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해 보이는 게 두려웠다”…DNA 감정 239건 조작한 과학수사요원에 日 ‘발칵’

일본 경찰 과학수사기관 소속 직원이 장기간에 걸쳐 수백 건의 DNA 감정 결과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현지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의 핵심 근거로 활용되는 과학 증거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 수사기관의 관리 체계와 감정 절차 전반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찰청은 최근 특별 감찰 결과를 통해 사가현 경찰본부 과학수사연구소 소속 직원이 약 7년 동안 총 239건의 DNA 감정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해당 직원은 DNA 분석 결과를 실제와 다르게 기재하거나 감정 자료를 임의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허위 감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사례는 이 직원이 단독으로 수행한 전체 DNA 감정 업무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이번 경찰청 조사에서는 사가현 경찰이 자체 조사로 파악한 사례보다 100건이 넘는 추가 조작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직원은 “업무가 지연된다는 지적을 받고 싶지 않았다”며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하는 무능한 직원으로 보이는 것이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조직적 관리 부실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DNA 감정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집중됐고, 결과 검증 절차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되면서 장기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가현 경찰본부 역시 감정 업무 대부분이 사실상 1인 체제로 운영됐으며 상급자의 재검토 과정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해당 직원은 지난해 면직 처리됐으며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본 경찰청은 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간부들에게 엄중 주의 조치를 내렸고, 경찰본부장에게도 별도의 지도 처분을 실시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확인된 사례 가운데 직접적으로 잘못된 용의자를 검거하거나 검찰에 송치한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청 감찰에서는 전체 부정 감정 가운데 37건의 경우 정상적인 분석이 이뤄졌다면 용의자 특정에 도움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일부 자료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아 재감정조차 어려운 사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실제 수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완전히 규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지 법조계에서는 경찰 내부 조사만으로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일본 경찰청은 전국 경찰 조직을 대상으로 DNA를 포함한 과학수사 감정 절차 전반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재확인 시스템 강화와 업무 분산, 감독 체계 개선 등을 통해 유사 사례 재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임혜린 AX콘텐츠랩 기자 hihili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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