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50곳이었다… 노태악 사퇴에도 여야 국정조사 추진
'전임' 노정희 위원장 이어 또 자진 사퇴
투표 용지 부족 투표소 14→50곳 늘어
여 "의심 없애야" 야 "특검도 필요" 비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상황에 대해 참담함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의를 밝혔다. 6·3 지방선거에서 초유의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 만이다. 투표 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가 14곳이 아닌 최소 50곳으로 조사되는 등 전국적으로 관리 부실이 있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여야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방침이다.

노태악 "국조 등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
노 선관위원장은 이날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참정권이라는 국민의 소중한 권리를 침해하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이어 "책임을 통감하면서 중앙선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선관위 행정 총책임자인 허철훈 사무총장 또한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로써 선관위는 조직 수장이 연이어 스스로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임자인 노정희 전 선관위원장은 2022년 3월 대선에서 발생한 '소쿠리 투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노 선관위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사과한 것 역시 이번이 네 번째다. 취임 5개월 만인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소쿠리 투표 사태에 대해 사과했고, 2023년 5월과 지난해 3월 선관위 직원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진상규명위원회를 이르면 10일까지 설치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진상규명위원은 학계·언론계·법조계·시민사회 9명으로 구성해 객관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노 선관위원장은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등 선관위의 책임을 확인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책임져야 할 일이 있다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파선관위, 오전부터 "투표 용지 부족" 경고 받았다
그러나 분노와 우려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당장 이번 사태에서 선관위가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했음을 드러내는 정황이 많다. 특히 투표 용지 부족 문제가 서울 33곳, 부산 3곳, 대구 4곳, 인천 6곳, 울산 2곳, 경남 2곳 등 현재까지 최소 50곳에서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투표 용지가 제시간에 전달되지 않아 지연이 발생했던 투표소는 서울 19곳(송파 12곳, 강남 4곳, 광진 2곳, 서초 1곳)과 인천 3곳이었다. 잔여 수량이 부족할 듯 해 추가 배부를 받았으나 사용하지는 않았던 투표소도 17곳 있었다.
문제가 집중됐던 송파에서 '사전 경고'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송파선관위는 투표 당일 오전 11시 40분부터 역내 투표소로부터 "투표 용지 부족이 우려되니 대응 방식을 알려달라"는 문의를 받았다. 이에 송파선관위는 14개 투표소에 약 450매씩 투표 용지를 추가 불출했지만 결국 12곳에서 투표 지연이 발생했다. 특히 잠실 7동 제2투표소는 부정선거론자들이 시위를 하며 35시간 동안 투표함이 이송되지 못하다가 경찰력이 강제 투입되는 불미스러운 사태까지 발생했다.
선관위는 투표 용지 인쇄 매수 하한선을 선거인수의 50%로 산정한 정확한 경위에 대해서는 "내부 연구결과와 일선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회의록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관위가 전체 선거인 수의 1.1배 매수로 산정해 투표 용지 인쇄 예산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확히 해명하지 않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비를 산출하는 기준이 1.1배이고, 실제 받았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확한 예산과 지출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즉답을 피했다.

여 "부정선거 의심 없게끔 규명해야" 야 "대대적 감찰 불가피"
국회는 국정조사를 포함해 선관위에 대한 대대적 개혁을 예고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 용지 부족 사태로 부정선거론까지 확산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의심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끔 진실을 명확히 규명하고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관위 업무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과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특별검사법 도입까지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날 노태악 선관위원장·허철훈 사무총장 사의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선관위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께 끼친 큰 우려에 대해 국민께서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소명과 엄정한 후속 조치를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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