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재선거” 외치는 새벽의 올림픽공원 가보니

“재선거! 재선거!”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다수의 시민들이 태극기와 손팻말을 들고 경기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집회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쇄 피켓은 보이지 않았다. 도화지나 스케치북을 찢어 손으로 급하게 쓴 종이에 대부분 ‘재선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이 문제 삼은 것은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모자라 투표가 지연됐고,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은 한동안 개표소로 옮겨지지 못했다. 이후 투표함이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으로 이송돼 개표가 진행됐지만, 시민들은 개표소 주변에 남아 선거 관리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새벽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경기장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은 쉽게 줄지 않았다. 핸드볼경기장 출입구마다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퇴장하는 과정에서 투표용지나 관련 자료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서는 태극기와 피켓을 든 시민들이 자리를 지켰고, ‘재선거 구호를 외쳤다.

눈에 띈 것은 구호의 수위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일부 참가자가 “청와대로 가자”는 취지의 말을 꺼내자 주변 시민들이 곧바로 제지했다. 정치 유튜버나 정치 고관여층 참가자의 발언이 집회의 방향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계도 현장에 있었다.

시민들의 주장이 모두 같은 결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고,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자는 이들도 있었다. 다만 이들을 한곳에 모이게 한 출발점은 같았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인데, 그 절차가 현장에서 흔들렸다는 불신과 분노였다.

새벽의 올림픽공원은 축제나 공연장을 찾은 인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시민들은 경기장 불빛 아래 서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러닝을 마치고 현장을 찾은 시민, 반려동물과 함께 나온 주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며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었다. 대열에는 휠체어를 탄 시민, 유모차를 끌고 온 부모, 영유아 자녀와 동행한 지역 주민도 보였다. 일부 참가자는 돗자리를 펴고 밤샘 집회를 준비했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은 5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여야도 국정조사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현장의 대치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선거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은 부정선거 의혹과 재선거 요구로 번졌고, 시민들은 개표소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현재 개표소에는 관할 선관위로 이송해야 할 투표함 380여 개가 보관돼 있지만 경기장 주변 대치로 이송이 지연되고 있다. 대한체육회 직원들과 취재진도 한때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가 풀려났고, 선관위 직원 30명가량은 여전히 내부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의 대치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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