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름만 팔았다"… 지선 이기고도 흔들리는 민주당 지도부
서울 보수화·2030 표심 이탈 등
"2028년 총선 장담 못해" 위기감
당권 두고 친청·반청 아전인수 해석
정청래 "지선 평가위 구성해 백서"

더불어민주당이 기대에 못 미치는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백가쟁명식 논쟁에 돌입했다. 전국적 승리에도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하는 등 여권 견제 심리가 확인되면서다. 당내에서는 정청래 지도부의 강경 노선부터 원칙 없는 실용주의, 정부·여당의 오만함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패인 분석이 쏟아졌다. 다만 9월로 예정된 당대표 선거와 맞물리며,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가 진정성 있는 성찰보다 당권 경쟁자를 겨냥한 계파 간 아전인수식 공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략 부재, 대표 책임론, 오만함
박수현 충남지사 당선자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지선에서 충남 시·군 기초자치단체장 15석 중 10석을 국민의힘에 내준 사실을 거론하며 "뼈가 아프다. 모두 제 탓"이라고 했다. 이어 "도민 마음을 사로잡을 어젠다를 제시하지도 못했고, 대통령 이름만 팔면서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린 것이 유일한 선거전략이었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후광에만 기대 선거를 치렀다는 것이다.

반면 친명(이재명)계 조계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서울·대구시장 패배 등을 언급하며 지도부를 직격했다. 그는 "정청래 지도부가 이재명 정부를 제대로 뒷받침했는지, 정부 성과를 기반으로 중도와 보수로 외연을 확장해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각종 개혁과 내란 심판을 전면에 내세운 지도부의 강경 행보가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도 "선거는 중도층에 소구해야 하는데 (정 대표가) 내란 이야기만 하니까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전달이 안 됐다"고 했다.
원칙 없는 우클릭이 선거 패배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김어준씨 유튜브 방송에서 "(서울 부동산 이슈에) 대응하는 당의 방식이 투항하거나 타협해버리는 것이었다"고 했다. 부동산 민심을 고려해 무소득 1주택자 재산세 감면 등을 공약하며 야당과의 차별성이 사라졌다는 취지다. 태도의 문제라는 의견도 많다. "선거 다 이겼다고 보고 당권 투쟁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오만하게 보였겠느냐"(서울 재선 의원),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를 잡으려 해도 죽을 힘을 다하는데 그런 절박함이 안 보였다"(충청 초선 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대로 가면 총선도 위험하다?
당내에서 백가쟁명식 진단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대로 가면 2028년 총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의 경우 이번 지선에서 집값 상승 및 고령화에 따른 보수화, 2030세대 표심 이탈 등 구조적 지형의 변화가 확인됐다. 인천 연수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송영길 의원은 이날 "2030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민주당 미래는 없다"고 했다.

문제는 선거 승패 분석이 전당대회와 맞물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정청래 지도부의 강경 노선과 친명계의 '조작 기소' 특검 추진, 이 대통령의 부동산 강경 메시지, 스타벅스 논란 등이 복합 작용해 견제 심리가 발동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비당권파는 정 대표 리더십에만 화력을 집중하고, 당권파는 다른 외부 요인만 강조하는 모양새다. 지도부 관계자는 "발이 부르트고 목이 쉬도록 선거 뛰었는데 몇몇 의원들은 대표 책임론을 꺼내기 위해 패배를 바랐던 것 같다"고 불쾌함을 표했다.
갈등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정 대표는 이날 당내 '지방선거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평가는 시스템으로 하는 게 맞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친명계에선 정 대표가 책임론을 잠재우기 위해 백서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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