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성공적인 기술수출… K-바이오, 침체 뚫고 반전 신호탄

김동명 기자 2026. 6.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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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오스코텍 등 대형 계약 성사
플랫폼·신약 후보물질 경쟁력 재평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해 들어 잇달아 조 단위 기술수출과 대형 판권 계약을 성사시키며 침체된 바이오 투자심리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 있다. 한동안 금리 부담과 연구개발 성과 지연, 임상 실패 우려 등으로 얼어붙었던 K-바이오 시장에 한미약품, 오스코텍, 큐라클, 아리바이오 등 주요 기업의 계약 소식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다시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얼어붙었던 K-바이오 시장에 잇달아 조 단위 기술수출과 대형 판권 계약 소식이 들려오면서 침체된 투자심리에 반전이 생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챗GPT

6일 관련 업계 소식을 종합하면 한미약품과 오스코텍은 최근 각각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Agios Pharmaceuticals)와 조 단위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큐라클과 맵틱스는 망막질환 이중항체 'MT-103'을 미국 메멘토 메디슨(Memento Medicines)에 총 1조5600억원 규모로 이전했고, 아리바이오도 중국 푸싱제약(Fosun Pharma)과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에 대한 최대 47억달러, 약 7조원 규모의 독점 판권 계약을 맺었다. SK플라즈마와 알테오젠까지 기술이전 및 플랫폼 계약 성과를 이어가면서, 올해 K-바이오 기술수출은 후보물질과 플랫폼, 질환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한미약품의 대형 기술수출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에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를 총 1조8973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소네페글루타이드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지속형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2(GLP-2) 아날로그 바이오신약이다. 릴리는 이번 계약을 통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네페글루타이드의 개발, 제조, 상업화에 대한 독점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 구조도 의미가 크다. 한미약품은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으로 7500만달러, 약 1129억원을 받는다. 향후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 단계별 성공에 따라 최대 11억8500만달러, 약 1조7844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제품 출시 이후에는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수취한다. 전체 계약 규모뿐 아니라 확정 계약금 비중이 비교적 크다는 점에서 단순한 가능성 평가를 넘어 후보물질의 개발 가치가 상당 부분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스코텍도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세비도플레닙'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오스코텍은 아지오스에 세비도플레닙의 독점적 임상 개발 및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이전한다. 이번 계약은 개발, 허가,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6억6500만달러, 약 1조원 규모다. 상업화 이후에는 별도의 로열티도 받을 수 있다.

세비도플레닙은 비장 타이로신 카이네이즈(SYK)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저분자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면역혈소판감소증과 류마티스관절염 등을 대상으로 개발돼 왔으며,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오스코텍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 개발 과정에서 핵심 후보물질을 발굴한 경험을 보유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렉라자 성공 DNA'가 또 다른 기술수출로 이어졌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5월에는 난치성 혈관질환 개발기업 큐라클과 항체 개발기업 맵틱스가 망막질환 이중항체 'MT-103'을 미국 메멘토 메디슨(Memento Medicines)에 총 1조56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MT-103은 Tie2 활성화와 항-혈관내피성장인자(VEGF) 기전을 결합한 이중항체로, 혈관 안정화와 신생혈관 생성 억제를 동시에 유도하는 구조를 갖는다. 기존 항-VEGF 치료제 중심의 망막질환 시장에서 차별화된 기전으로 평가받는 만큼, 전임상 단계 자산임에도 조 단위 계약을 이끌어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리바이오도 중국 제약기업 푸싱제약(Fosun Pharma)과 경구용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에 대한 독점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7억달러, 약 7조원으로 알려졌다. 기술수출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글로벌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개발한 후보물질의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K-바이오 성과로 평가된다.

올해 기술수출 흐름은 특정 기업의 일회성 성과로 보기 어렵다. 지난 3월 SK플라즈마는 튀르키예 프로투루크에 1100억원 규모의 혈장분획제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자회사 테사로(Tesaro), 바이오젠(Biogen) 등과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플랫폼 기술 관련 계약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항암제, 희귀질환, 망막질환, 알츠하이머병, 혈장분획제제, 제형 플랫폼 등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 기술수출의 특징으로 '플랫폼 기술의 재평가'를 꼽는다.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알테오젠의 피하주사 제형 전환 기술, 큐라클·맵틱스의 이중항체 기술 등은 하나의 후보물질을 넘어 확장 가능한 기술 기반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만 조 단위 계약이 곧바로 조 단위 현금 유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기술수출 계약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 판매 로열티로 구성된다. 전체 계약 규모는 임상 성공, 허가, 상업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잠재 금액을 포함한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총액뿐 아니라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 규모, 권리 이전 범위, 임상 단계, 파트너사의 개발 의지, 상업화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올해 잇따른 기술수출은 침체된 K-바이오 시장에 분명한 반전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한미약품, 오스코텍처럼 과거 기술수출과 신약개발 경험을 축적한 기업들이 다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은 국내 연구개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술수출은 단순히 계약 규모가 크다는 점보다 국내 기업의 플랫폼 기술과 후보물질이 글로벌 개발 전략 안에서 실질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최종 성과는 임상 성공과 상업화로 입증돼야 하는 만큼, 앞으로는 계약 이후 개발 진척과 마일스톤 달성 여부가 K-바이오의 진짜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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