3. 대상판결 Ⅲ(서울동부지방법원 2024노1024)
가. 사실관계(중계기 운용 조직)
- 중국 국적의 C는 2022. 6. 중국에서, 일명 OO등이 간부급 조직원으로 있는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 등을 비롯한 다수의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 출집 및 장집과 순차 공모하여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대한민국에 중계기를 설치·운영하여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원들이 다수의 대한민국 거주자들에게 '010'으로 시작하는 변작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게 하는 중계기 운용 범죄단체를 조직
- 피고인 D는 2023. 8.경 동생 C로부터 제안을 받아, 국내 조직원 모집 및 조직원들에게 범행 수당을 지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로 하고, 2023. 8.~11.경 조직원 2명을 모집, 2023. 11.~2024. 1.경 위 범죄단체 조직원(중계기 관리책 등)들에게 수당을 지급[범죄단체가입·활동]
- 피고인 D와 위 범죄단체 조직원들은 공모하여 2023. 8.~2023. 10. 총 240회선의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를 관리하여 무등록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하고, 타인의 통신을 매개[전기통신사업법위반]
- 피고인 D와 위 범죄단체 조직원들은 위 240회선을 불상의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제공하고, 보이스피싱 콜센터는 위 회선을 이용하여 피해자 26명으로부터 합계 약 8억3,000만 원 편취[사기]
나. 법원판단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및 사기의 점에 대하여는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범죄단체가입·활동의 점에 대하여는 「C가 구성한 조직이 무등록 기간통신사업 및 타인통신매개 등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여지는 있으나, 이는 형법 제114조가 적용되는 목적범죄에 해당하지 않고, 위 조직의 목적이 '중계기를 운영하여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사기 범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다(대법원 확정).
II.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의 변화 - 전문화·분업화
1. 과거 보이스피싱 형태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은 총책을 정점으로 해외 거점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번호가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로 기망행위를 하고, 대포계좌로 피해금을 취득하는 단순한 구조였다.
따라서 보이스피싱 조직이 '직접' 범행 수단인 대포 인터넷전화 및 대포계좌를 마련하고, 콜센터 조직원을 모집했다. 단일 조직에서 이를 모두 통제·운용할 수 있었으므로 범행 실행의 단계가 단순했다.
2. 현재 보이스피싱 형태
가. 범행수법의 고도화
1) 발신번호 변작 중계기의 이용
그러나 보이스피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이 '070' 인터넷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민들이 '070' 인터넷전화에 대하여 '해외 콜센터' 발신으로 의심하면서 잘 받지 않게 되자 '070' 인터넷전화를 이용한 범행의 성공률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에 보이스피싱 조직은 '010'의 국내 발신번호를 범행에 사용해야만 했다. 해외 콜센터가 '070' 번호로 발신한 전화를 마치 국내 발신의 '010' 번호인 것처럼 연결·변작하는 중간 단계가 범행 성공에 반드시 필요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이와 같은 발신번호의 변작 중계기(이하 '중계기'라고 함)라는 통신장비의 이용으로, 비로소 해외 콜센터에서도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기망행위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내 '010' 번호의 대포유심도 필수적인 범행도구이므로 대포유심에 대한 부분은 각설한다.
2) 'N차' 현금수거책 및 계좌의 등장
한편 수사기관이 피해금을 수취한 대포계좌를 추적하거나, 피해자의 신고로 해당 대포계좌에 대한 금융기관의 거래정지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수익을 온전히 취득하고자, 피해금을 '인편'으로 수취하는 소위 '현금수거책'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1명의 현금수거책이 피해금을 수거하여 대포계좌에 입금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현금수거책과 대포계좌의 이용 형태 역시 1차, 2차, 3차 현금수거책이 피해금을 순차 전달하고, 피해금도 대포계좌에서 1차, 2차, 3차 세탁계좌로 반복 이체하는 방식으로, 범행이 점차 복잡화되었다.
나. 범죄단체화 및 외주화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행에는 중계기, 현금수거책, 대포계좌 및 대포유심 등 범행도구의 운용·관리가 필수적이고, 대포계좌·유심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해외 거점 콜센터 외에도 다양한 범행도구를 관리하는 별도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서, 단일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는 이를 모두 통제·운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또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 일부를 외주화할 필요성도 발생했다.
이에 현재 보이스피싱 범행은 단일 조직이 범행 전체를 총괄하는 방식으로 실행될 수 없다.
콜센터 운용으로 보이스피싱의 핵심인 기망행위를 담당하며 범행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콜센터 조직(소위 '오더집') 이외에 보이스피싱에 필수불가결한 범행수단의 공급·유통·운용·관리가 외주화되었다.
콜센터 조직에 범행도구의 공급 내지 용역 제공을 전담하는 중계기 운용 조직(소위 '전화집'), 현금수거책 운용 조직(소위 '출집 조직'), 대포계좌 운용 조직(소위 '장집 조직'), 환전 조직(소위 '환전집')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이처럼 각각의 독립 조직(콜센터 조직 외에 조직을 이하 통칭하여 '범행수단 조직'이라고 함)이 각자 전문화·분업화된 역할을 분담하며, 순차 공모하는 형태로 범행이 이뤄진다.
① 기망행위 콜센터 조직이 해외에 콜센터를 마련하고, 변작한 '010'번호로 피해자들에게 전화하여 마치 발신자가 국내에 있는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종사자인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
② 피해금 편취 콜센터 조직이 기망에 성공하면 대포계좌 운용 조직(피해금을 송금받는 경우) 또는 현금수거책 운용 조직(피해금을 현금수거책을 통해 수거하는 경우)에 의뢰하여 피해자로부터 피해금을 취득
③ 자금세탁 대포계좌 운용 조직 또는 현금수거책 운용 조직이 취득한 피해금을 N차 계좌이체, 가상화폐 또는 상품권 구매, PG사 가상계좌 이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탁한 후 최종적으로 이를 환전 조직을 통해 해외 체류 콜센터 조직에 전달하여 범죄수익을 실현
④ 범행도구 제공 대포유심 유통조직은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포유심을 공급, 중계기 운용 조직은 콜센터 조직에 중계기를 통한 발신번호 변작 용역을 제공,인력 유통 조직은 콜센터 조직에 TM(텔레마케터)을 공급하거나 현금수거책 운용 조직에 현금수거책 인력을 공급,대포계좌 유통 조직은 대포계좌 운용 또는 자금세탁 조직 등에 대포계좌를 공급 등
콜센터 조직과 범행수단 조직은 상하관계가 아니다. 콜센터 조직이 여러 범행수단 조직과 다양한 거래관계에 있는 것이 보통이고, 범행수단 조직들 사이에 복잡하게 거래가 얽혀진 상태로, 보이스피싱 범행이 이뤄진다.
보이스피싱의 범죄수익도 범행을 주도한 콜센터 조직 뿐만 아니라 범행에 관여한 모든 조직에게 거래관계에 따라 분배된다.
콜센터 조직이 피해금의 50~70%, 대포계좌 또는 현금수거책 운용 조직이 피해금의 30~50%를 취득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이후 각 조직간 거래관계에 따라 콜센터 조직이 그 취득 부분 중에서 중계기 운용 조직 등에게, 대포계좌 또는 현금수거책 운용 조직이 그 취득 부분 중에서 자금세탁 조직 등에게 비용형태로 지급한다.
III.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한 판례 검토
1. 범행수단 조직의 범죄단체성
콜센터 조직의 범죄단체성은 당연히 인정되고, 범행수단을 제공하는 조직의 조직원들 개개인 역시 사기죄의 순차 공모관계에 따른 공동정범에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이다.
그렇다면 범행수단 제공 조직 자체가 콜센터 조직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을 경우, 콜센터 조직과는 별개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독립된 범죄단체로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된다.
범행수단 조직은 보이스피싱에 가담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 범죄수익은닉규제법위반죄,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 외국환거래법위반죄 등을 저지른다. 그러나 이는 보이스피싱의 실행에 필수불가결하게 수반되는 범죄일 뿐, 범행수단 조직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보이스피싱을 통한 범죄수익 취득이다.
따라서 이들 조직을 보이스피싱 즉, '전기통신금융사기죄 내지 사기죄 목적'의 범죄단체로 의율하여 강력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
'사기죄 목적'의 대포통장 모집·운용 조직과 대포유심 유통 조직에 대하여 유죄 판결이 선고·확정되는 반면, 같은 보이스피싱의 범행수단 조직임에도 '사기죄 목적'의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하여만 무죄 판결이 선고되고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2.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한 검토
가. 중계기의 본질 : 해외 발신자 위치의 국내 변환
전술한 바와 같이 과거 보이스피싱 범행이 '070' 발신번호가 이용되었다면, 현재는 대부분 중계기의 변작을 통해 '010' 발신번호가 이용된다.
중계기의 연결·변작은 해외 콜센터 조직원들의 보이스피싱 기망행위의 핵심 요소이다. 국내 피해자들은 '070' 발신번호를 보고 해외 인터넷전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중계기로 변작된 '010' 발신번호 때문에, 해외 콜센터 조직원들을 '국내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으로 속게 된다.
나. 중계기의 발신번호 변작 : 실무상 보이스피싱이 유일
중계기 운용·관리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수의 중계기를 설치할 원룸 등의 장소를 임대하고, 중계기 부품 전달 및 수당 지급책 등을 통해 마치 마약 배송하는 것처럼 은밀하게 중계기의 공급 및 설치가 이뤄진다. 다수의 중계기·대포유심을 확보하면 이를 관리할 중계기 관리책 등의 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장소 임차료, 각종 인건비, 수당 등을 고려하면 중계기 운용·관리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므로, 중계기 1회선의 10일 사용료가 약 100~140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액이다.
반면 대포유심이나 대포 인터넷전화는 1회선의 1개월 사용료가 약 10~30만 원 정도로 저렴하다. 단순히 발신자의 신원을 숨기거나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할 목적이라면 대포유심 등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비싼 중계기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불법 인터넷 도박, 주식 리딩방의 경우 통상 문자·카카오톡·인터넷으로 홍보할 뿐, 범행에 전화를 이용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해외에서 국내로 위장할 필요도 없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하더라도 해외에선 대포 인터넷전화, 국내에선 대포유심을 이용하면 충분하다. 고가의 중계기를 이용해서 수익성을 낮출 이유가 없다.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계기를 이용하는 이유가 있다. 중계기 이용의 주된 목적은 단지 콜센터 조직원이라는 발신자의 신원 은닉이 아니다. 발신자의 위치를 해외에서 국내로 기망하기 위해 발신번호를 변작(070→010)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무상 중계기의 발신번호 변작을 이용한 범죄는 다른 사례를 찾기 어렵다. 고액의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계기를 이용하는 범죄는, 보이스피싱이 유일하다.
다. 중계기 운용 조직의 목적 : 보이스피싱 범죄
콜센터 조직뿐만 아니라 개별 범행수단 조직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보이스피싱에 가담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피해자들로부터 편취한 피해금을 자신들이 범죄수익으로 취득하려는 것이다.
다양한 범행수단 조직 중에서도 중계기 운용 조직은 보이스피싱과 가장 밀접하고 필수불가결하다. 중계기는 해외 발신자의 위치를 국내로 기망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보이스피싱의 필수적 요소이다.
중계기의 발신번호 변작은 보이스피싱 외에 다른 범죄에는 사용될 여지가 없다. 중계기 운용의 목적을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는 것 외에는 상정하기 어렵다.
중계기 운용 조직에게 미필적이라도 보이스피싱에 대한 고의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이들의 목적 범죄는 보이스피싱, 즉 사기죄와 그에 수반되는 범죄인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다수의 판결은 중계기 관리책을 사기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였다. 같은 논리로 중계기 관리책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거나, 범행도구 또는 수당을 전달하는 사람들 모두 사기죄와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의 공범이라 할 것이다.
대상판결3의 중계기 운용 조직은 총책, 자금관리책, 조직원 관리책, 조직원 모집책 등의 관리자급 조직원들과 수십명의 국내 부품 창고 관리책, 중계기 관리책, 부품 전달책, 수당 전달책 등이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으로 중계기를 관리하였다.
이들의 목적 범죄가 단지 보이스피싱에 수반되는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에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이들 각자가 사기죄와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의 공범임은 물론, 범죄집단의 목적이 사기죄와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라는 것은 자명하다고 할 것이다.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는 범죄단체 또는 집단에 의하여 계획적·조직적으로 행하여지는 범죄로 인한 사회적 해악의 정도가 개인의 범죄로 인한 경우보다 훨씬 중대할 뿐 아니라 범죄단체 또는 집단이 존속·유지되는 한 범죄 실행 또는 실행의 위험성이 지속된다는 점에 비추어 범죄의 실행 여부를 불문하고 그 범죄의 예비·음모의 성격을 갖는 범죄단체 또는 집단의 생성 및 존속 자체를 막으려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2009도2337 판결 참조).
보이스피싱의 범행수단 조직들 중에서 중계기 운용 조직만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대상판결2와 같이, 중계기 운용 조직이 중계기 회선을 성명불상자들에게 판매하여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이상, 해당 중계기 회선을 범행에 이용한 콜센터 조직이 특정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중계기 조직은 보이스피싱 사기죄의 예비·음모의 성격을 갖는 범죄집단이라 할 것이다.
Ⅳ. 결어
분업화·전문화된 다수의 조직이 이합집산하고 서로 거래관계를 통해 순차 공모하여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르고 그 범죄수익을 분배하는 현실에 맞춰, 각 범죄수단 조직을 독자적인 사기죄 목적의 범죄단체로 인정함이 상당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기죄 목적의 대포계좌 모집·운용 조직과 대포유심 유통 조직에 대하여 각각 유죄 판결이 선고된 사례가 있으나, 사기죄 목적의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하여는 무죄 판결이 선고되고 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중계기 본질은 해외 발신자 위치의 국내 변환으로, 전화 수신자를 '기망'하는 것이다. 실무상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 이외에 다른 범죄에 중계기를 이용한 발신번호 변작이 사용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중계기 운용 조직의 궁극적인 목적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중계기 운용이라는 범행 수단으로 가담하는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는 보이스피싱에 수반되는 것일 뿐, 목적 범죄가 전기통신사업법위반죄로 한정된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개개의 중계기 관리책에게 사기의 고의가 인정되는 경우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확립된 판례임에 비추어, 중계기 관리책 역할을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중계기 조직의 목적범죄가 사기임은 자명하다. 중계기 운용 조직에 대하여도 '사기죄' 목적의 범죄단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 최근 입법 상황 소개 : 중계기의 국내 제조·수입·배포 등을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시행('26. 5. 19.) 중
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의2(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5. 제84조의2제2항을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는 장치를 제조, 수입, 배포, 판매, 대여한 자
제84조의2(전화번호의 거짓표시 금지 및 이용자 보호)
②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는 장치를 제조, 수입, 배포, 판매, 대여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수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구) ② 누구든지 영리를 목적으로 송신인의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등 거짓으로 표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을 목적으로 하거나 수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김보성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장(전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합동수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